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가 남겠는데요?"

집근처 가정의원에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의사가 싱글싱글 웃었어요. 그래서 저도 생글생글 웃으며 돌아와 언니에게 "흉터가 좀 남는대. 내가 다리로 먹고살 것도 아닌데 뭐 어때. 어허허~" 했었죠.

그런데 어제 저녁. 환부가 간지러워서 퇴근길에 들른 ㅇㅈㅎ피부과의 의사가 잔뜩 찡그리며 말하더군요.

"이런! 흉터가 남겠는데욥!!!"

순간 저의 마음은 무너져내렸습니다. 약국에서마저 다치자마자 항생제를 먹었으면 지금처럼 덧나지 않았을거라 하니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Fire Burn, Fire Burn" 영어가 통하지 않아 대충 "베트남 굿" 하는 소리를 듣고 신비의 약초마냥 이상한 식물이 그려진 약만 사서 발랐던 게 억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베트남도 처방전을 받아야 항생제를 살 수 있다면 조금 덜 억울하겠지만 그것도 아닐듯하고. 서운함이 온몸을 타고 흘러서 도저히 그냥 집으로 갈 수가 없더군요.

여기저기 전화걸어 내 슬픔을 위로해줄 어린양을 찾았습니다. 친한 회사동기는 아직 일이 바쁘다합니다. psyche님은 전화기가 꺼져있다며 음성사서함이 메롱거립니다. 또 누가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 ㅎ대근처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행히 신촌에 있습니다. 친구 여럿이 만나고 있다고 해요. 흔치않은 일이지만 일행에 섞여보기로 합니다. 가보니 멤버는 저까지 6명. 제 친구의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 뭐 좀 복잡한 조합이었습니다. 성별은 남1/여5, 국적은 영국1/한국5. 쉽게 표현하면 영국남자가 한명 있었습니다.



마침 영어로 이어지던 대화를 중단하고 한국어타임을 갖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영국인에게 묻습니다. "왜 한국어를 공부해요?"

그러자 그가 답합니다. "왜? 왜? 아 어 왜냐면 한국어가 힘들어서 열심히 공부해야해요."

다시 누군가 물어요. "어려우니까 공부할 필요 없잖아요. 스패니쉬, 프렌취까지 할수 있는데"

그러자 그가 답해요. "힘드니까 한국어 공부해요. 스패니쉬는 나한테 너무 쉬우니까 공부안해요."



나중에 영어로 설명한 "힘드니까 공부한다"의 의미는 이런 것이더군요.

'영어권 사람들이 어느 나라에 가도 남들이 영어를 써줄거다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게 되는 곳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게 옳지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왔으면 어렵지만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야한다. 물론 중국에 가게되는 일은 걱정이다. 중국어는 한국어보다 더 어려울 것 같으니까'



저는 영어가 통하지않아서 흉터가 생기게 되었다고 베트남을 원망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사실 제가 베트남 말로 물어봐야 정상인 것이더군요. 물론 제가 갖고있던 가이드의 베트남어 안내엔 '항생제'는 커녕 '약국'조차 없었지만, 어쨌건 영어 못하는 약사를 원망할 일이 아니었어요. 베트남어를 잘 몰랐던 어느 관광객의 잘못일뿐.


* 표정 웃기죠? 원래는 왼쪽이 땅이고 오른쪽이 하늘인 사진이네요.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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