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 조카의 등원시간은 저의 출근시간과 비슷합니다. 신문사의 특성상 남 노는날 일하고 남 일하는날 노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만 이 경우 빈둥거리다가 욕먹기 십상입니다.

"이모는 왜 안가"

"응, 오늘 회사 쉬어"

"왜에에~!!!!(아주 화난 목소리로)"

당연히 같이 갈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나 봅니다. 이럴때나 스스로의 가치를 느껴버리는 비굴한 이모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금새 엄마랑 간다고 좋아라해버립니다. 흥~ 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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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어제 산 가방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쁘지" 자랑했더니 무늬가 공룡같다는둥 심드렁합니다. 그래서 비장의 무기. 가방 속을 보여줍니다. "이거봐라, 이거 양면이다"

갑자기 동요하는 그녀. "이모, 나도 양면가방 사줘"

저번에 사준 5천원짜리 가방을 빌미로 달래봅니다. 너는 유치원 가방에 피아노 가방에 주일학교 가방에 이모가 준 가방까지 있지 않느냐...

그러자 그녀가 한발 물러서서 말합니다. "이모, 그럼 그 가방 같이써"

무서운 집념이라고 생각하며 도망치듯 출근했습니다. 가방이 뭐 비싼 것도 아니었습니다. 홍대앞 팬시점에서(!) 만오천원주고 샀는데 오늘 들고와서 보니 이미 바느질이 뜯어지려 하는 정도입니다. 그나마도 스트레스를 이유로 속칭 '돈지랄'성 행위를 시도하는 와중에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지갑에 3단 패스워드가 걸리는 '임씨집안내력짠돌이씀씀이' 덕에 쓰려고 해도 잘 안되는 저로서는 최선이었으나 역시나, 오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뜯어진 부분을 보여주면 조카는 단념할까요? 괜히 자랑했습니다. '없는 살림'과 '못난 씀씀이'가 조카에게 참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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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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