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카가 친구들과 한강수영장에 다녀습니다. 언니는 좀 늦게 출발해야하는 사정이 있어서 제가 대신 조카를 친구집 근처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커다란 카니발 속에 북적거리는 아이들, 조카는 어느새 그 틈에 섞여버렸습니다. "잘가라"는 인사한마디 없이... 

어떤 아주머니가 저를 보고 첫인사를 던지셨습니다.
"아~ 난 누구신가 했네. 효리 이모시구나... 이모도 검으시네요? 효리랑 효리엄마만 그런줄 알았더니..."
"......"



이런 저도 두세살 무렵까지는 나름대로 하얀 피부를 자랑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어머니 증언에 따르면 자식들 넷중 가장 하얀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고 하니...

'쬐는 족족 탄다'는 제 피부의 특성 때문입니다. (검을수록 잘 탄다니 정말 불공평하지요.)

어릴적 저의 가장 친한 친구는 비누처럼 하얀 피부를 자랑했습니다. (다섯살에 처음 친구를 맺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으로 우리가 밖에서 뛰어놀았던 날, 저는 '거울이 왜이리 어두울까' 생각했지만 그아이의 얼굴은 그대로였습니다. 저혼자 검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또 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만 더 까매졌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는 운동회 연습을 시작하는 날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인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늦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면 조금 회복되곤 했지만 해마다 운동회는 있었습니다. (더 검은 아이가 있어서 '깜씨'라는 별명은 면할 수 있었...는 줄 알았는데 '깜씨3'였답니다.)

중학교 운동회 연습때는 비밀을 하나 알았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세수하고 나면 햇볕을 피해야한다는 것 말이지요. 그러나 저는 '하와이안의 친구'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운동회고 뭐고 의미가 없었습니다. 기숙학교라서 항상 학교에 갇혀살았습니다. 이제는 '동남아인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서울에 오고나서 한동안 잊었는데, 다시 얼굴색이 진해지고 있습니다. 휴가도 아직 안갔는데... 다녀오면 어찌될지 걱정입니다.



p.s. 부모님은 한국인 표준. 언니는 얼굴은 저보다 희고 몸은 커피색입니다. (썬탠했냐는 말을 듣지요.) 작은 언니는 조금 흰 편인데 눈가에 바르던 아토피 연고를 얼굴 전체에 발라서 표백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오빠는 가끔 저보다 검을 때도 있습니다.


 
얼굴색 비교를 위한 사진. 왼쪽은 저고 오른쪽은 회사 옆자리 후배에요. 둘 다 추레하게 나왔으니 얼굴 자체에 대한 평가는 삼가주세요. 아참, 엑조틱한 이 장소는 지금 앞자리에서 사진을 찍고있었던 선배가 데려가주신 모호텔 바(바가 맞을까? 1층이었는데)에요. 생각해보니 특급호텔에서 뭔가를 마셔보긴 처음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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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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