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언니가 효리에게 말했어요.

"나중에 이모 결혼하면 저 방 효리가 쓸텐데, 우와 좋겠다 그지?"




그러자 효리는 통곡하면서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엄마아아아아~

그럼 옆집에 살아, 아니 안돼, 그래도 같이 살아아아아~

우리 큰집으로 이사가아아아아~

어엉엉엉~ 같이 살아아아아아~"

이러더래요.




그런데 한참이나 울다가 코를 풀면서 한마디 하더래요.

"근데 우리랑 같이 살면, 남자는 어떡하지?"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드르륵~

"오뎅갤러리에 오뎅보러가"

언니가 조카를 데리고 로댕갤러리에 간다는 문자였어요.

조금 있으니 또 드르륵~

"여기 이루마 콘서트도 한대. 줄서있어."





9시반쯤 집에 돌아온 조카는 아주 상기된 얼굴로 말했어요.

"이모, 짱 재미있었어. 나 피아노도 들었다."

나중에 언니에게 들으니

"이루마가 꽤 귀엽던데. 

효리가 딱 보더니 나 커서 저오빠랑 결혼할래 하더니

조금 있다가 꾸벅꾸벅 졸더라"





자라는 새싹의 꿈을 북돋아주고 싶었던 이모는

집에 있는 이루마CD를 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효리는...

"이모, 얘가 누구야?" 



'폐기 > 이모를 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ㅎ갤러리 입술展(?)  (36) 2004.12.11
그 남자는 어떡하지?  (9) 2004.12.10
노릇노릇 이모노릇.  (22) 2004.11.14
언어유희, 대를 잇다  (12) 2004.10.31
"잘못 키워서 그래!!!"  (12) 2004.10.25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쏘뒝: 저... 저기요~

하나, 앨리스: 네? 누구세요?






<하나와 앨리스>

이 영화를 보려고 2주를 별렀습니다.

간판 내릴까봐 조마조마 했지요.




흐뭇한 우정,

산뜻한 3각관계,

그리고 가슴떨리는 교복 작렬~ (끄아아~ 만인의 로망이어라)





그녀들 사이에 잠시 한 남자가 끼어듭니다.

(잠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 누가 아나요, 어찌될지)



줄거리에는 꽃미남이라고 나오지만 글쎄요.

전형적인 일본남자 키에 (작아요, 작아)

체구도 왜소하고 (나같은 '어깨'에겐 안돼)

만담을 줄줄 외고 다니질 않나

책에 한눈 팔다가 어디 부딛히질 않나

다른사람에게 끌려다니질 않나... 맹~한 남자에요. 







셋이 바닷가에 피크닉가서 먹는 음식이 아주 독특하더군요.

우유와 미소시루(된장국)가 한꺼번에 생각난다니

한번쯤 만들어보고 싶네요.

그런데 누가 먹어줄까 몰라... 안그래도 기형적인 손구조...





앨리스 (아리스가와)역 아오이 유우.

특별히 일본인스러운 마스크는 아닌 것 같아요.

긴머리 때문인지 <인도차이나>의 린당팜도 생각나고

길거리에서 보면 그냥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할것도 같아요.




속없는 엄마 다독이며 어른스러운 척해도

속으로는 아버지가 그리운 아이.

영화를 보면서 점점

그녀를 보면 가슴이 뛴다는 미야모토와 공감하고

'하나'를 미워하게 되더군요.

(그러나 실은...앨리스가 더 예뻐서일지도 모름.)




인터넷용 단편들을 찍었다가 장편으로 묶었다죠.

단편에선 한사람의 시선만 나온다던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처럼 단편 네조각으로 쪼갤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보면서 왠지 마음이 가벼워지고,

극장문을 나서면 산뜻한 봄날일것만 같은 영화.

마음도 춥고 몸도 춥다면 한번 보셔도 좋겠네요.




p.s.

특히 스트레스 푸는 독특한 방법이 필요하시다면 꼭 보세요.

무지 황당하지만 한번 해보고 싶었답니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어제저녁 친구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내일 기타노 다케시 영화 안볼래?"

영화 이름이 뭔지도 모르고 오늘 약속장소에 나갔습니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의 시사회인가 생각했는데 영화가 너무 옛스러운 거에요.

찾아보니 91년에 만들었군요. 초기작 중 하나랍니다.

8월에 개봉도 했다고 나오는데 어디서 했나 모르겠어요.




주인공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다보니 참 느리고 조용한 영화입니다.

영화음악이 <히사이시 조>라는데 상당히 반복적이고 튀지않는 음악입니다.

어딘가 보니 '미니멀'하다는 표현을 썼더군요.




충격적 결말마저 조용합니다.

코믹한 캐릭터가 많아서 하품나올만큼 지루한 것도 아닌데

끝나고 나면 생각보다 러닝타임이 짧구나 하며 놀랍니다.




그 여름, 그의 인생은 조용히 빛났구나... 생각하면서

이 겨울을 빛낼 수 있을까 다짐합니다.

(빚이나 안내면 다행입니다만...)




그나저나 오늘 함께 간 친구를 소개해야지요.

고등학교/대학교 친구이며,

예전에 삼계탕 때문에 

서로 인내심테스트를 해버렸던 사건의 주인공입니다.

(관련글 원본 참조)




오늘도 역시나 "피카디리 앞에서 보자"고 해놓고

지하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한참 밖에 있다가 그나마 통화를 시도한게 다행이죠.





p.s.

지지난주에 그녀의 생일이 있었는데

그날 저는 '문어발식 친구관리'의 진수를 맛보았습니다.

멤버가 아주 다채로웠는데

일단 저는 고등학교/대학교 친구, 다른 한명은 대학 과동기,

두명은 암참(미상공회의소) 인턴시절 동기와 선배,

한명은 암참 동기의 지인, 또 한명은 그 지인의 친구,

다른 한명은 영국문화원에서 같이 수업들었다는 중국인유학생...



그런데 대화의 불똥이 혈액형으로 톡 튀더니

그녀가 마구 열변을 토했어요.

그래서 "너는 무슨 형인데?" 했더니

아니 10년넘게 알고지내면서 자기 혈액형을 모르냐며

"소정이 너는 A형이잖아" 하더군요.



저의 진짜 혈액형은 나중에 그친구가 다른 언니에게

"AB형이 진짜 이상하잖아요" 할 때

그언니와 내가 동시에 분개하면서 밝혀졌는데

그녀는 계속 "아닌데, 니가 AB형일리가 없는데..." 하더랍니다.



왜 안 믿을까요, 내 피를... 나의 초록색 피를...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시네큐브에서 <비포 선셋>보려는데 두 청년이 말을 걸어왔어요.

"누구세요?"

순간 "펑~ "하고 폭죽을 터뜨리며 달리는 오토바이가

먼지나는 벌판을 달려

제 가슴 속으로 들어왔어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가 아직 '에르네스토 게바라'이던 시절에

남미대륙 종단여행을 떠났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그의 여행을 따라가면서 순서대로 찍었다고 해요.

마치 그대로 따라오라는듯.

순박한 사람들이 흑백사진처럼 가만히 서서

(ㅍ탈취제 선전처럼 사람들은 멈춰있고 말과 케이블카는 움직여요.)

그의 눈 속에 새겨질 때

우리 기억 속에도 아주 깊이 자리를 잡나봐요.

남미는 직항도 없고 참 먼 곳인데,

그 힘들다는 쿠스코~마추픽추 트래킹을 

'여행 소망상자'에 넣어두게 하는군요.



아들을 걱정하면서 계속 여행을 말리다가

떠나는 날엔 "나도 꿈꾸었던 여행이다"라며

아들을 껴안아주던 아버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망가진 오토바이를 떠나보내던 서른살 청년의 눈물도 기억에 남구요.




영화는 도입부에서

영웅이 아닌 평범한 두 청년의 이야기라고 설명하지만

사실 이 사진의 구도처럼 잘생긴 청년의 변화에 무게가 쏠립니다.

저 뒷청년은 이 역할을 위해서 8킬로그램인가를 찌웠는데

실제로 체 게바라의 친척이라지요.



잘은 모르겠지만

그의 비극적 최후를 알기에

그의 너무 솔직한 품성이, 빛나는 젊음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그의 얼굴을 새긴 티셔츠와 책이 잘 팔린다고들 할 때 전,

쓸데없는 반감으로 거부해왔는데

영화를 보고나선 이젠 도저히 참을 수 없군요.

다늦게지만 빠알간 <체 게바라 평전>이라도 사야겠습니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요즘 Book소리가 뜸했지요.

한달도 넘게 <내친구 마키아벨리>를 읽고 있습니다.

친구 사귀는 게 오래걸린다구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게으른 것은 사실이에요.

침대에서 책읽으면 바로 잠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외에도

피렌체를 헤매다 말고 자꾸 딴길로 빠진 핑계가 있답니다.



한주는 바람맞고
(날씨를 바꾸는 요술쟁이 바람/어린이책이라서 링크 안함)

한주는 풍뎅이랑 놀다가 
(풍뎅이 동쓰의 즐거운 꽃밭/상동)

한주는 러시아마피아에 쫓기다가 (굿모닝 러시아)
http://www.khan.co.kr/section/art_view.html?artid=200411051703361&code=900308

또 한주는 화가를 쫓아다녔지요. (고흐)
http://www.khan.co.kr/section/art_view.html?artid=200411121717561&code=900308



어린이책은 금방 읽지만

어른책은 하루이틀동안 죽도록 읽어야 하니 힘들어요.

수요일 저녁과 목요일 아침에 달달달 하고나면

며칠간 만화책 외엔 손에 들지않게 됩니다.



그래도 서평을 맡으면 좋은 점.

평소 읽는 속도나 집중력과 비교한다면 가공할만한 파워로

어떻게든 새책 한권을 읽어낸다는 점이죠.


 
아참,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왔어요.

"임**기자십니까, KBS 조재익기잡니다."

"네, 안녕하세요." - 이때까지 누군지 몰랐음.

"제 졸고에 대해 기사를 잘 써주셔서..."



앗, <굿모닝 러시아>의 필자였습니다.

이름도 못외고 있다가 깜짝 놀랐답니다.



'폐기 > 둥둥 Book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는 나의 책갈피  (32) 2004.12.13
책에 봐라~  (18) 2004.12.11
쏘뒝의 사실은...2  (28) 2004.10.15
또 만났네 또 만났어, 파인만씨.  (14) 2004.10.02
보통씨의 '여행기술' 엿보기  (24) 2004.09.14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조카와 발레공연을 보러갔다. <차이코프스키 발레 판타지>



1주일 전 토요일

집에 들어갔더니 언니가 "발레 볼 생각 없냐" 물었다.

아이가 볼만한 공연이 있는데 자기는 시간이 맞지않는 모양.

"형부가 가능하면 부탁하려고 했는데 힘들다나봐."

이쯤에서 고민.

녀석은 발레를 좀 한다. 유치원에서 칭찬도 종종 듣는 모양.

지독한 몸치 집안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예외.

이모라는 사람이 그 꿈을 꺾어버릴 수는 없지않은가...

여기서 언니의 승부수.

"친구도 데려가라. 3장 끊을게. 근데 1장값은 니가 내라."

어쩔 수 없이, 생일맞은 친구를 데려가기로 하고 표끊기 승인.

취소하면 티켓가격의 10% 지불. 취소는 안돼.



이쯤에서 다시 1주일 후 토요일 오후 12시.

어째 출근했어야할 형부가 오전 내내 늘어져자고 있다.

바빠야하는데 이상하다.



오후 2시. 깊어지는 의혹.

형부는 아직 TV를 보고 있다. 냄새가 난다.



오후 3시. 폭발.

"형부, 오늘 일있어서 못가는 상황 같지가 않은데?

지금 내가 돌잔치랑 동기모임도 못가고 거기 가는건 알고 있어요?

같이 가기로한 친구가 오전에 약속 깨서

급히 여기저기 전화한건 알고 있어요?"

형부의 한마디. "몰랐는데?"



오후 4시. 즐거워하는 아이를 데리고 씩씩거리며 출발.

"아직도 열다섯개 가야해? 거기 가면 또 기차타? 왜이렇게 멀어~~" 

아이는 지루함과 싸우다 징징징 징소리를 냈다.

속으로 '머냐, 나도 멀다'



오후 5시 20분. 친구 접선.

곧 있을 사돈 결혼식 선물을 함께 사고 허기 채우러 감.

맛있는 햄버거 사준다고 가는 길에 캬라멜 사서 안기고

K버거 가서 줄서는데 또 징징징...

'아가, 너는 꽹가리면서 왜 징소리를 내니(유치원에서 상쇠)'



오후 7시. 공연 시작.

"어린이 여러부우우운~ 지금 선생님을 불러볼까요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고양이 춤 보고나서 효리에게 자꾸 손목흔들기.

효리는 <백조의 호수> 4인무에 열광.



오후 7시 55분. 쉬는 시간.

"배고파 사줘사줘사줘사줘" 

평소 잘 안먹던 녀석이 오렌지주스 커다란 잔을 혼자 벌컥.

"이따 아이스크림 사줘"



오후 8시 10분. <호두까기 인형>

"각오해라"

어두운 무대를 보다 갑자기 내게 소리지르는 효리.

뭐지, 뭘 각오하라는 거야.



오후 8시 30분. 싸인회.

다들 줄을 섰다. 남들은 팜플렛 들고 있는데 자기만 없다고 징소리.

아, 이걸 각오하라는 거였나.

다시는 안데리고 온다고 윽박지른뒤 결국 사와서

"누구한테 받을래" 하니 모르쇠 일관.



오후 8시 50분. 데릴러온 언니부부와 접선.

형부는 "수고했다" 한마디 하더니

"공연이 7시인데 왜 4시에 나갔냐"

지하철로 화곡동에서 삼성동까지 와서

아이 밥을 먹여봤어야 알지...

알고보니 집에서는 한술 더떠

오락하면서 언니더러 과외 다른데서 하면 안되냐고 했다는...



아아, 아버지는 이러면 아니되는 것 아니었던가...





사진1. 지하철 효리. 이때까지만 해도 즐거워했다.




사진2.3. 발레리나걸즈. 어찌나 수줍어하던지 등떠밀어서 찍었다.


'폐기 > 이모를 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남자는 어떡하지?  (9) 2004.12.10
효리가 이루마를 찍었어요 (이효리아님)  (9) 2004.12.10
언어유희, 대를 잇다  (12) 2004.10.31
"잘못 키워서 그래!!!"  (12) 2004.10.25
몰라~ 알게 뭐야!  (10) 2004.10.19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문제: 다음 내용이 설명하는 영화는?



흥행 보증수표였다가 시나리오 열심히 튕기면서 너무 오래 놀아버렸던 한석규와

단편영화 <호모 비디오쿠스>로 천재 소리를 듣던 변혁감독의 만남.

부산영화제 폐막작.



1. 다홍치마  2. 주홍치마  3. 다홍글씨  4. 주홍글씨


(힌트: 혹시 정말 모르시겠다면 글 제목이나 아래 포스터를 보셈)







부산영화제에서도 그렇고 개봉전 시사회에서도 평이 좋았던 편이라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고보니 부산영화제 개막작이던 <2046>을 지나쳤군요. 내사랑 기무타쿠를... 잊었네요.)

게다가 주변 선배의 추천도 있었어요.




보고난 느낌은 아쉽게도 '용두사미'.

중간까지는 좋았는데 뒤로 가면서 힘이 달리는 것 같더군요.




욕심의 끝은 파멸... 공감이 가긴 하지만

파멸로 이르는 계기가 너무 우스울만큼 황당하고

그 며칠이 너무 길게 느껴져서 조금 지루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반전이라는 게 있긴 한데 그닥 충격적이지가 않아요.

구성 자체는 빈틈이 없는데도 2% 모자란 느낌.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는 재즈싱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다 싶지만, 이은주의 노래도 들을만했고

(사견이지만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 김효진의 목소리가 재즈에 더 어울리는듯)

장한나를 흉내낸듯한 엄지원의 첼로 연주도 자연스럽더군요.

성현아의 누드야, 경험자라서 그런지 뭐... 상당히 매끄러웠지요.








전엔 성우출신인 한석규의 목소리가 참 좋았었는데

캐릭터 탓인지 느끼하고 비굴하게 들리더군요.

한석규가 부른 '8월의 크리스마스'를 정말 즐겨 듣는데 말이죠,

이 영화에서 '파체파체...' 할때는 뭐랄까, 거부감이 확 들더군요.

그게 연기를 잘했다는 뜻이 되겠지만

가끔은 오히려 이은주 목소리에 묻힌다는 생각도 들더랍니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