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책담당 선배가 "4매만 써도" 하며 전해주신 책입니다.

편집자 분투기. 출판편집에 관한 책이지만 왠지 직업적 동질감이 느껴지는 제목입니다. 저도 편집국 내에서는 흔히 '편집자'로 불리고 있으니까요.

(신문사 내부에서는 기자라는 표현을 잘 안 씁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데스크가 후배기자에게 "김기자" 뭐 이렇게 부르는 듯 나올 때가 있는데 닭살이죠. 보통은 "**씨~" 이렇게 부릅니다.) 

저자는 20년간 출판편집자로 일해온 정은숙씨입니다. 현재 한 출판사의 대표로 있어요. 저희는 서평으로만 다뤘지만 다른 신문사들은 거의 인물인터뷰를 겸할 정도로 나름대로 이바닥의 거물인 모양인데요. 

읽으면서 아이러니했던 것은 그 책의 편집상태입니다. 줄간격이 넓고 시원한 것은 좋은데 수많은 인용문들을 본문과 똑같이 처리해놓아 혼란스러웠습니다. 인용문은 좌우 여백을 더 준다거나 활자크기 혹은 서체를 달리해서 구별해주는 것이 좋지않을까 싶더군요. 물론 제 느낌이지만.

유능한 출판편집자라 해도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면 그저 저자일 뿐인지, 편집에 관해 요구할 수 없는지 궁금하더군요. 

어쩌면 저의 상황과 같을까요? 편집자이지만 가끔 이렇게 서평이라도 쓰면 다른 편집자에게 편집되는 운명이니까요. (물론 저같은 경우, 남이 편집해주는 게 훨씬 맘편합니다. 저보다 유능한 편집자들이니까요. 제가 쓴 여행기사를 제가 편집한 적이 있는데 어느 선배가 와서 "누가 니기사를 이렇게 망쳐놨니" 라고...)





여기서 서평마감 뒷이야기.

수요일엔 책을 읽는다는 핑계로 놀다가 11시가 다 되어 퇴근했구요, 다음날 아침까지도 줄그어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쓸만한 말들을 다다다 쳐놓은 뒤 기사를 정리하려는 순간, 다른 기사들을 한번 보고싶었어요. (이때 너무 잘써진 기사를 보게되면 대략 낭패. 순간 의지박약이 되면서 독창적인 기사를 쓸 수 없어지거든요.)

마감에 쫓기던 그순간에 검색할 수 있던 기사들은 두군데 것이었는데요. 모두 그녀가 거쳐간 출판사 이름들을 주루룩 나열하며 그녀의 약력을 다뤘습니다. 둘 다 서평보다는 인물기사의 성격을 띄고 있었거든요.

모두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큼 커다란 출판사들이지만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죠. 저는 현재 그녀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이름마저 쓰지않을 작정이었거든요.

조금 고민하다가 책이 나온 출판사는 다른 곳이니 그저 출판사 대표라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막판에 출판사 이름을 넣었는데 하필 틀리게 썼는가 봅니다.



문화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산책에서 전화오는거 아냐? 근데 얘는 ~산책을 왜 ~생각이라고 적었지?"

"으윽~"하며 머리긁고 있는데 급기야는 책담당선배가 달려와 묻습니다. "소정씨, ~생각이 아니라 ~산책이 맞는 건가?"



결국 그렇게 서평은 나갔습니다. 왠지 제가 너무 열심히 읽었나 싶어지더군요. 출판 편집의 세계가 궁금했기도 했고, 일단 쓰려면 다 읽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기사 쓸때는 멘트 한두개와 저자의 약력이면 충분해지더라구요.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만 읽어도 기사가 나온단 말이죠. 물론 저는 억울해서 책 내용을 열심히 썼지만 다른 기사가 다 그렇더라구용.




<편집자 분투기> 서평은 요기!
http://mx.khan.co.kr/art_view.html?artid=200409101701561&code=900106&mode=view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