가수 '7'이 매거진엑스 프론트에 나오던 날, 팀장의 질문.

"세븐 들어봤어?"

"아, 이번꺼요?"

"응. 쫙 들어봤는데 내느낌엔 목소리가 좀 약한것 같애. 자~"

"우와, 감사합니다. 뜨거운 가슴에 와우~(타이틀곡 '열정'의 한대목)"





이리하여(늑대하여? 여우하여?) <SE7EN 2집: MUST LISTEN>을 듣게 되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그동안 세븐을 별로 좋아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1집때 '와줘'라는 노래가 뜬 건 알고 있는데 가사 한구절도 모릅니다. '춤 잘 추고, 힐리스 잘 굴리고, 외모 귀엽고, 목소리는 미성이다' 생각하면서 이아이도 가수 '비'만큼 인기를 얻을까 궁금해한 정도였죠.

들어본 결론부터 말해볼까요? 추천입니다. 2번트랙 '욕심', 13번트랙 '듣고싶지 않은 말' 등 몇몇 곡이 제가슴을 아주 후벼파더군요. YG패밀리가 귀에 박히는 노래를 만들 줄 아나보다 했어요. 앨범이름이 must listen인데, 편안한 R&B 좋아하시는 분들 '必聽'하셔도 되겠습니다.


성량이 풍부하다거나 개성있거나 하진 않지만 기교나 느낌에서 노래의 색깔과 잘 맞는 목소리구요. 어찌 들으면 강성훈같은 구석도 있지만 훨씬 담백해요. (강성훈은 좀 느끼하죠?) 한참 멜로디를 따라가다가 가사를 되새겨보면 그또한 구구절절 가슴아프구요.  

이삼일간 귀가 아프도록 듣고 또 듣고 있습니다. mp3 복제방지가 되어있어서 이동중에 들을 수 없는 것이 한입니다. (키우고 있는 음악이동성도구가 MP3P뿐이라...) 내일부터 휴가인데 집에 두고 가야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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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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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가까워오면 근처 슈퍼들은 선물 진열장이 되곤 했다. 우리집의 오른쪽, 왼쪽, 바로 건너편까지 모두 슈퍼였다. 과일이며 참기름이며 참치캔이며 종류도 많았다. 그러나 내눈엔 오로지 빨간 포장지와 리본에 감추어진 해*, 롯*, 크**, 오** 종합선물세트들 뿐.

단 한번이라도 부모님이 종합선물세트를 사주신 적이 있었던가. 10번도 넘게 돌이켜보지만 그런 기억은 없다. 하긴 성적이 오르면 무엇을 사주신다는 공약도, 생일선물이라는 개념조차도 없었던 것이 당시 집안가풍이라면 할말 다했지.


딱 한번인가 과자세트가 굴러들어온 적이 있었다. 누가 사들고 왔는데 아버지는 다시 돌려보내려고 했다. 네남매가 온몸으로 막았다. 

뚜껑을 열고보니 기대와는 달랐다. 평소 눈길이 아에 가지않던 종류도 있고, 장난감이나 예쁜 편지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었다. 

더욱 황망했던 것은 하루도 못가 바닥나고 말았다는 것. 어린 마음에 먹고남은 과자껍질을 쓰레기통까지 뒤져서 모았다. 막상 모아두니 쓸데가 없었다. 하다못해 가격을 더해봤다. 세트 가격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다. 더더욱 상처였다.

그래도 명절만 다가오면 나는 설렜다. 나 혼자에게만 뚝 떨어지는 과자세트를 기대하며 크리스마스에 양말을 걸고, 설과 추석 며칠전부터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쳤다.



생뚱맞게 이 이야기를 왜 했는고 하니... 사랑에 관한 단편소설의 종합선물세트 '연애소설' 때문이다.

연애소설 한번 안읽어본 사람이 있을까만은 이책은 단순히 연애소설이 아니라 다분히 宴, 哀, 疎, 說의 모음이다. 언제 읽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와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부터 궁금했지만 결심하지 못했던 배수아의 <여점원 아니디아의...>, 은희경의 <타인에게 말걸기>까지... 시대를 초월해 모든 족속을 기쁨과 슬픔과 소외와 담론으로 몰아넣는 사랑이라는 놈을 말한다. 

희미하게나마 사랑이라 이름붙일 수 있는 감정을 한구석이라도 드러내지 않은 소설이 세상에 있을까 싶지만, 그저 종합선물세트마냥 작가들의 대표단편을 모아놓음에 불과하여 돈주고 사기 아깝지만, 한때 유행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읽듯 지하철에서 짬짬히 읽다 접어두어도 그저 어느 순간에는 사랑의 기억들을 더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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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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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리가 시칠리아가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사실 TV에서 임은경이 귀신분장하고 찍는 장면을 본 적도 있는데 <인형사>랑 헷갈렸나봐요.

어쩐지... "이탈리아 현지 로케"같은 촌스런 광고문구도 없었어요. 대신 "올 농번기를 강타할 新개념펑키호러"라는 듣도보도못한 장르명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툭 까놓고 이야기하죠. 재미있습니다. 임창정의 팬인 저는 혹시나 <조용한 가족> <신장개업>류의 무섭지도 웃기지도 않은 영화가 될까 걱정했었는데 기우였다고 확신합니다. 혹시나 보실 분들을 위해 자세한 장면묘사와 명대사 안내는 생략합니다.

조폭과 귀신과 좀비도 돈에 목숨건 사람들을 이기기 힘들다는 꽤나 가능한 설정. 무서워야할 장면은 확실히 무섭게, 웃겨야할 곳은 웃기게 찍었습니다. 지난 주말 영화/비디오 소개 프로그램에서 웃기는 장면들을 미리 봐버린 것이 안타깝더군요. 조금 더 웃을 수 있었는데...

연극무대 출신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하고 유기적으로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가 있었구요. 반지의 제왕 주인공(프로도 말고!)과 조순형 전 민주당대표를 짬뽕해놓은 조폭 막내는 영화의 히든카드입니다. 임은경의 어리버리 착한 귀신 연기도 박수쳐줄만 했습니다. (같이 보러간 선배가 가장 웃기는 장면으로 임은경의 "반말해"를 꼽았습니다.)

욕할 부분을 찾자고 덤비면 왜 없겠습니까만 역시 돈주고 보실만 하다는 데에 올인!
근데 제 뒷사람, 너무 심하게 웃던데요. 웃을 준비만 3박4일 하고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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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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乾いた唄は魚の餌にちょうどいい
(건조한 노래는 물고기 밥으로 적당하다/왼쪽) 

新たなる香辛料を求めて
(새로운 향신료를 찾아서/오른쪽)






모리야마 나오타로. 어머니도 가수, 할아버지도 가수. 그렇지만 가족의 후광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뛰어난 실력을 뽐내는 가수라네요. 남자가수로서는 유일무이한 기록들을 세우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아참 지난해 봄에 보아가 처음으로 싱글 1위를 차지할 때, 이 가수의 '사쿠라'라는 노래를 차트에서 끌어내리느라 애먹었다고 들었습니다.

들어보시면 편안합니다. 무공해에 가까운 음악, 중독성이 강하다는 평이 빈말은 아닙니다. 좀 독특하기도 해요. 같은 음에 우르르 뱉어내는 가사. 그런데 음반보다 더 즐거운 것은 앨범 부클릿에 끼워져있는 리뷰였습니다. 

껄껄 웃었습니다. 리뷰를 쓰기로 하고서 머리를 쥐어짜다가 결국 비장하게 "정말 좋은 앨범입니다. 꼭 사세요"만 남발해놓았다고, 맛깔스런 음악식단의 풍미를 떨어트려도 이해해 달라고, 너무 좋은 앨범이라 도움말이 필요없다고, 이번엔 잘 쓰려나 했지만 어쩔 수가 없다며 "이런 글은 물고기 밥으로도 못쓴다"고 투덜투덜 늘어놓습니다.

이미 음반을 사 들고 있는 사람에게 뻥쳐서 무엇합니까. 음악만큼이나 솔직담백한 리뷰. 형식이 없지만 오히려 잘난체하지 않고 너무 솔직하게 써놓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 옮겨적기는 무리인지라 스캔해서 올려보렵니다.(근데 좀 짤렸네요)








*클릭해서 크게 보시거나 다운받아서 사진뷰어 프로그램으로 보시려면 이것을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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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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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버스, 자가용, 오토바이... 도합 넉 대의 유혹... 농담이었구요.








귀여니 원작 <늑대의 유혹>을 보고왔습니다. 이번에도 결론부터 말씀드리지요. 돈주고 보실만은 합니다. <그놈은 멋있었다>는 돈주고보기 아까운 수준인데 같은 작가니까 스토리의 수준이 동일하다 가정한다면, 아무래도 주인공의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력 차이겠죠?

학교 짱먹는 두 남자가 갓 시골에서 전학온 여자애에게 목맨다... 라고만 해놓으면 '이건 또 무슨 신데렐라냐' 싶지만 나름의 연결고리가 있어서 크게 어색하지는 않더군요. 누가 아파서 죽는다더라 소리만 들어서 어인 신파인가 했으나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 주인공들에 전염되어 혼자 눈물 찍~ 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크레딧이 올라갈 때, 뒷자리에 앉아있던 남자들 하는 말
"누가 뻥쳤어, 조한선이 더 멋있구마~"

둘중에 누가 더 멋있냐고 하면... 강동원이 더 곱게 생겼고, 조한선이 더 남자답습니다. 개인적으로 모성본능 일으키는 남자보단 남자다운 사람이 나은데... (이런말해봐야 무슨 소용?) 근데 왜 잘생긴 남자들이 쌈박질만 하고 다니는지는 이해가 안 갑니다. 그나이에 오토바이 굴릴 돈들도 있고 말이죠. 제가 없이만 살아봐서 그런지, 암튼 배아팠습니다.


여주인공 '이청아'의 연기가 꽤 자연스럽습니다. 처음엔 별로 안 이쁘네 했는데 아담하고 귀여운데다 내숭스럽지가 않아요. (같은 여자들이 봐도 싫지 않으려면 이게 중요하죠) 강동원도 무난하고 조한선은 피식 웃음이 나올만한 표정이 몇개 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겨울 장면이 많아서 다시한번 '겨울이 어여 왔으면...' 했으며, 어찌나 모자티들을 입는지 '나도 하나 사야지' 했습니다. 가을이나 겨울에 개봉했으면 모자티가 무지 팔렸겠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적어도 하나는 샀을 것이며 최소한 두어번은 더 옷집을 들락거리며 고민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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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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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애써 써놓은 글이 수정하는 사이 날아갔군요. 다시 써야하다니 나원참...

또다시 해리포터를 재끼고 선택한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 <노팅힐> <브리짓존스의 일기> <러브 액추얼리> 등으로 유명한 '로맨틱 코미디의 왕가' 워킹타이틀社의 <어바웃 아담>을 리메이크했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이지는 않습니다. 세 자매와 사랑을 나누고 어찌 들키지도 않으며 그가 준 비밀로 인해 행복해하는 사람들은 그가 사라진 후 마치 그런 사람이 없었던 것마냥 상처하나 받지 않습니다. 

마치 '욕구에 충실하라'는 교훈을 이땅에 전할 사명을 띠고 인간아닌 누군가가 다녀간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어느 기사에서는 "이토록 뒤끝없는 카사노바는 없다"고 표현하더군요.

리메이크 치고는 통째로 베낀 듯하다는 평도 있습니다. 원작을 보지 못해서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영화담당 선배의 표현으로는 '색즉시공식 농담'만 덧붙여졌다는데 저는 그부분이 가장 마음에 안들었기 때문에 원작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초반의 적나라한 성적 농담들에서는 다소 들뜬듯한 느낌이었는데 이병헌이 등장하면서 극에 무게감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배우를 좋아해서인지 모르겠으나 <번지점프를 하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로 연기력도 어느정도 믿음이 갑니다. 드라마 <올인>에서는 너무 폼잡는다는 느낌이었지만... 어쨌건 이 영화에서는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한편 저는 최지우라는 배우가 이토록 귀여운 줄 처음 알았습니다. 청순가련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나올 때는 발음도 눈빛도 뭔가 모자라 보였습니다. 허나 순진하지만 욕심대로 되지않으면 짜증내고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말하자면 망가진 거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연기하는 것 같았다면 욕일까요 칭찬일까요?


엔딩타이틀이 끝까지 올라가도록 앉아있었던 이유. 재즈보컬리스트로 나온 김효진의 노래는 다른 사람이 대신 부른 게 아니더군요. 바이브레이션은 약하지만 매력적인 목소리. 직접 레슨까지 받아가며 불렀다는데 흡인력있게 노래하는 법을 제대로 전수받은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추천합니다. 다만 제가 아래서 '비추'로 분류한 영화들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았듯이 이 영화를 보고 아니다 하시는 분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다시 쓰느라 힘들었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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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조카가 친구들과 한강수영장에 다녀습니다. 언니는 좀 늦게 출발해야하는 사정이 있어서 제가 대신 조카를 친구집 근처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커다란 카니발 속에 북적거리는 아이들, 조카는 어느새 그 틈에 섞여버렸습니다. "잘가라"는 인사한마디 없이... 

어떤 아주머니가 저를 보고 첫인사를 던지셨습니다.
"아~ 난 누구신가 했네. 효리 이모시구나... 이모도 검으시네요? 효리랑 효리엄마만 그런줄 알았더니..."
"......"



이런 저도 두세살 무렵까지는 나름대로 하얀 피부를 자랑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어머니 증언에 따르면 자식들 넷중 가장 하얀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고 하니...

'쬐는 족족 탄다'는 제 피부의 특성 때문입니다. (검을수록 잘 탄다니 정말 불공평하지요.)

어릴적 저의 가장 친한 친구는 비누처럼 하얀 피부를 자랑했습니다. (다섯살에 처음 친구를 맺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으로 우리가 밖에서 뛰어놀았던 날, 저는 '거울이 왜이리 어두울까' 생각했지만 그아이의 얼굴은 그대로였습니다. 저혼자 검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또 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만 더 까매졌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는 운동회 연습을 시작하는 날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인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늦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면 조금 회복되곤 했지만 해마다 운동회는 있었습니다. (더 검은 아이가 있어서 '깜씨'라는 별명은 면할 수 있었...는 줄 알았는데 '깜씨3'였답니다.)

중학교 운동회 연습때는 비밀을 하나 알았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세수하고 나면 햇볕을 피해야한다는 것 말이지요. 그러나 저는 '하와이안의 친구'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운동회고 뭐고 의미가 없었습니다. 기숙학교라서 항상 학교에 갇혀살았습니다. 이제는 '동남아인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서울에 오고나서 한동안 잊었는데, 다시 얼굴색이 진해지고 있습니다. 휴가도 아직 안갔는데... 다녀오면 어찌될지 걱정입니다.



p.s. 부모님은 한국인 표준. 언니는 얼굴은 저보다 희고 몸은 커피색입니다. (썬탠했냐는 말을 듣지요.) 작은 언니는 조금 흰 편인데 눈가에 바르던 아토피 연고를 얼굴 전체에 발라서 표백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오빠는 가끔 저보다 검을 때도 있습니다.


 
얼굴색 비교를 위한 사진. 왼쪽은 저고 오른쪽은 회사 옆자리 후배에요. 둘 다 추레하게 나왔으니 얼굴 자체에 대한 평가는 삼가주세요. 아참, 엑조틱한 이 장소는 지금 앞자리에서 사진을 찍고있었던 선배가 데려가주신 모호텔 바(바가 맞을까? 1층이었는데)에요. 생각해보니 특급호텔에서 뭔가를 마셔보긴 처음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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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설마 제가 그랬겠습니까? 리처드 파인만을 다룬 책의 이름입니다. 미국에서는 97년 출간되었는데 파인만의 연구와 삶을 한데 모았습니다. (표지부터 놀고있는 모습입니다)



시간순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홀수장은 그의 삶이, 짝수장은 그의 과학이 그려집니다. 파인만을 다룬 책이 많지만 과학자로서의 파인만과 인간 파인만이 함께 그려진 책이 필요한 것 같다는 저자들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나 <남이야 뭐라하건! - 미스터 파인만 개정판>에서 만날 수 있었던 엉뚱하고 재치있는 삶의 궤적도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파인만 이전과 이후의 물리학 흐름도 엿볼 수 있습니다. 책은 아주 재미있었는데 기사는 재미있게 쓸 수 없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서평으로는 두번째, 개인적으로는 7번째 파인만을 만났지만 한번도 지루한 적이 없습니다. 부담되신다면 <투바>부터 읽으십시오. 과학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농담도...> <남이야...> 같은 에피소드집들도 재미있습니다. 천재의 삶을 이렇게 웃으면서 접하기도 힘듭니다. 물리학자가 되고픈 10대는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나 <물리법칙의 특성>, <일반인을 위한 QED강의>를 읽으시면 되겠네요.

 기회가 된다면 <나는 물리학을...>저자가 했다는 '파인만 투어'를 꼭 해봐야겠습니다. (패키지 상품 아닙니다. '파인만 도형'이 그려진 파인만의 밴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오는 여행입니다. 지금은 아마 파인만의 어린 친구 랠프 레이턴이 보관하고 있을 것 같네요.)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서평은 요기!
http://www.khan.co.kr/news/artview.html?artid=200407231651221&code=9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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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저의 아픈 기억을 털어놓아봅니다. 물리와 나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이토록 멀구나...느껴야만 했던 아주 슬픈 이야기입니다. 

고교 1학년때부터 물리선생님이 왠지 싫었습니다. 이름때문이었을까요? 선생님의 성함은 광복. 광복절에 생일선물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머리큰 사람이 똑똑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선생님도 학생들도) 너도나도 머리가 컸지만 그중에서도 튀는 '4등신 체구'셨지요. 여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성의없는 1학년을 보냈습니다.

2학년때 물리선생님, 이번엔 정상 체구셨는데 왠지 싫었습니다. 부산사투리를 쓰시며 너희들 잘난척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시험문제를 너무나 어렵게 내시는 바람에 반평균이 37점정도였습니다. 저도 30점대를 헤엄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학년이 되기 직전 2월말시험은 객관식 10문항(각4점), 서술형 10문항(각6점). 이유없는 반항으로 공부를 전혀 안했더니 쫙 훓어봐도 아는 문제가 딱 하나. 객관식의 10번뿐이었습니다.

그 시험에서 저는 역사적인 최저점을 기록했습니다. 4점. 딱 하나 풀고 나머지는 찍었는데 불행히도 다 틀렸습니다. 선생님은 답안지를 나눠주시면서 물끄러미 쳐다보셨습니다. 그만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습니다.

기왕 낮은 점수, 아래로라도 1등하자 생각했는데 실패했습니다. 과기대반 아이들이 독어시험에서 3, 6, 9, 12점을 차례로 기록했습니다. 물리시험도 3점짜리였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던 아픈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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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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