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밤, 영화팀 선배의 연줄을 동원 <꽃피는 봄이 오면>시사회에 갔습니다.
실은 며칠전에 <R포인트> 보러갔다가 이 예고편을 보고서야 이게 영화포스터라는 걸 알았어요.
참 여러번 봤는데 그때마다 백**, 산**류의 술광고인줄만 알았더랍니다.
최민식의 넉넉한 웃음과 내민 손, 그리고 전체적 톤이 술광고스럽잖아요?
(보통 소주광고는 초록과 푸른 계통, 약술종류는 노란 갈색계통이잖아요.)
아시겠지만 최민식씨는 트럼펫터로 나옵니다.
기사를 보니 6개월간 연습해서 메인테마 등등을 직접 연주했다는군요.
탄광촌의 관악대, 전국대회 참가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브레스드 오프>가 먼저 떠오르지만 감독이 강원도 도계지역의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방송을 보고 기획했다는군요.
최민식의 옛 여자친구의 연기는 조금 어색하다 싶었지만 ('나비'의 김호정인듯) 때묻지않은 아이들의 표정이 참 좋더군요.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도 웬지 익숙했어요. 작은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철로와 조막조막한 건물들.
제고향 목포도 그래요. 지금은 부도심 같은 곳이 있어서 번쩍번쩍 아파트들이 많지만 시내는 여전히 낮으막한 옛건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거든요.
강원도 도계. 어디쯤 붙어있는지 모르겠지만 한번 가보고 싶더군요.
여기부터 스포일러성.
영화는 궁금해도 참으라고 해요.
보통 아이들이 대회에 참석하는 영화들은 (하다못해 <스쿨 오브 락>만 봐도) 대회 결과가 참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안 그래요. 결과를 굳이 가르쳐주지도 않아요. 입상을 했는지, 관악부는 계속 유지되는지... 알려줄 생각도 안해요.
어쩌면 동네약사는 그를 좋아했을지도 몰라요.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지만, 그 예정된 떠남이 주는 매력이 있잖아요. 하지만 영화는 그녀의 마음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눈물이 살짝 배어나오는 흔한 인사라도 했을텐데 그조차 보여주지 않아요. 그저 잠시 머물던 사람은 떠나오고, 사람들은 그저 살아가요.
그는 그저 아프게 곁을 머물고 있던 옛 여인에게 돌아가더군요. 원래 갈 곳이었다는 듯이.
그 안에 순수한 음악에 대한 미련이라던가 이런 것도 굳이 보여주지 않아요. 지루한 겨울이 가고 꽃이 피는 봄날이 오면, 모든 게 그냥 따뜻하게 흐를까요? 그럴까요?
영화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나봐요. 속없는 관객 하나는 이것저것을 궁금해하며 버스정류장을 몰라 헤매다 집에 돌아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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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