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시경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날밤 이런저런 걱정으로 잠못이룬 나머지, 8시 반이 다 되어서 눈을 뜨고 말았습니다. 순간 ㅂ모의사가 ㅂ모사장에게 "경향신문은 근성이 없어 약속시간에 늦기를 밥먹듯하더라"고 꼰지르는 환상이 보이는 듯합니다. 얼른 쓱삭쓱삭 세수하고 감지못한 머리는 단단하게 묶고 이상하지 않은 복장으로 아파트를 나섭니다.

8시 55분. 9시까지 도착하려면 뛰어야할 시간입니다. 허겁지겁 땀뻘뻘 흘리며 들어가면 안돼... 할수없이 경보자세를 잡고 뒤뚱뒤뚱 속력을 높입니다. 머리에서 혹시 냄새날까 걱정도 합니다.

9시3분. 병원 내부에 진입합니다. 그러나 간호사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이름을 묻습니다. 내시경 예약했다고 하니 "겁나서 안오시는 줄 알았어요"합니다. 이런... 당신 모르나본데, 나 기자야...라고 생각하며 눈을 흘겨봅니다. ㅂ씨일가와의 싸움에서 질 수 없다며 전의를 다진 탓에, 간호사에게는 기자고 나발이고 소용없다는 것을 망각하고 맙니다.

잠시 후, 의사가 문을 열고 "내시경 준비합시다" 합니다. 당황한 저는 의연하게 일어나 의사에게 가려했지만 제지당합니다. 주사실로 가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사실에 앉았습니다. "엉덩이 주사에요" 이쪽으로 누울까 저쪽으로 누울까 고민했더니 "어머~ 긴장하시나봐요. 호호" 기자가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10분 후에 마시는 약을 드릴게요"합니다. 어디서 기다리라는 걸까. 나가라고 안시켰으니 안에서 기다려보자고 생각합니다.

주사실 침대에 앉아있은지 5분, 간호사가 깜짝 놀랍니다. "어머 왜 여기 계세요. 밖에서 티비나 보시지... 긴장하셨나봐요. 호호"

이거 큰일입니다. 기자가 두번이나 긴장했냐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잠이 와서요"라고 둘러댑니다. 그러자 간호사는 깜짝 놀라며 "주사 맞고 벌써 졸린가요"합니다. 얼른 손사래를 치며 "잠이 좀 모자랐어요". 주사실 침대가 자기에 편했다고 스스로 위안합니다.

드디어 먹는 약을 줍니다. "맛은 없어요. 꿀꺽 삼키세요" 나도 맛있기를 바란것은 아니었는데... 나를 뭘로 보나 생각합니다. 조금 있으니 또다른 약을 줍니다. "이건 목젖까지 머금고 있으세요 제가 삼키랄 때까지 삼키면 안되요" 양치질할때 행구는 자세로 의자에 기대 앉습니다. 가글가글~ 해보고 싶었지만 무시당할까봐 가만히 있습니다. 이대로 누워 잠들면 웃길까 생각합니다.

이제 검사실로 들어오라고 합니다. 두구두구~ 떨리는 순간입니다. 입안에 마취약 한번 더 뿌리고 침대에 눕습니다. 옆으로 눞습니다. 평소 옆으로 누워자길 즐기는 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에 호스가 들어가기 좋도록 뭔가를 물고, 심호흡을 하고, 호스를 주입합니다. 눈물이 나려합니다. 참아볼까 하다가 우욱~ 합니다. 그 욱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기자고 뭐고, 경향신문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눈물을 질질 흘립니다.

호스는 혀를 비추고 기도를 비추고 쑤욱 들어가서 십이지장 구멍을 통과합니다. "십이지장에 염증이 있군요" 다시 돌아온 호스는 위의 아랫부분을 비춥니다. 오돌토돌한 엠보싱이 보입니다. "이건 미란성 염증인데 만성화되기 쉽죠" 호스는 다시 쑤욱 올라와 위의 입구와 자신(호스)의 몸통을 비추며 위천장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심하게 충혈됐네요. 딱지도 앉았고..." 호스를 쑤욱 뺍니다. 우웩~ 침이 울컥 쏟아져나옵니다. 눈물도 흐릅니다. 의사는 휴지를 맘껏 쓰라고 권합니다.



여기까지는 내시경이었습니다. 다음은 ㅂ모의사와의 대화 part 1.


"생각보다 전반적으로 염증이 있군요. 기자라서 스트레스가 많은가?"

위천장의 염증은 아스피린 같은 피린계 진통제의 자극일 수 있고, 아래쪽 돌기는 궤양으로 분류된다...
6주간 약을 먹으면서 위산분비를 자극하는 요인들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먹지 말것을 이야기하다보면 한국사람은 먹을 게 없으니 그냥 다 잘 먹어라...
되도록 짜게먹지 말고 스트레스, 약물, 카페인과 알코올을 삼가라. 규칙적으로 식사하라...



여기까지는 내시경 결과에 따른 처방. 다음은 ㅂ모의사와의 대화 part 2.


"저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는데요."

놀라는 ㅂ모의사. "수습때도 식사를 거르지 않았나요?" 자랑스럽게도 나는 말했습니다. "네. 어떻게든 먹었어요"

그는 갑자기 자기 옛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중앙대병원에서 취프 레지던트로 있을 때, 내가 박종철시신을 접수했거든요. 나는 무슨 익사시체인줄 알았어. 119구급차 앞에 타고 시신을 받아서 인도했는데 뒤에 함께 탄 형사 두명이 이미 죽은 시체한테 계속 심장마사지를 하더라구. 담당교수가 '너는 집안 문제때문에 숨어야겠다'며 중환자실로 보내버려서 나중에 집안사람들에게 서운한 소리도 들었지. 특종 놓쳤다고... 그때 중앙일보 수습 여기자가 자주 들락거렸는데 결국 그 사건을 물어가긴 했을거야"



여기까지는 ㅂ모의사의 춤추는 무용담. 다음은 ㅂ모의사와의 대화 part 3.


삘받은 ㅂ모의사: 신강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긴장한 경향기자: 처음에는 개그맨인줄 알았어요. 흐흐~ 맬빵은 후배 누군가가 추천했다던데...

열받은 ㅂ모의사: 아에 안경까지 쓰라고 해야겠어. 외국꺼 그대로 베껴서 말이야...
정색한 경향기자: 신강균기자 자체는 '구악'이었다는 말도 있지만 최근에 문제가 된 몇몇 사례 빼고는 잘 짚어낸 탐사보도가 많다고 생각해요.

실눈뜬 ㅂ모의사: 지금 프랑스 특파원 가있는 MBC ㅎ기자가 내 친군데, 그녀석이 요즘은 나를 보면 할말이 없다고 해요. 내부적으로 뭔가 말못할 사정이 있다면서... 예전엔 MBC랑 친했는데 말야. ㅎ기자 모르나요?
당황한 경향기자: 아, 예. 잘 모르겠네요.

심각한 ㅂ모의사: 월간ㅈ을 봐도 그렇고, 내나이 46인데 나정도만 돼도 세상이 참 걱정되요.
황당한 경향기자: 월간ㅈ을 보신다면야... 당연히 그러시겠네요. 허허허~




병원 대기실엔 스포츠ㅈ과 여성ㅈ과 월간ㅈ이 꽂혀있었습니다. 월간ㅈ 최신호가 없구나 했는데 역시나 ㅂ의사의 책상에 반듯하게 놓여있었습니다. 1주일간 약먹고 다시 찾아갈텐데, 그때 나는 무슨 삽질을 하고, 의사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2004.5.12>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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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너구리와 곰>
이 병원에는 30대에서 40대로 추정되는 간호사가 두명 있습니다. 둘 다 미모와는 거리가 멉니다. 아마 ㅂ모의사의 아내가 젊은 간호사를 싫어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난번 저의 내시경때 주로 활약했던 간호사는 '너구리'입니다. 외모도 그렇지만 교활하고 능청스럽습니다. (저에게 "당황하셨나봐요 호호호~"를 연발했던 바로 그사람입니다) 나머지 한 간호사는 주로 접수데스크를 지키면서 실수를 연발해 '너구리'에게 욕을 먹곤 합니다. 갈때마다 실수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편의상 '곰'이라고 부르겠습니다.


<19일 수요일>
오전에는 회사일이 없는 날이었습니다. 병원에 가기가 싫어 꾸물대다가 10시 55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항상 최소시간을 계산하는 '임씨집안내력옹색한시간계산법'에 의하면, 11시 5분에 도착하여, 늦어도 30분엔 병원을 나서서 지하철을 타고, 12시 10분경 회사 후배와 만나 밥을 먹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실1>
병원에 들어섰습니다. 아차 싶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열분가량 앉아계십니다. 접수대 앞에 서있는 30대남자에게 '곰'이 말합니다. "검사가 두 건쯤 있어서 적어도 30분은 기다리셔야 할거에요" 박상민이 머릿속에서 "이거참 야단났네~" 노래하지만 태연한척 의료보험증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여성ㅈ 5월호를 집어들었습니다.


<여성ㅈ 5월호>
실연아픔 딛고 브라운관에 복귀했다는 명세빈이 웃고있습니다. 덜렁대는 연기가 어쩌구 저쩌구. 일이 꼬이니 남자가 꼬이고... 성현아가 이쁘게 포즈를 잡습니다. 실제로 보면 이쁘다지만, 기왕 쌍꺼풀 수술할거면 티좀 안나게 하지 그랬냐고 투덜투덜... 탤런트 김지영이 온통 연예인인 시댁식구들과 한복을 입고 설칩니다. 그집 시어머니는 드라마에서 좋은 시엄마, 나쁜 시엄마 다 하던데, 실제로는 어느쪽이려나 고민해줍니다.


<대기실2>
대충 목차에서 몇개만 골라서 읽는데, 아직도 내 차례는 안옵니다. 벌써 11시 40분을 넘어섭니다. 접수해두고 우체국에 다녀온 아가씨가 자기 늦는다고 '곰'에게 따집니다. '너구리'가 순서를 바꿔줍니다. 그 아가씨가 들어가자 이번에는 어떤 아줌마가 저여자는 나보다 늦게왔다고 '곰'에게 딴지를 겁니다. '너구리'가 능글능글 변명합니다.


<진료실>
11시 58분. 드디어 제 차례가 왔습니다.

의사 (씨익~ 비열하게 웃으며) 어때요, 통증은 없던가요
환자 (쓰윽~ 머리카락 넘기며) 네

의사 (추궁하는 눈초리로) 약은 식전에 먹었나요 식후에 먹었나요
환자 (자신없는 목소리로) 식전에 반 식후에 반 먹었어요

의사 (못믿겠다는듯) 흠~ 하루에 두번 먹긴 했단 말이죠
환자 (틀림없다는듯) 네

의사 (시간이 없다는듯) 별로 이상없죠? 이대로 처방합니다
환자 (이럴순 없다는듯) 아아...예...저...

환자 (머뭇거리며) 저 근데... 내시경하고 이틀후에 구토와 오한 증세가...
의사 (인상구기며) 그럴리가 없는데, 내가 항생제를 쓴 것도 아니고

환자 (주눅들어서) 출근하다 토하고 한나절동안 춥고 그랬는데요
의사 (혼잣말처럼) 다른 원인인가 싶고... 중얼중얼

의사 (껀수 잡았다는듯) 변비나 설사 있나요
환자 (허를 찔려버린듯) 네, 변비가 조금...

의사 (다됐다는듯) 그럼 변비약을 하나 처방하죠, 2주 후에 오세요
환자 (아쉽다는듯) 네

아무리 길게 잡아도 3분을 넘지 않는 진료였습니다. 무려 1시간을 기다렸는데 말이죠. 자기가 심심할 때는 대기중인 손님이 많건적건 자기자랑도 하고 괜히 이것저것 묻더니만, 밥때가 되니깐 입을 싹 씻는 모양입니다.


<대기실3>
기다리는 후배도 있고 하니 열내지말고 가자고 생각하고 나옵니다. 처방전을 주려던 '너구리' 갑자기 씨익~ 웃더니만 기다리는 사람들도 들을 정도의 큰소리로 말합니다. "어머나~ 변비약이 추가됐네요. 호호호호~" 순간 저는... 입이 떡 벌어지고, 동공이 확장된 채로 잠시 굳었습니다.

모욕적이었지만 사실이었습니다. 출근하는 길, 비굴하게 맘속으로 질문하나 던졌습니다. '너구리' 당신, ㅈ일보만 보지!


<200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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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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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많아보였다. 너구리 말로는 오래 걸릴 사람은 없단다. 15분정도 기다렸을까. "임소정씨" 예의 마이크 소리가 들린다.



ㅂ>통증은 없나, 약을 먹은 시간은 식전인가 식후인가, 변비는 있나
임>예, 반반, 조금

임>스트레스 받으니 여전히 소화 안되더라
ㅂ>그러냐

ㅂ>4년차면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느냐, 수습때는 김밥들고 다니던데
임>엄청 규칙적이다, 혹자는 수습때 크림빵과 박카스 먹었다더라 (저번에도 물었다 당신은 수습말고는 모르나보다)

ㅂ>박카스보다 비타500이 좋다. 중학생인 딸은 그거 박스채 사놓고 마신다.
임>맛은 박카스다.

ㅂ>속쓰림이 없다면 이제 제산제를 빼보자...
임>그래라

ㅂ>손님많나(혼잣말), 언론개혁 잘 될것같나, 지분제한 한다고 뭐가 되겠나, 신문사가 얼마나 적자투성인데, 지분제한하면 오히려 좋아들 할거다.
임>신문사들이 힘들긴 하다

ㅂ>월급 많이 받나
임>적다, 양분되어있다, 한겨레, 세계, 서울은 우리랑 비슷하다

ㅂ>그렇겠다, 돈은 방송사가 많다, 근데 PD들 웃기다, 내가 전에 PD이야기 했나
임>안했다

ㅂ>아는 의사가 정형외과 하는데 운동회 중에 다친 중학생을 치료했다, 뼈가 부러진 건 아니지만 상처가 심해서 부목을 붙여줬다, 그런데 의사가 모르는 사이 학생과 엄마가 불편하다고 돌아와서 빼놓고 갔다, 그러더니 점심먹으러 가려는데 의료보험공단에서 전화가 왔다, 과잉진료로 고발 들어왔다고, 알고보니 방송사 PD 부인과 딸이었다, 그래서 의사가 진료비 카드결제 취소하겠다 하니 공단에서도 골치아팠는데 고맙다 했다, 그 의사는 진료해주고 돈도 못받고 밥도 못먹고 기분 잡쳤다,
임>그 PD가 별스런 사람였나보다, 권위를 써먹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 어디나 있다

ㅂ>들어보니 PD들이 ㅈ같은데서 기자하고 싶었는데 성적이 딸리는 사람들이더라
임>옛날에는 신문을 쳐줘서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PD가 더 되기 힘들다. 기자보다 덜 뽑으니까 성적으로 PD가 위라고 볼수도 있다

ㅂ>어쨌건 내가 들어보니 신문 못들어가서 맺힌 게 있는 사람들인가 보더라, 아무래도 기자 못된 억하심정으로 ㅈ일보 조지고 그러는거 아니겠나, 2주후에 또와라
임>그러..자

<200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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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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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었군요. 椎名林檎(시이나 링고)의 앨범 <加爾基精液栗ノ花>를 만났습니다. 링고는 사과고, 나머진 뭘까... 도저히 모르겠더군요. 일본 화과자와 고풍스런 찻잔 사진. 좌우가 뒤집힌 앨범 껍데기... 망설이다가 CDP에 집어넣은 순간. 헉! 숨막히게 놀라서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했습니다.

시이나 링고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유명한 '시부야케'를 본따 스스로를 '신주쿠계'라고 부른다지요. 본명은 椎名裕美子 (시이나 유미코)라는군요. 어렸을 때 볼이 사과처럼 빨개지곤 해서 링고라는 이름을 지었다나요.

독특하지 않은 곡이 없습니다. 이러저러한 동양악기의 사용부터 곡의 다이나믹한 진행과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목소리 변형까지... 무슨 한편의 스펙타클 대서사시를 보는 것 같아요. '음을 그릴 수 없는' 저의 표현력이 안타깝군요. 

한번보다 두번, 두번보다 세번 들을 때 좋고, 며칠밤을 계속 틀어놓아서 가족들에게 "저 이상한 음악은 뭐냐"는 소리를 들을만큼... 좋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쏙 빠지게 만드는 곡들. 노래 제목부터 평범하지 않죠? (가사는 더 심상치않습니다)

1. 宗敎 (종교)
2. ドッペルゲンガ- (도플갱어)
3. 迷彩 (위장)
4. おだいじに (소중하게)
5. やつつけ仕事 (해치울 일)
6. 莖 (줄기)
7. とりこし苦勞 (쓸데없는 걱정)
8. おこのみで (취향대로)
9. 意識 (의식)
10. ポルタ-ガイスト (폴터가이스트)
11. 葬列 (장례)

음악만큼 스타일도 튑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글쎄요... 김윤아씨와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요.

야무진 자기만의 세계가 있고, 괴짜같지만 멋있는 사람. 시이나 링고입니다.





사진은 http://lovelyringo.lil.to/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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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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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언니네 아이들입니다. 위쪽 상현이는 초등학교 1학년, 아래 상준이는 유치원생입니다. 연년생 남자형제. 이보다 더 까불어대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동해번쩍 서해번쩍 어찌나 결혼식장을 갈고 다녔던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래 상준이는 애교가 장난이 아닙니다. 전화할 때도 "이모, 나 누군지 맞춰봐" 하더니 어제는 안아달라고 해놓고도 묻습니다. "이모, 내가 눈가릴게 나 누군지 맞춰봐"

한참 데리고 노는데 자꾸 누나누나 합니다.
"이모, 묵찌빠 하자" 불러놓고 "누나 차례잖아" 합니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습니다. 예전엔 "언니"라고 불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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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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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갑내기 사촌이 결혼했습니다. 신랑측 하객이 신부측 세배나 되었다는데, 저희 가족만 해도 아홉명이나 갔으니 할말 없지요. 예식이 끝나고 화곡동 큰언니집에 모여 수박먹고 놀다가 평소 취침시간이 9시반이신 부모님은 11시쯤 꿈나라로, 작은언니네 식구는 12시쯤 저멀리 거여동으로 떠났습니다.


왼쪽이 큰언니, 오른쪽이 작은언니입니다. 어느쪽이 더 저랑 닮았나요? 없다구요?
효리는 큰언니네, 다음 글에 등장하는 사내아이들은 작은언니네 아이들이죠.



조카 효리는 오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유치원 캠프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유치원에 데려다주는데 빗방울이 조금 떨어졌습니다. 갑자기 비가 왜 오는지 아느냐고 물어옵니다. 태풍이 오나보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모, 내가 결혼식도 가고싶어서 비오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거든. 그래서 오는거야... 이모, 삼촌 결혼식 또 언제해? 나 결혼식 꼭 보고싶어"

이럽니다. 오늘 결혼한 삼촌이 또 결혼하길 바라는 건 좀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알아먹었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이모도 결혼할테니까 그때 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래. 그날 캠프 없으면 갈게" 랍니다.






캠프보다 밀리는 이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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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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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은 별 대화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은 오늘, 7월 1일이다.

ㅂ: 통증이나 소화불량 없나
임: 괜찮은 편이다

ㅂ: 식생활이 바뀌었나
임: 커피/술 안먹었다. 먹으면 다시 망가지나

ㅂ: 당연히 손상온다. 술자리 많나
임: 많은 편이다.

ㅂ: 의사들도 예전엔 술 많이 했다. 기자들도 요즘은 덜하지 않나. 돌리고 그러나
임: 그래도 폭탄은 돈다.

ㅂ: (가족들에게) 들어보니 예전에는 촌지를 받으면 동료들에게 쐈는데 요즘은 혼자먹는다더라. 인정없는 사회가 되었다더라.
임: 그래도 선배가 후배들 술사주는 건 여전하다. 시경캡(경찰기자 우두머리)하고나면 집 저당잡힌다는 소문이 있다

ㅂ: 시경캡이 재미있나 보더라. 나 아는 퇴직한 기자는 ㅈ일보 있다가 스포츠ㅈ 이사로 퇴직했는데 만나면 시경캡때 이야기만 한다.
임: 나름대로 골치아픈 자리다. 경찰기자들 책임져야하고 사회부장이나 사회부 데스크들과 갈등 겪기도 한다.

ㅂ: 약 10일치 먹어라. 나중에 아프면 또와라.
임: 그러자



이렇게 끝났습니다. 시키는대로 먹지말란것 안먹고 오라는대로 가고 어찌나 제대로 지켰는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직업이 드러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실력은 좋은가봅니다. 동네 어르신들 많이많이 오십니다. 저와 같은 ㅎ동 사시는 분들, 아프면 한번쯤 찾아가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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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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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답지않은 신이 다음 신이 될 신후보자 100명에게 인간아이 한명을 능력자로 만들어 대리전을 치르게 합니다. 최종 승리하는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재능이라도 가질 수 있는 '공백의 재능'을 갖게 되고, 그의 후견인인 신후보는 신이 되는 거에요.  

중학교 1학년인 우에키 코우스케는 어느날 우연히 '쓰레기를 나무로 바꾸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그를 눈여겨보던 코바야시 선생님이 바로 신후보였던 거죠. 능력자와 싸워 이기면 또다른 능력을 얻게 되지만 일반인을 다치게하면 능력을 잃고 말아요.

배틀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코우스케는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정의감으로 주변의 적들을 친구로 만들어 가게 됩니다. 현재 11권까지 나왔는데 3차시험이 진행중입니다. 무적의 로베르토가 코우스케의 영향을 받아 달라지자, 비열한 신후보자가 인간이 아닌 무시무시한 존재로 로베르토를 대신하게 해서 마구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헌터헌터>처럼 싸우면서 자라는 '성장만화'라고나 할까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처음이 더 재미있었던 만화입니다. 코우스케가 초반에 이런저런 능력자들과 싸우고 또 친구를 지키기위해 능력자가 아닌 인간을 다치게하는 상황들이 벌어지거든요. 그런데 코우스케가 잃게 되는 재능들은 '여자에게 인기있는 재능', '공부하는 재능' '달리기의 재능' 등등 일상에서 아주 중요한(?) 것들임에 반해 새로 얻는 재능들은 '춤추는 재능' '랩하는 재능' 등등 거의 쓸모없는 것들이거든요. 체키라쵸~ 체키라쵸~ 하면서 랩에 심취한 능력자와 싸우는 부분, 압권이었습니다. 

한번 만화를 빌리면 보통 언니, 형부까지 우르르 보는데요, 저희 형부가 <배틀짱>을 보고 제게 말했습니다.

"너는 '만화고르기의 재능'이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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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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