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6개월만에 걸려온 무전. 그보다 더 섬뜩했던 것은 예고 속의 이 대사.

"너흰 출발할 때부터 아홉명이었어"





그래서 영화 초반 작전에 투입되는 인원을 계속 세기만 했습니다. 세고 또 세고.

아직은 아홉이네?

아직도 아홉이네?



앗, 열이네! 하는 그 순간은 모두들 사진을 찍고 돌아서서 숲으로 들어가는 시점이었습니다.



나중에 그들의 기억속에서 10사람이 된 순간은 사진을 찍는 때로 드러납니다.

포즈잡고 있던 누군가가 자원해서 셔터를 눌러주는데 그가 바로 10번째 인물이더군요.




알포인트. 무서웠습니다.

특히 혼자 보고와서 혼자 잠들어야 하니까 더 무섭더군요.

그날도 꿈 속에서 알포인트 지역을 헤매다 새벽 2시에 깼습니다.

그리고 다시 잠을 이루기 무서워 음악을 틀었는데 하필이면 크리스 민 도키의 <minh>.

인도여자의 음산한 목소리(송송레코드 참조)가 두려워 얼른 버튼을 눌러 넘기는데

언니가 새벽기도를 간다고 들어와서 불켜고 옷을 빼가더군요.



여러모로 잠들기 힘든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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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 남는 거라더니 먹는 사진 밖에 없습니다.




남들이 V를 그리는 순간에도 줄곧 구석에서 먹기만 하는 파란 티셔츠 보이십니까?




받으시오~ 받으시오~

권하고 빠지기. 이날 남들 취하도록 배만 채웠습니다.

버스에서 노래시키는데 자는 척하기, 노래방 가자는데 안내리고 버티기,

시종일관 반항하고 먹기만하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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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있었다죠. '자라섬이 어디야? 원래 있는 섬인가?' 이런 생각부터 했지만 참여 뮤지션 명단에 반가운 사람이 있었어요.


크리스 민 도키(Chris Minh Doky).


덴마크 출신의 어쿠스틱 베이시스트입니다. 베트남과 덴마크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죠. 도키 브러더스라는 이름으로 형인 닐스 란 도키(Niels Lan Doky - 재즈 피아니스트)와 함께 앨범을 낸 적도 있었다고 해요. 어디선가 보니 형은 버클리출신답게 차분한 재즈를, 동생은 클럽출신답게 격정적인 재즈를 연주한다는군요. 


1년전부터 가끔 꺼내듣게 되는 크리스 민 도키의 <minh> 앨범 껍데기에는 그를 일렉트로 베이시스트 자코 파스토리우스와 비교한 대목이 있습니다. 그의 실력이 그 비유에 걸맞는가를 증명하는 것은 아마 그가 협연한 뮤지션들의 이름이 될 것 같네요. 빌 애반스, 조지 해리슨, 데이빗 샌본, 류이치 사카모토...





앨범 분위기는 hot과 cool 사이를 지루하지않게 오갑니다. 이게 어떻게 어쿠스틱 베이스 연주일까 싶을 정도로 펑키하다가도, 눈을 감고 감상하고픈 편안한 연주가 스며나와요.

가장 귀에 박히는 곡은 8번트랙 'I Just Wanna Stop'. 여성보컬 레이라 헤더웨이의 목소리와 데이빗 샌본의 색소폰이 잘 어우러지죠. 자꾸 따라부르게 돼요.


한밤중에 혼자 들으면 무서운 대목도 있어요. 갑자기 정적 속에서 어인 여인이 "움 제부다수 메헤뗌 하라사 하라베누이(?)"라고 읊거든요. 민 도키의 인도인친구가 "힘내"라고 한 거라는데 힘내기보단 겁내게 되네요.

이런 식으로 중간중간 사람들 목소리가 나오는데 형의 아이들이 녹음한 것도 있고 민 도키의 부모님 목소리도 있어요. 녹음상태만 조금더 부드러웠다면 정겨웠을텐데, 저는 왠지 들을 때마다 덜컥 놀라서요. 어허허~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재주가 모자라서 링크도 덧붙입니다. 곡마다 설명이 되어있으니 쓸모있을 것 같네요.

http://www.changgo.com/past/freeview/20030812/jazz0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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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4시. 부서 엠티를 다녀와 구질구질한 옷차림으로 다시 이대근처에 있는 병원에 갔습니다.

처음 진료했던 그 의사였어요. 마구 인상쓰며 "어우~ 흉터가 남겠는데요" 그분 말이죠. 긴장하며 붕대를 떼어낸 순간

"이야~ 젊음이 좋군요"



예상보다 빨리 치료되고 있으며 흉터도 생각보다 적을 것 같다구요.

약도 이젠 그만 먹어도 된다고 하네요.

이야~ 기분이 좋군요.



좋은 기분에 12시간 가까이 자고 일어났다는...

(엠티가서도 일찍 자고 돌아오는 차에서도 내내 잤으면서 그랬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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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친 다리 때문에 항생제를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약이 바뀌었거든요. 너무 간지럽다고 하니 약을 하나 추가해주는데 약사가 "조금 졸리실 거에요" 하는 거에요. "평소에도 졸린데요"하며 대수롭지않게 받아왔으나...

어제 하루종일 잠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오전에는 해롱해롱 "아우~ 일을 못하겠네"... 점심먹고는 그 바쁜 시간에 아에 40분간 누워 자고... 간식겸 저녁먹고 자리에 잠시 엎드렸다가 스읍~ 침흘리며 일어나고...  화장실 갔다가 휘청~ 넘어질 뻔 했으며(주변 동료에게 이러다 죽겠다고 하소연했어요)... 집에 가는 길에는 추석선물 무게를 못이겨 이리저리 비틀~... 결국 집에 와서는 8시반부터 10시간을 때려 자버렸습니다.

약효가 끝내주네요. 정말.



원래 잠에는 일가견이 있는 편입니다.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 9시뉴스 직전에 그런 광고만 나오면 '착한 척하느라' 잠자리에 누웠구요. 그 습관이 오래 지속되는 바람에 고등학교때도 '12시취침 6시기상'에 적응 못해서 자습시간마다 사감선생님께 두들겨맞았습니다.

일단 누우면 3분 안에 잠들어서 고등학교때 기숙사 친구들이 '3분 소정'이라 부르기도 했죠. 같이 이야기로 해놓고 혼자 자버린다고 원성이 자자했어요. 

지금도 하루 8~9시간 수면을 고수하는지라 간혹 5~6시간 자고나면 '오늘은 어제 밀린 잠을 보충해야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려요. 그래서 평소 회사에서 조는 일은 드문 편이죠. 밤에 그렇게 퍼질러 자니까.

수습때는 술먹다가 자는 일도 간혹 있었어요. 선배들 앞에서도 딱 한번 소주잔 든채로 꾸벅꾸벅 졸았죠. 그때만 해도 하루 1~2시간밖에 못자고 경찰서를 빙빙 돌던 시기였거든요. 당시 시경 캡이던 이모선배는 지금도 가끔 "너 요즘은 술먹다 안 조냐?"고 물으시네요. 당시 친구를 만나서도 10시만 되면 엎드려 자서 "선배들이랑은 잘도 마신다며" 구박도 받았어요.



하지만 잠의 지존은 저희오빠입니다. '등만 붙이면 잔다'고 해서 이름 한 글자를 '잠'으로 대체해 부른 적도 있지요. 항상 지각을 밥먹듯 하는 이유도 잠이었으며 어려서 납치소동과 실종소동 겪은 이유도 잠이었습니다.

납치소동은 아침에 집앞 리어카에 누워 세상모르고 자다가 저녁에 리어카 주인따라 집에 돌아온 일입니다. 오빠가 서너살때였다고 하니 저는 기억도 못할 일이죠.

실종소동은 아버지께 야단맞고 방에 세워둔 커다란 상 뒤에서 벽에 기댄채로 잠들어버려서 집나간 줄 알고 온 가족이 동네를 뒤집고 다녔던 일입니다. 당시 야단맞은 이유는 "과자먹었으니 밥을 굶겠다" 했다가 맞았던 일이죠. 

야단은 함께 맞았는데 저는 울면서 밥먹고 오빠는 뛰쳐나갔어요. 나름대로 반항에 눈뜬 시기라고 오해한 우리는 쿨~한 밤거리를 헤매야만 했죠. '오빠를 못찾으면 어떻게 하지?' 당시의 불안한 마음과 함께 ㅎ맨션 위에 걸려있었던 달무리진 둥근 달이 생생합니다.



이제 다시 평소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결단을 해야겠어요. 잠을 유발하는 약덩어리를 찾아내 과감히 처단하려고 합니다. 아깝지만, 저도 살아야지요. 생존을 위해 잠을 참아야만 했던 순간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요. 어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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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꿈마다 방황하고 있습니다.


그저께는 로드무비 어드벤처 에로틱 스릴러였어요.
어디론가 여행을 갔는데 거인괴물이 쳐들어온다는 거에요. 다들 도망가느라 아비규환인데, 저는 짐을 찾아 헤맸답니다. (비행기에서 안전장비 안내할 때도 짐부터 껴안고 내릴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 공중목욕탕에서 수많은 나신을 접했습니다. (에로틱이 겨우 이거냐고 다들 실망하고 계시죠?)

어제는 준비없이 러시아를 떠돌았습니다.
가져간 가이드북이 자세하지 않아서 갈데가 없는 거에요. 갑자기 미에우섬(베트남에서 갔던 곳인데...)을 가겠다고 배타는 곳을 물어보고 다녔구요. 버스타고 가다 공원 앞에서 내렸더니 그곳에서는 한참 걸어야한다는 말에 실망하고 지치기도 했어요. (평소와 비슷한듯) 그러다 마구 후회를 했죠. 내가 왜 공부도 안하고 러시아에 왔을까 하면서요.


꿈이 이런저런 무의식을 반영하고 감춰진 욕망을 표출하고 한다는데, 제 꿈들은 너무 명확하게 제가 보고 느낀 것을 드러내고 있네요. 그저께 잠자기 전에 <고티카>라는 스릴러무비(?)를 봤는데 거기서 괴물은 아니지만 인간아닌 존재가 나오구요, 여자들이 버글버글한 목욕탕도 나오거든요.

어제도 비슷해요. 러시아는 베트남 대신 하바로스크나 블라디보스톡 쪽으로 가볼까 고민할 때 용의선상에 올랐던 곳이구요. 점심때 제가 다녀온 직후 베트남에 다녀온 선배가 가이드책 한권 안들고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같으면 준비없는 여행은 못 견딜거라고 주장한 상황이 그대로 투영된 것 같아요.


꿈마다 여행하느라 걷고 또 걷기 때문일까요? 요즘 죙일 눈이 감겨서 죽겠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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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씨'라고 하니 보통사람(언제적 말이던가)을 지칭하는 대명사같네요. 그러나 사실은 고유명사에요. 오늘의 책 <여행의 기술>의 저자가 '알랭 드 보통'입니다. 런던에 살고 있는듯 하네요.



이 책은 휴가가려고 한참 목이 빠지던 지난 여름에 제목만 보고 얻어놨어요. 대충 넘겨봤을 때는 영국 해머스미드 어쩌고 저쩌고 하기에 그냥 유럽이야기인줄 알았어요.

다시 책장을 넘긴 것은 휴가 1주일전. 짐을 싸놓으면서 여행동반자를 찾아 책장을 뒤적거리던 때였죠. 몇 페이지 넘겼더니 제가 생각했던 내용과 다르더군요.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어요.



결국 함께 다녀왔어요. (여행중에 찍은 사진. 껍데기는 벗겨두고 갔습니다.) 다 읽고오지는 못했지만 여행 중간의 지루함을 때우고자 하는 목표에 꽤 잘 맞는 책이었습니다.


책은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등 주제에 대해 각각 장소와 안내자를 명시하며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장소는 런던, 바베이도스, 마드리드, 이집트, 시나이 사막, 암스테르담, 레이크디스트릭트, 프로방스 등이구요. 안내자는 보들레르, 플로베르, 워즈워스, 반 고흐, 러스킨과 같은 유명 예술가들이죠. 즉, 예술가들의 책이나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여행을 분석해보는 거에요. 


푸른 야자수와 시원한 해먹만을 떠올리고 떠났지만 가는 동안의 맛없는 기내식과 짜증나는 더위를 겪으며 충격받는 일. 어쩌면 누구나 겪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공감한 것을 시작으로 '동네를 걸어보는 여행' 또한 해봄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행의 동반자로서는 썩 괜찮은 책인듯해요. 추석 귀향길이 심심하시다면 한번 고려해보셔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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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책담당 선배가 "4매만 써도" 하며 전해주신 책입니다.

편집자 분투기. 출판편집에 관한 책이지만 왠지 직업적 동질감이 느껴지는 제목입니다. 저도 편집국 내에서는 흔히 '편집자'로 불리고 있으니까요.

(신문사 내부에서는 기자라는 표현을 잘 안 씁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데스크가 후배기자에게 "김기자" 뭐 이렇게 부르는 듯 나올 때가 있는데 닭살이죠. 보통은 "**씨~" 이렇게 부릅니다.) 

저자는 20년간 출판편집자로 일해온 정은숙씨입니다. 현재 한 출판사의 대표로 있어요. 저희는 서평으로만 다뤘지만 다른 신문사들은 거의 인물인터뷰를 겸할 정도로 나름대로 이바닥의 거물인 모양인데요. 

읽으면서 아이러니했던 것은 그 책의 편집상태입니다. 줄간격이 넓고 시원한 것은 좋은데 수많은 인용문들을 본문과 똑같이 처리해놓아 혼란스러웠습니다. 인용문은 좌우 여백을 더 준다거나 활자크기 혹은 서체를 달리해서 구별해주는 것이 좋지않을까 싶더군요. 물론 제 느낌이지만.

유능한 출판편집자라 해도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면 그저 저자일 뿐인지, 편집에 관해 요구할 수 없는지 궁금하더군요. 

어쩌면 저의 상황과 같을까요? 편집자이지만 가끔 이렇게 서평이라도 쓰면 다른 편집자에게 편집되는 운명이니까요. (물론 저같은 경우, 남이 편집해주는 게 훨씬 맘편합니다. 저보다 유능한 편집자들이니까요. 제가 쓴 여행기사를 제가 편집한 적이 있는데 어느 선배가 와서 "누가 니기사를 이렇게 망쳐놨니" 라고...)





여기서 서평마감 뒷이야기.

수요일엔 책을 읽는다는 핑계로 놀다가 11시가 다 되어 퇴근했구요, 다음날 아침까지도 줄그어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쓸만한 말들을 다다다 쳐놓은 뒤 기사를 정리하려는 순간, 다른 기사들을 한번 보고싶었어요. (이때 너무 잘써진 기사를 보게되면 대략 낭패. 순간 의지박약이 되면서 독창적인 기사를 쓸 수 없어지거든요.)

마감에 쫓기던 그순간에 검색할 수 있던 기사들은 두군데 것이었는데요. 모두 그녀가 거쳐간 출판사 이름들을 주루룩 나열하며 그녀의 약력을 다뤘습니다. 둘 다 서평보다는 인물기사의 성격을 띄고 있었거든요.

모두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큼 커다란 출판사들이지만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죠. 저는 현재 그녀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이름마저 쓰지않을 작정이었거든요.

조금 고민하다가 책이 나온 출판사는 다른 곳이니 그저 출판사 대표라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막판에 출판사 이름을 넣었는데 하필 틀리게 썼는가 봅니다.



문화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산책에서 전화오는거 아냐? 근데 얘는 ~산책을 왜 ~생각이라고 적었지?"

"으윽~"하며 머리긁고 있는데 급기야는 책담당선배가 달려와 묻습니다. "소정씨, ~생각이 아니라 ~산책이 맞는 건가?"



결국 그렇게 서평은 나갔습니다. 왠지 제가 너무 열심히 읽었나 싶어지더군요. 출판 편집의 세계가 궁금했기도 했고, 일단 쓰려면 다 읽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기사 쓸때는 멘트 한두개와 저자의 약력이면 충분해지더라구요.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만 읽어도 기사가 나온단 말이죠. 물론 저는 억울해서 책 내용을 열심히 썼지만 다른 기사가 다 그렇더라구용.




<편집자 분투기> 서평은 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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