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였어?"그녀가 물었다.

환한 뉴욕의 대낮

"천만이나 되는 사람들 가운데

어떻게 날 선택한 거지?"

"난 당신처럼 마음이 텅 비고 외로웠어,

다른 가능성은 없었던 거야"

그건 내 솔직한 대답이었고

그녀는 안심한 듯 어느새 잠이 들었다.


미하엘 크귀거 글/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달빛을 쫓는 사람(Wer das Mondlicht Fangt) pp. 32 - 33



유리창을 반쯤 가린 버티컬 밑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창밖으로는 높은 빌딩숲...
주름진 침대시트 위엔 눈을 감고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
그 얼굴을 반쯤 가린 남자의 뒷통수와 상체...

부흐홀츠의 이 그림에 미하엘 크뤼거가 붙인 이야기는
나의 어린 상상과 일치한다.

몇년전 '미스터플라워'라는 싱거운 영화에서
조그많고 예쁜 꼭대기 방을 보았을 때,
그리고 '공각기동대'에서 창문밖 건조한 풍경을 보았을 때,
그때마다 난 고층건물의 몇십층쯤에나 있어줬으면 하는
통유리창을 가진 방을 상상해왔다.

왠지 우리나라라고 생각하면 안되겠기에
머나먼 어느곳으로의 이민을 고민하기도 했다.

우연히 건진 이책 덕분에
나는 오늘도 꿈꾸던 방에서
영화속 주인공같은 대화를 나누는 나를 상상한다.

"왜 나였어?"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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