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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타임 여행 담당을 맡고부터 자리로 책들이 날아오고 있다. 

크게 분류하면 국내외 여행지 가이드북과 여행기, 맛집소개책 정도.

(간혹 골프 스윙법이나 차 관리법 안내서도 오는데 국문이지만 영문을 모르겠다.)

지면이 협소한 관계로 여기에 그간 심심풀이로 읽었던 여행기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같이 오길 잘했어: 엄마와 딸이 함께한 14일간의 인도여행



한마디로: 차이, 차이, 차이!


잡지 에디터 출신 스물여덟살 여행작가가 

늘 깃발 따라 패키지여행만 다니시던 엄마를 모시고 

2주간 인도 북부를 여행한 이야기다.

갈등을 넘어 함께 여행을 즐기게 되는 모습이 보는 사람도 뿌듯하게 한다.

굳이 웃기려하지도 않고 감정의 과잉도 없이 담담하게 써서 술술 잘 읽힌다. 


내 맘대로 간추리자면 낯선 곳에서 만난 세 가지 '차이'가 눈에 띈다.

첫번째는 문화의 차이. 화장터를 꼭 둘러봐야 하는가, 음식이 안 맞네 등등.

두번째는 엄마와 딸의 차이. 여행을 통해 엄마의 딸 각각이 성장한다. (나중엔 엄마가 여행작가 딸보다 낫다.)

세번째는 마시는 차이. 어디서 들으니 인도식 밀크티 차이는 배탈날 것 같은 더러운 잔에 줄 때 더 맛있다던데, 믿거나 말거나.


++뱀발++
요전에 레이디경향에서 여행구성원별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과 '엄마와 딸 여행'을 따로 분류했더랬다.

주변 남자들에게 "아버지 모시고 단둘이 여행갈 생각 없나" 물으니 "내가 미쳤냐"고들...

아들이 어머니 모시고 세계일주 다녀온 책은 베스트셀러라던데... 불쌍한 울 아부지들!



2. 글로벌 거지부부


한마디로: 신기한 놈의 웃기는 여행


스스로 '대한민국 사회 부적응자'라 표현하는 서른한살 남자가 

태국여행 중 만난 9세 연상 일본 여인의 비듬에 반해 결혼하고 

함께 일본, 한국, 인도 등을 떠돌며 삶과 여행을 함께하는 이야기, 

라고 하면 뭔가 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한 설명되시겠다.


저자가 워낙 특이해서 내 주변에서는 이런 사람을 발견하기 힘들다 정도로밖에 표현 못하겠다.

학창시절은 반항과 방탕과 기타로 점철. 일본에서 막노동도 했다. 

국내로 돌아와 밴드생활을 거쳐 검정고시로 고졸 등극한 것이 20대 중반.

운명의 여인과 만난 이후에도 좌충우돌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



3. 원스 인 더블린


한마디로: 기네스 한 잔만 사주세요


입사 3년차에 사표를 던지고 낯선 도시로 가서 3개월을 보내고 온 여인.

그만두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어딘가에 머무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그만뒀다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고층빌딩이 없고, 한국인이 적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조건으로 골랐다는 더블린은

이 책으로 보나 알던 지식으로 보나 기네스 맥주와 템플바, 길거리 공연 정도가 전부인 듯.


여행을 좀 해본 사람들의 다음 코스는 세계일주 같은 긴 여행 혹은 해외에서 살아보기다.

카우치서핑과 성격파탄녀 하우스메이트와 갈등하는 과정은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겠다.

맨체스터에 가서 여권에 맨유선수들 사인받는 일은 좀 엉뚱하고,

템블바에서 기네스 마시며 114시간 연주로 기네스북에 오른 기타리스트를 구경한 일은 장하고, 

아일랜드남자와 썸타다 돌아오는 부분에선 약간 허무하다.


읽을 것이 없지 않으나 살짝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늙어서인가.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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