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앵카레... 어디서 들어본 듯하시죠? 카레의 한 종류냐구요? 농담도 잘하셔!


푸앵카레 [1854.4.29~1912.7.17]
:프랑스의 수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 ·과학사상가.

로렌주() 낭시 출생. 프랑스의 정치가인 R.푸앵카레의 사촌형이다. 1875년 파리 이공과대학 수학과를 졸업하고 광산학교에서 공부한 후 광산기사의 길을 걸었다. 한편 수학연구도 계속하여
미분방정식론 연구로 파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1878), 수학자의 길을 택하였다. 1879년 칸대학 해석학 교수로 취임, 1881년 파리대학으로 옮겼으며, 1886년 역학 ·실험물리학 교수가 되었다. 1887년 프랑스 학사원 회원, 1906년 그 회장이 되는 등 프랑스 학계를 지도하면서, 30권 이상의 저서와 500편 이상의 논문을 남겼다.

수학에서는 수론() ·함수론 ·미분방정식론에 업적을 남겼는데, 특히 보형함수() 이론을 만들어냈으며 천체역학 및 우주진화론 분야에서는 여러 방면의 수학을 구사해서 그 방법을 근대화하였다. 삼체문제() 및 그 일반화로서의 n체() 문제 연구는 획기적인 것이며, 3권으로 된 《천체역학의 새 방법》(1892∼1899)은 수리천문학에 새 시대를 열었다. 변분방정식()과 적분불변량()의 도입, 주기계()에 관한 연구, 회전유체론()과 우주진화의 연구 등도 모두 뛰어나다.

물리학에서도 전자기파론 ·양자론 ·상대성이론에 공헌하고, 특히 문제의 지적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그 밖에 과학 비평면에서도 활약하였는데, 특히 만년에 《과학과 가설 La Science et l’hypothse》(1903)《과학의 가치 La Valeur de la science》(1904) 《과학과 방법 Science et mthode》(1908) 등의 과학 사상서를 저술하여, 수학이나 정밀과학에서 쓰이는 방법을 탐구하면서, 거기서 차지하는 가설의 역할을 검토하고, 아울러 과학적 인식의 의의와 가치를 해명하려고 하였다. ‘과학을 위한 과학’을 표방하였는데, 이것은 당시 과학의 실용주의적 경향에 대한 저항으로서 평가된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어쨌건 이랬던 푸앵카레가 동네 빵집을 고발했답니다. 왜?

그 빵집은 kg단위로 빵을 팔았지만 빵 크기가 항상 일정할 수는 없었어요. 사람 손으로 하는 일이 다 그렇죠. 그런데 이 골때리는 수학자가 1년동안 빵의 무게를 직접 측정해 좌우대칭의 정규분포곡선(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오차와 신뢰도 측정하던 부분 기억하시나요?)을 그려보았더니 평균이 0.95kg이더랍니다. 알고보니 사기를 친 것이지요.

당국의 주의를 받은 그 빵집. 1년후에 또다시 고발당합니다. 이번에는 찌그러진 정규분포곡선이 나왔지만 여전히 평균은 0.95kg이었다는 사실. 그제서야 빵집주인은 고백합니다.

"어떻게 알았지? 그 수학자에겐 제일 큰빵을 줬단 말이오..."




최근 서평쓴 책에서 읽었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예시는 재미있지만 깊이에서 그다지 만족스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서평 쓴 책이 '내사랑 싸가지'. 당시 책담당 선배가 인터넷소설은 아무도 읽겠다고 하지 않아서 제게 맡겼습니다. 유일하게 우리 신문만 그책의 서평이 나갔지요. 좋게 써주느라 애먹은 책이었습니다. (지금 봐도 웃기게 썼습니다)

두번째, 세번째... 카툰집이나 남들이 잘 안읽으려는 책들이 오다가 갑자기 분위기 돌변. 주로 수학이나 과학교양도서가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네, 과학고에 공대출신입니다)

공대 4년 다녔다고 뭘 알겠습니까만은 대부분 국문과, 영문과, 신문방송학과 이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 신문사여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재수가 아니라 확률이다' 서평은 요기!
http://www.khan.co.kr/news/artview.html?artid=200407161655541&code=9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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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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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3탄'과 경쟁하다 시간적 편의상 오늘의 영화로 낙점. '내남자의 로맨스'

'파리의 연인'을 기대하고 간 것은 나의 착오.
시나리오도 뻔하셨으며, 유머도 뻔하셨으며, 배우들의 연기도 그저 그러셔버렸다.

속으로 아~주 슬픈 영화네 이거... 했다. 내용이 슬픈 게 아니라 이런 영화를 누군가는 만들어야했고, 누군가는 보고있다는 점이 아주 슬펐다.

이토록 관람중에 포기해버리는 영화도 드물다. 특히 캐릭터에 공감이 가지않으면 재미는 물론 정나미가 뚝 떨어지기 마련인데 맹목적으로 남자만 바라보며 말도 안되는 저돌적 방어에 나서는 김정은은 그저 불쌍하기만 했다. 

어떤 여자나 남자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때가 있기에 (이미 그랬었는지도 모르고 나중에 그렇게 될지도 모르니까)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무기력해서 맘에 안들었다. 어쩌면 내가 '덜렁거려도 야무진' 김정은을 기대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극중의 김상경이라면 기필코 오승현한테 간다!

한때 그토록 히트였던, 그래서 나도 한번쯤 만나보고싶었던 세스코직원이 주인공의 직업이라 한들, 뻔한 대립과 매력없는 캐릭터 사이에서 무슨 빛을 발하랴. 29살에 우르르 모여사는 다섯 친구가 첫장면에 등장할 때부터 설정이 사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해버린 나는 더이상 빠져들지를 못했다.

김상경마저 느끼했다. 착하다면서 자기 여자를 이해하지도 못했다. 딴사람들한테 친절하느라 자기 사람의 상처를 느끼지 못한다면, 자기 사람에게 충실하지 못하다면, 그건 빵점이다.

빵점이다. 빵점이다. (뭔가에 맺힌 사람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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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히라하라 아야카 (平原綾香)
출생 : 1984년 5월 9일
출생지 : 일동 동경
학력 : 센조쿠학원 음악대학 재즈과
공식홈 : http://www.ayaka-hirahara.com/

작년 말에 일본에서 데뷔한 뒤 곧바로 한국에서도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앨범 껍데기에 비뚤비뚤한 글씨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뭐 이런식으로 귀엽게 써놨어요.

자꾸 들어도 질리지 않고 가끔은 찾아듣게 되는 앨범입니다. 서늘한 겨울밤에 앨범 첫곡 明日를 몇번이고 이어들으면서 가사를 따라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明日は新しい わたしがはじまる (아시따와 아따라시이 와따시가 하지마루)
내일이면 새로운 내가 시작된다...

일본드라마를 자꾸 봐서인지 저도 모르게 아따시 아따시하고 있더군요. 나이에 안맞게 도쿄 여고생들의 사투리를... 히라하라 아야카는 와다시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부드럽게 발음합니다.

일본에서 첫싱글이었던 Jupiter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지요. 반주없이 쫙 깔린 목소리로 읖조리는 도입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폭발적인 가창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차분합니다. 고음부분에서 힘주어 부르는 것은 아직 덜 숙련된 느낌을 주지만 성장 가능성이 느껴집니다. 라이브도 안정적인 편이구요. 올봄에 한국에도 다녀갔는 모양입니다.

싸이월드에는 가끔 도토리를 써가며 음악을 올리지만, 블로그에다가는 귀찮아서 못하겠습니다.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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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놈은 멋있었다'를 보고왔습니다. 얼결에 응모한 시사회에 당첨이 되는 바람에, 돈주고는 절대 보지않았을 그 영화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부분부분 웃기기는 합니다. 나오면서 "어머, 재밌다" 하는 사람도 있었군요. 허나 역시 10대작가가 쓴 인터넷소설은 '10대만의 로망'이라는 법칙을 깰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짐작대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차마 어찌할 수 없어 시계만 바라보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내사랑 싸가지'를 읽었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잘생긴 학교 짱 혹은 킹카 대학생이 특별히 예쁘지도 않은 내게 다가와 티격태격 미운정 고운정 들었는데, 알고보니 어렸을때 내가 그 남자애에게 잘해줬었더라.' 

어렸을 때 착하게 살면 커서 복받네... 뭐 이런걸까요? 갑자기 올드보이의 교훈 '말조심해라'가 떠오르는군요.


물론 저라도 잘생긴 남자가 갑자기 다가와 잘해주고 "*라 좋아해"라고 말해준다면 침이 질질 흐를겁니다. 그러나 이런 꿈같은 일은 꿈도 꾸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다 알아버린 20대후반의 저로서는, 코웃음밖에 아니나오더란 말씀.

'미모'는 여전하지만 시나리오 고르는 재주는 없는듯한 송승헌이 안쓰러웠습니다. 정다빈은 김지혜와 차별적인 목소리를 냈어야하지 않을까 싶었구요. 귀엽고 예쁘게 10대들의 꿈을 그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볼때보다 훨씬 여러번 '이장면은 아닌데...' 하게 되더군요. 제 예상과 달리 흥행이 되면 다행이지요.



그런데 말이죠... 요즘은 중고생도 술을 마신다고는 들었지만, 영화에서 그렇게 많이 마셔도 되는 걸까요? 고등학생들인데 모이면 마시더랍니다. 그것도 소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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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주룩주룩 오던 2년전 어느 여름밤. 영화 '헤드윅'을 만났습니다. 사랑하고 버림받고 절규하고 그래도 노래하는... 나의 것과는 달랐지만 차마 외면할 수 없는 `그 혹은 그녀'의 인생.

이런 표현이 있을까 싶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귀를 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ost를 찾아헤매었습니다. 당시 H뮤직에서 CD를 직수입해왔는데 꽤나 비싼 가격이었으며 물량도 미리 주문한 사람들에게 겨우겨우 배달되는 정도였습니다. 그쪽에서 라이센스를 너무 세게 불러서 당분간 정식발매가 어렵다던 상황. 기다리고 기다려서 직수입CD를 사긴 처음이었습니다.

동베를린을 탈출하기 위해 미군에게 몸을 팔았지만 얼마후 베를린장벽은 무너지고, 여자가 되고싶어 비싼 수술을 감행했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건... 여자로서의 삶 대신 '성난 1인치(angry inch)'.

인생을 읖조린 가사들도 멋지지만 신화에서 따온 'The Origin Of Love'는 가사도 멜로디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노래에다 아름답다는 표현을 써본 것은 처음입니다)

ost만 들어도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존 카메론 밋첼(John Cameron Mitchell)이라는 배우가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작을 직접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각본은 물론 노래도 직접 했지요. 포스터만 접하고 '저거 뭐야, 보이조지 친구야?'하고 그저 외면할 영화가 아닙니다. 몇백만, 몇천만이 든 영화는 아니었지만 당시 꽤 오랫동안 예술영화관에 걸리면서 입소문을 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영화ost가 지금은 제게 없습니다. 당시 이 영화를 같이 봤던 사람에게 빌려줬는데 이젠 돌려받을 수가 없네요. 대신 나중에 라이센스 발매된 뮤지컬 ost앨범을 갖고 있는데 구성이 거의 비슷한데도 왠지 영화 ost가 그립습니다. 영화로부터 빌어온 감동이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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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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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를 재우고
타로의 지붕에
눈이 쌓인다

지로를 재우고
지로의 지붕에
눈이 쌓인다


<순수의 천사들>라는 만화책에 나온 시입니다.



실제로 있는 건지, 아님 만화가가 지어놓은 건지 모르겠지만,
한없이 내리는 일본의 눈을 표현한,
그리고 10년동안 아버지를 간호했던 딸에게 위로가 되었던,
몇자 안되지만 왠지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였습니다.


어려서 문예반 선생님이 어디서 상을 탄 시라며 소개해준 동시가 떠올랐습니다.

빠꼼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기키가
큰다


시에도 촌철살인이 있다면, 이런 거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사실 한때는 동시 대회를 열심히 나갔었는데 이 시를 알고난 후, 시는 쓰지도 잘 읽지도 않습니다.

만화 작가가 문학에 관심이 있는지, <겐지 모노가타리> 등등을 인용합니다.
교토를 여행하는 부분에서, 잠시 그곳이 그리웠습니다.

갑자기 눈이 쌓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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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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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혼성3인조 애시드재즈밴드 D'sound. 현재 3집까지 나왔고 지난 봄 내한공연을 했나봅니다. 제가 갖고있는 앨범은 2집일거에요. <BEAUTY IS A BLESSING>이죠. 98년에 나온 앨범을 지난해에야 샀나 그랬죠.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적절한 브라스의 사용과 함께 지루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아요. 그중에서도 왠지 울적할 때 귀가 고파하는 음악은 'I Can Get Over You'와 'Tattooed On My Mind'. 앞곡은 끈적하지 않게 톡톡 튀기는 리듬의 흥겨움이, 뒷곡은 가슴이 아련히 저려오는 잔잔함이 좋아요.

지지난해부터는 애시드재즈를, 지난해부터는 jpop을 주로 듣고 있습니다. (클래식 재즈음반은 잘 안듣게 되는군요. 귀가 고급스럽지 못해서...) 돈을 펑펑 쓸 여유는 없는지라 CD는 두어달에 한번 너댓장 사는게 고작이지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노상 음악 귀를 가만두지 않는 편이죠.

CD를 구입할 때는 주로 H뮤직 사이트를 이용하는데요. 평만 보고 샀던 음반중 가장 만족했던 게 이 앨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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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벼르던 글을 올립니다. 

지난 5월 11일 저는 우연히 내과를 발견했고 이튿날 위내시경 검사를 했으며 지금까지 치료중입니다. 

3일전 마지막으로 병원에 다녀왔으며, 앞으로 10일만 더 약을 먹으면 두달간의 '약'한 모습과 안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갔던 병원에 있습니다. 병원 이름과 동네 이름은 이니셜처리했습니다. 그러나 글을 읽다보면 병원이름 앞자가 어떤 글자인지는 바로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글은 5월 11일부터 시작됩니다. 치료가 마무리되기 전에 이 내용을 공개했다가 혹시 저의 치료과정에 영향이 있을까하여 두려웠습니다. 이제 그럼 시작합니다.




ㅎ동은 '병동'이라고 이름을 바꿔도 될만큼 병원이 많습니다. ㅎ역과 ㅇ역 주변으로 미즈메디,황세영산부인과,유광사산부인과 등 여성들을 위한 유명병원들이 번쩍거리고, 건물당 한두개씩 개인병원과 한의원들이 옹기종기 둥기둥기 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원래 기다리는 버스는 잘 안오고 찾던 물건은 가게에 없듯이, 무턱대고 아무 병이나 들고 찾아갈 '내과'는 눈에 띄질 않았습니다. 여러번 찾다가 포기하고 '소아과' 옆에 조그맣게 내과라고 써진 곳에 간적도 있습니다. 아이들 틈에 끼어서 순서를 기다리자니 여간 쪽팔리는 것이 아니었기에 참으로 난감했었습니다.

그러던중 위경련이 재발했습니다. 과음한 것도 아니고, 주말에 친구만나서 우아하게 점심먹고 영화보는데 아프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다 말겠지하며 다른 친구의 바람대로 피자를 시켜먹은 것이 화근이 되어 저는 그날밤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 앓고야 말았습니다.

다음날 일단 기운을 차린 뒤, 저는 달라졌습니다. 한끼라도 굶으면 그자리에서 죽는거라고 주장해왔던 제가 '두끼 물만먹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꼭꼭씹어 밥먹기'를 실천한 것입니다. 평소 밀보다 벼와 친한 저라면 이대로 꼭꼭 씹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ㅎ역 근처에서 '내과'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딴맘이 생겼습니다. 면발이 끊어지지 않는 냉면이 입안에서 식도 안쪽까지 이어져있는 듯한 느낌이라는, 단물쓴물신물 다 토해내고 내장까지 드러내고 싶어진다는, 그... 내시경을 한번 해보고 싶어진 것입니다. 물론 전에도 의사들이 권한 적은 있습니다만 그때마다 의사를 도둑놈보듯 무시해왔는데 갑자기 고통을 감내하는 스스로를 떠올리며 미리 대견해해버린 것입니다.

일단 여기까지는 잡설, 본론은 여기부터입니다.




버스정류장 근처 건물의 2층에 있는 'ㅂ내과'. 반가운 마음에 냉큼 뛰어들어가서 의료보험증을 내밀었습니다. 조금 있으니 의사가 마이크로 제이름을 부릅니다. 들어가서 앉으니 차트를 보고 묻습니다. "경향신문에서 무슨 일을 하시나요?" 

의미심장한 질문에 이어 의미를 위장한 대화가 이어집니다.
"기잡니다"
"무슨 부서지요?"
"편집부인데요"
"저도 신문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사람입니다"

순간 짱똘을 굴려봅니다.
신문에 고정적으로 기고하나, 혹시 신문사 다니다 의대로 전향했나, 아님 신문사랑 싸웠나...

그러다 이름표를 보고 아차 합니다.
"ㅈ일보의...일가이신가요?"
당황한 나머지 '일가'라는 집합명사를 써버린 내게 의사가 대답합니다.

"네, 제 형이 사장이죠. 미국가있는 제 딸도 기자를 하겠다더니 요즘은 진로를 바꾸겠다고 해요. 지금은 종손이 수습 중이고..."


이후 저는 '왜 수면내시경 대신 일반 내시경을 해야하는가'와 함께 미국에서 심장관련 기술을 처음 들여온 ㅂ전문의가 서울대 교수자리를 기다리다가 결국 개인병원을 개업하게 된 경위 등을 들은 뒤, 내일아침 검사시간을 예약하고 나왔습니다.

의사는 응급처치 인력이 갖춰지지 않은 가정의원이나 개인병원에서 수면내시경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며, 의사의 기술에 따라 일반 내시경도 얼마든지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의사의 얼굴에서 풍겨나오는 자신감에 나름의 신뢰를 품고 나왔습니다만 검사하러 가기가 점점 두려워집니다.

그것은 혹시나... 비위약한 제가 검사를 마치지 못하면 나의 끈기없음이 경향신문의 나약함이 되고, 대화라도 하다 나의 가벼운 머리가 탄로나면 나의 무식이 경향신문의 무식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걱정 탓입니다.  

<2004.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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