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이었는지 수요일이었는지 가물가물한데요.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을 봤습니다.

영화담당에서 정치부 복귀하신 (줄 알았더니 느닷없이 국제부 야근을 하고계셨던)

ㅇ모선배(지난번에 이름도 써버렸으면서)가 열렬히 추천하셨던 바로 그 영화.







조제는 여주인공의 이름. (본명은 미와꼬였던가... 무슨 꼬였는데... 꼬인다...)

사강의 소설에 나온다는군요.

호랑이는 동물원 철창안에서,

물고기들은 호텔방 안에서 놀고 있었어요.







조제는 "이랬어야~ 저랬어야~" 처럼 들리는 오사카 사투리를 써요.

나이도 어린 것이 목소리도 할머니처럼 쫙 깔아서, 무섭다가 귀엽다가 했어요.

여주인공 이케와키 치즈루는 '귀여운 배우하면 떠올리게 되는 이름'이라고 들은 적이 있는듯.




남주인공 츠마부키 사토시는 <워터 보이즈> 시절에 비해 많이 어른스러워졌어요.

그래서 영화가 생각보다 야하더군요.

세 여자와 베드신. 대단합니다.






남주인공이 바람둥이냐 아니냐를 놓고 고민하게 되는데요.

일단 감정없이 함께 잠자리 날아다니는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자기에게 호감이 있는듯한 이쁜 여자도 마다하지 않았고

또 조제를 만나고...

세다보니 바람둥이로군요. (이런... 얼굴값!)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대학 신입생환영회에서 남주인공이 SM변태청년을 때리던 장면.

(때리는 장면이 좋았다고 써놓으니 저또한 변태같군요.)

술취한 남주인공이 웃으면서 내뱉었던 슬픈 한마디 "힘들게 잊었는데..."

바람둥이에게도 순정은 있는... 거죠?





p.s.1

이 영화 몇군데 밖에 안하는데요. 

두번 세번 보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p.s.2

공식홈피 게시판에 이러저러하게 감상을 써놓은 사람들 중에는

남녀주인공의 베드신이 싫었다고 하신 분들이 있어요.

남자가 바람둥이 같아서인지...


p.s.3

변태청년 외에 또다른 변태가 나오는데요.

일본에 변태가 많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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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컴퓨터는 바이러스 때문에 2주전에 전사.

작은언니네 컴퓨터는 눈물 없이는 갖고놀 수 없는 사양.

결국 금요일밤, 컴퓨터 조립이 취미인 오빠가 상경했다.



(여기서 가족사항 공개. 언니(69)/언니(72)/오빠(74)/나(77) 

딸로는 셋째가 분명하나 오빠가 중간에 낀 탓인지 외모가 셋째딸스럽지 않아 대략 낭패)



평소 "그만 좀 하라"고 욕먹는 나의 언어유희는

상당부분 '언어유희 지존' 오빠에게서 비롯하는 바,

이날도 한판 대련을 앞두고 있었는데...



반쪽으로 잘라놓은 배를 들고온 오빠.

"배 반이야. 배반"

그때 '배'를 응용한 무언가로 반격하려는 순간.

옆에서 놀고있던 박효리의 예상치못한 공격

"배 들어, 베드로"



베드로...

예수가 수난을 당할때

곽씨부인, 퀴리부인, 애마부인...

세 부인을 불러 '세번 부인'했다고 소문난 그 베드로.



우리가족은 '언어유희 신동'의 탄생을 목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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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폴' 선셋

폐기/movie以樂 2004. 10. 28. 19:39
해질무렵,

일명 '두근두근 체인지'... 

인사이동 발표가 있었습니다.



며칠전부터 (저희가 아빠라고 부르는) 팀장께서

본지편집쪽으로 (저는 섹션편집팀) 이동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었어요.

그래서 어제 저녁 돈모아서 '빈폴' 남방을 선물했는데

(빈폴 남방에 선이 세게 그어지면 '빈폴 선셋')

인사 방을 봤더니 이름이 없네요. 

어제 농담으로 방 안붙으면 남방 내놓으시라고 했는데...

(밤에 들어보니 편집부는 자체적으로 인사를 내야하는 모양이네요. 결국 아버지는 가시나봐요.)



그보다 가슴철렁한 일은 그녀를 잃었다는 것.

가끔 점심도 또 저녁도 함께 먹고, 별다방이나 콩다방 혹은 이마다방에 가서 책도 보던 친구.

가끔 '동료 최모기자'로 등장했던 나의 그녀를, 사회부에 빼앗겼습니다.



일끝내고 몰래 '비포 선셋'을 보고온 사이.

그녀없는 세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린, 연락처도 알고 있고 같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막연히 오늘부터 6개월 후 콩다방에서 보자고 해도 엇갈릴지 몰라요.

우연히 경찰서 앞에서 그녀와 마주친다면, 아마 나는 그녀에게 노래를 불러주겠지요.



앗, 아니다. 생각해보니 난,

그녀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기로 했어요.





정치부로 떠나가는 이용욱선배는 이영화를 보고 "좀 추해졌어" 라고 했지만

저는 휴우~ 다행이다... 생각했어요.

많이 변했지만, 나이들고 삶에 찌들었지만

그래도 서로를 소중함으로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아니 그날밤을 그리워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배신감을 느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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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언니와 효리는 파주 출판도시에 다녀왔다. 



효리가 비치되어있는 뭔가를 갖고놀았나본데

몇살 더먹은 아이가 내놓으라고 하면서 한대 쳤단다.



울면서도 손에 쥔 것을 놓지않는 효리와 윽박지르던 아이.

언니가 가만히 쳐다보자 아이는 "왜그래요!!! 우쒸" 화내며 사라졌단다.



그러자 효리가 한마디

"잘못 키워서 그래!!!"



이후부터 효리에겐 호가 생겼다.

"잘키운 효리, 피아노 다 쳤니?"

"잘키운 효리야~ 밥 먹어라"



무섭다. 

잘키운 효리가 남들한테 "아, 우리 이모? 잘못 키워서 그래"

이러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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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편집국장 임명동의투표함을 열었던 날이었지요.

(투표관리위원이었답니다. 음으하하~ 역시 '관리'는 체질이 아니었어요. 공무원 안되길 다행.)

당연히 술자리가 있지않을까 생각(혹은 기대)했지만 아무도 저를 부르지 않더군요.

냉큼 혼자 영화표를 끊었습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세중사, 세중사 하기에 잠시 전쟁영화인지 고민했던...

(이건 사실 농담. 전쟁 이야기가 아에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관 아저씨가 전쟁 나갔다 와서 사랑하는 여인을 놓친 이야기를 하죠.)



제가 영화의 이름을 다시 붙인다면, 일본판 <소나기... 그후> 라고 하겠습니다.

이옷 입혀 묻어줘, 나 업어줬던 애랑 같이 묻어줘...에 필적하는

"나, 울룰루에 뿌려줘..."

(물론 대사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기억 못하죠. 당연히.)




윤은혜를 살짝 닮은 여자아이와 어른배우와 상당히 닮은 남자아이.

어린 것들이, 정말 마음깊이도 사랑하더군요.

무균실 벽에 갖다대고 보여주는 종이 한장의 감동이란...

내가 나이를 헛먹었구나 하게 만들었습니다.



29호 태풍이 일본 전역을 강타하는 어느날. 잊었던 십몇년전의 과거와 조우하는 두사람.

남자주인공 오사와 타카오는 무슨 드라마에서 본듯한데 잘 모르겠구요.

여자주인공 시바사키 코우는 사실 주인공이라 하기에 비중이 작더군요.




시바사키 코우는 영화 <Go>에서 처음 봤는데

"아니 이렇게 섹쉬한 여인이..."하며 침을 흘렸습니다.



그러다 <배틀 로얄>을 보고나니

"아니 이렇게 무서운 여인이..." 오오오 사악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후 <환생>이나 드라마들에서 보는 그녀는 왠지 조금 우울하거나 나약한...

얼굴도 예전처럼 예쁘단 생각이 안들더군요.



이번에도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그녀도 이제 늙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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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널고 있었어요.

효리가 와서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달라고 해요.

이모는 빨래 널고 있으니까 효리가 이야기해보라 했죠.



"이모이모, 시멘트 트럭이랑 밀가루 트럭이 있었는데,

둘이서 차가 바뀌어가지고 과자로 집을 만들었더니 맛있어 가지고,

시멘트 과자를 사람들이 먹었거든? 근데 이가 부러졌거든?"



"엥? 그게 무슨 이야기야" 

이번엔 책을 가져와서 보여주면서 다시 설명을 합니다.

"이거 봐봐. 트럭이 두대 있잖아..."

이야기인 즉슨...



시멘트 운반 트럭과 밀가루 운반 트럭이 앞뒤로 나란히 길을 가고 있었는데

둘다 길가에서 볼일보고 나서 차를 바꿔탄 거에요.

저 차가 왜 내 앞이지? 앞질러 갔나?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두 운전사는 이내 차가 뒤바뀐 것을 알게되지요.

그런데 "알게 뭐야" 하면서 그냥 길을 가죠.

그러다 갈림길에서 밀가루를 실은 트럭은 왼쪽으로,

시멘트를 실은 트럭은 오른쪽으로 각자 제길을 갑니다.



어느 노부부가 집을 짓고있는 곳에 도착한 밀가루트럭.

시멘트를 섞던 인부들이 말합니다.

"시멘트가 왜이리 곱고 희지? 혹시 밀가루 아냐?"

"알게 뭐야"

결국 아주 어여쁜 건물이 지어졌는데 가정부가 불을 땠더니 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이야~ 맛있는 과자다"

아이들이 집 여기저기를 뜯어먹기 시작합니다.



오른쪽 길로 갔던 시멘트 트럭은 제과점에 도착했어요.

과자 반죽을 하던 제빵요리사들이 말합니다.

"무슨 밀가루가 이렇게 파랗지?"

"알게 뭐야"



잠시후

우르르~ 빠직~

우두둑~ 아야~

집이 무너져서 아이들의 등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과자를 먹던 사람들의 이빨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그 트럭운전사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달나라에 별장 짓고 잘 살았대요.



아니 이렇게 황당한 동화가 어디 있단 말이에요.

머리말을 보니

"이 고약한 동화는 어린이들이 이런 어른이 되지 말라는 뜻이다.

잘 설명하면서 읽어줘야 한다"

라는 이현주목사님(이분이 쓰셨어요)의 글이 있더군요.

이현주목사님 참 멋진 분인데 솔직히 이 동화는 의외였어요.



"효리야, 어쩜 좋아. 이가 부러진 사람들은?"

했더니 박효리왈.

"몰라~ 알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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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에 잘못 소문난 것이 하나 있다. 

"임모씨가 입사 이후에도 수능 '수리탐구영역'을  풀어서 맞췄다더라"



윗 문장에서 '다'에 주목하길 바란다.

나는 시험지를 '다' 풀었던 일이 없다.

입사 첫해 수능 답안지를 신문화하는 과정에서

기다리기 심심해서 딱 한페이지 풀었다.
 
그 페이지에서는 오답을 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3점, 4점짜리에선 가물가물한 공식들을 소환해야 하는 고로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어려서는 수학에 뛰어났다.

초등학교 6학년때 산수경시반 6명에 뽑혀서 훈련받고

일본경시대회 문제로 최종관문을 통과한뒤 두 명이서 대회에 나갔다.

같이 출전한 친구가 내가 실수한 문제들을 맞췄다기에 불안해서 잠못이뤘지만

내가 1등이었다.



중3때도 한번 수학경시대회에 나갔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5등 정도 했던가보다.

(여기서부터 실력이 떨어져가는 걸 알수 있다.)



고등학교때(아시다시피 과학고).

수학천재는 도처에 널려있었다.

어려운 문제 두개 내놓고 "현상금 만원" 하는 수업.

풀어도 안풀렸고 기분 나빴다.

점점 수학과 멀어지기 시작하더니

종합성적은 상위권이었으나

비슷한 점수대의 아이들보다 수학은 떨어지고 영어와 논술이 앞서는 기현상.

그렇게 나의 수학시대는 끝났다.



지금 나의 수학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언니는 나를 백화점 세일마다 달고다니면서

"저거 20프로 할인하면 얼마냐, 아까 거기꺼는 얼마였냐"하며

인간계산기로 활용한다.

지금도 동료 최모기자는 "3만에이커는 몇평이냐"고 묻는다.

그렇다. 곱하기 귀차니즘이 적다는 정도가 지금 내 수학실력의 전부다.



"산수 말고 수학이 실생활에 쓸모가 있더냐"
 
한참이나 수학과 가까운 사이였던 나도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그 쓸모없던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는 아마 아직도 수학과 친했을지 모르겠다.



900페이지가 넘지만 "이 두꺼운 책이 어찌 쉽냐"고 하시지 말라.

타겟이 고등학생이고, 그들을 위해 어려운 것은 대충 넘어간다.

술술 읽히는 교양서와 수학책의 짬뽕이다.

'수학'이라는 두 글자에서 마음에 생기는 진입장벽만 넘어달라.

그게 내수준이다.
 





<수학 바로보기> 링크는 요기!
http://www.khan.co.kr/section/art_view.html?artid=200410151638451&code=9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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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처음 한시간 동안은

이 영화의 결론을 알고왔었어야 했다고 후회했어요.

그러나 나머지 한시간은 결론을 알고왔었다간 큰일났었겠다고

한시간 전에 했던 생각을 후회했어요.






영화를 보다가 문득, <연인>이 떠오르더군요.

눈이 안보이는 이 여인 때문이었어요.

사랑에 자신을 던지는 여자. 장쯔이만큼이나 용감하죠.





저는 그녀가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이

그녀의 사랑 때문이라기에

정말 그런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거였어요.

볼 수 없는 게 힘이라는 게 아니라,

볼 수 없기에 지킬 수 있을 거라는...




보고나면 허무한 게 이번 영화를 본 사람들의 공통된 느낌 같네요.

돌아오는 길에 고민해봤어요. 

구성도 빈틈없고 그럭저럭 놀랄만한 반전도 있고...

근데 왜 허무할까.




글쎄요... 반전이 너무 강해서 일까요?

장르라는 기본 전제마저 뒤집어버렸으니...





p.s. 아참, 이해가지 않는 게 있어요.

그 냄새를 풍기는 물체는 왜 만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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