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1월말부터 강남에 위치한 ㅅ교회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3~4년의 공백은 있었지만 그동안 제가 보아온 ㅅ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교단에서 나름대로 건강한 교회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광복절예배였습니다. 1~6부 예배 중 3~4부의 설교를 맡은 사람은 모신학대학교의 총장. 성경본문은 신명기 32장 7-10절이었습니다.
"오늘 ㅇ목사가 출타중인 줄 알고 설교를 하러 왔는데 두눈 시퍼렇게 뜨고 앉아있어서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유머스럽게 시작한 설교는 눈물이 그렁그렁, 목이 카랑카랑한 흥분상태의 독설로 변해갔습니다.
출애굽후 40년간의 광야생활과 우리의 일제시대는 거의 비슷한 기간이다... 일제시대때 교회가 신앙을 유지하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나는 보았다, 나는 보았다. 대로에서 일개 순사가 군수의 뺨을 때리고, 예배시간에 칼찬 순사들이 뒤에 서서 말한마디 잘못했다고 목사를 잡아가던 모습을... 그 시대를 살아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친일청산한다 주장하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 교회가 얼마나 힘들게 신앙을 지켜왔는데... 가나안땅에 들어간 사람들은 40년간의 광야생활을 기억해야했다, 우리도 그 일제시대를 기억해야한다... 왜 친일청산 친일청산 하며 교회와 ㅈ일보와 ㄷ일보를 들먹이느냐...
옆자리에 앉아있던 언니부터 까무라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우리 할아버지도 친일한 것 아닌가 싶다며 우리는 반성해야한다던 그녀입니다.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한 사람들을 문제삼는 게 아니라, 떵떵거리며 누리고 살았던 사람들을 단죄하자는 것 아니냐..." 언니는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설교중에는 심지어 이런 표현들이 나왔습니다.
미국은 그 어렵던 시절에 선교사들을 보내 우리나라를 도왔다...
미국선교사와 미국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며 친미적 시각도 여실히 보여주시더군요.
무엇을 이야기하고하는 설교였는지 헷갈릴만큼 정신없는 독설 가운데 제가 이해한 오늘 설교의 요지는 <친일청산 하자는 거 뭘 모르는 소리다>입니다. 다른 장소에서 예배드렸던 작은언니의 말에 따르면 "이런 설교 못 듣겠다"며 뛰쳐나간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강남에 위치한 교회이기에 부유층, 기득권층이라 부를만한 사람들도 많지만 그만큼 젊은이들의 숫자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러저러한 대립의 사회갈등이 교회안에도 투영되곤 합니다.
마지막에 담임목사께선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넘어야한다며 나라를 위한 기도, 정치권과 대통령을 위한 기도, 북한을 위한 기도를 하자고 수습하기는 했지만 참 뜨악한 날이었습니다.
지난주에도 어느 교회 원로목사께서 "젊은이들이 이제는 폐기처분해야할 공산주의를 신봉하며 나이든 사람들을 수구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설교하시더군요. 그래도 그날은 양호했습니다. 오늘의 설교만은 제발 교회의 사역방향과 일치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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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