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설마 제가 그랬겠습니까? 리처드 파인만을 다룬 책의 이름입니다. 미국에서는 97년 출간되었는데 파인만의 연구와 삶을 한데 모았습니다. (표지부터 놀고있는 모습입니다)



시간순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홀수장은 그의 삶이, 짝수장은 그의 과학이 그려집니다. 파인만을 다룬 책이 많지만 과학자로서의 파인만과 인간 파인만이 함께 그려진 책이 필요한 것 같다는 저자들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나 <남이야 뭐라하건! - 미스터 파인만 개정판>에서 만날 수 있었던 엉뚱하고 재치있는 삶의 궤적도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파인만 이전과 이후의 물리학 흐름도 엿볼 수 있습니다. 책은 아주 재미있었는데 기사는 재미있게 쓸 수 없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서평으로는 두번째, 개인적으로는 7번째 파인만을 만났지만 한번도 지루한 적이 없습니다. 부담되신다면 <투바>부터 읽으십시오. 과학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농담도...> <남이야...> 같은 에피소드집들도 재미있습니다. 천재의 삶을 이렇게 웃으면서 접하기도 힘듭니다. 물리학자가 되고픈 10대는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나 <물리법칙의 특성>, <일반인을 위한 QED강의>를 읽으시면 되겠네요.

 기회가 된다면 <나는 물리학을...>저자가 했다는 '파인만 투어'를 꼭 해봐야겠습니다. (패키지 상품 아닙니다. '파인만 도형'이 그려진 파인만의 밴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오는 여행입니다. 지금은 아마 파인만의 어린 친구 랠프 레이턴이 보관하고 있을 것 같네요.)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서평은 요기!
http://www.khan.co.kr/news/artview.html?artid=200407231651221&code=9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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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저의 아픈 기억을 털어놓아봅니다. 물리와 나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이토록 멀구나...느껴야만 했던 아주 슬픈 이야기입니다. 

고교 1학년때부터 물리선생님이 왠지 싫었습니다. 이름때문이었을까요? 선생님의 성함은 광복. 광복절에 생일선물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머리큰 사람이 똑똑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선생님도 학생들도) 너도나도 머리가 컸지만 그중에서도 튀는 '4등신 체구'셨지요. 여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성의없는 1학년을 보냈습니다.

2학년때 물리선생님, 이번엔 정상 체구셨는데 왠지 싫었습니다. 부산사투리를 쓰시며 너희들 잘난척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시험문제를 너무나 어렵게 내시는 바람에 반평균이 37점정도였습니다. 저도 30점대를 헤엄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학년이 되기 직전 2월말시험은 객관식 10문항(각4점), 서술형 10문항(각6점). 이유없는 반항으로 공부를 전혀 안했더니 쫙 훓어봐도 아는 문제가 딱 하나. 객관식의 10번뿐이었습니다.

그 시험에서 저는 역사적인 최저점을 기록했습니다. 4점. 딱 하나 풀고 나머지는 찍었는데 불행히도 다 틀렸습니다. 선생님은 답안지를 나눠주시면서 물끄러미 쳐다보셨습니다. 그만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습니다.

기왕 낮은 점수, 아래로라도 1등하자 생각했는데 실패했습니다. 과기대반 아이들이 독어시험에서 3, 6, 9, 12점을 차례로 기록했습니다. 물리시험도 3점짜리였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던 아픈 추억입니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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