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와 발레공연을 보러갔다. <차이코프스키 발레 판타지>



1주일 전 토요일

집에 들어갔더니 언니가 "발레 볼 생각 없냐" 물었다.

아이가 볼만한 공연이 있는데 자기는 시간이 맞지않는 모양.

"형부가 가능하면 부탁하려고 했는데 힘들다나봐."

이쯤에서 고민.

녀석은 발레를 좀 한다. 유치원에서 칭찬도 종종 듣는 모양.

지독한 몸치 집안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예외.

이모라는 사람이 그 꿈을 꺾어버릴 수는 없지않은가...

여기서 언니의 승부수.

"친구도 데려가라. 3장 끊을게. 근데 1장값은 니가 내라."

어쩔 수 없이, 생일맞은 친구를 데려가기로 하고 표끊기 승인.

취소하면 티켓가격의 10% 지불. 취소는 안돼.



이쯤에서 다시 1주일 후 토요일 오후 12시.

어째 출근했어야할 형부가 오전 내내 늘어져자고 있다.

바빠야하는데 이상하다.



오후 2시. 깊어지는 의혹.

형부는 아직 TV를 보고 있다. 냄새가 난다.



오후 3시. 폭발.

"형부, 오늘 일있어서 못가는 상황 같지가 않은데?

지금 내가 돌잔치랑 동기모임도 못가고 거기 가는건 알고 있어요?

같이 가기로한 친구가 오전에 약속 깨서

급히 여기저기 전화한건 알고 있어요?"

형부의 한마디. "몰랐는데?"



오후 4시. 즐거워하는 아이를 데리고 씩씩거리며 출발.

"아직도 열다섯개 가야해? 거기 가면 또 기차타? 왜이렇게 멀어~~" 

아이는 지루함과 싸우다 징징징 징소리를 냈다.

속으로 '머냐, 나도 멀다'



오후 5시 20분. 친구 접선.

곧 있을 사돈 결혼식 선물을 함께 사고 허기 채우러 감.

맛있는 햄버거 사준다고 가는 길에 캬라멜 사서 안기고

K버거 가서 줄서는데 또 징징징...

'아가, 너는 꽹가리면서 왜 징소리를 내니(유치원에서 상쇠)'



오후 7시. 공연 시작.

"어린이 여러부우우운~ 지금 선생님을 불러볼까요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고양이 춤 보고나서 효리에게 자꾸 손목흔들기.

효리는 <백조의 호수> 4인무에 열광.



오후 7시 55분. 쉬는 시간.

"배고파 사줘사줘사줘사줘" 

평소 잘 안먹던 녀석이 오렌지주스 커다란 잔을 혼자 벌컥.

"이따 아이스크림 사줘"



오후 8시 10분. <호두까기 인형>

"각오해라"

어두운 무대를 보다 갑자기 내게 소리지르는 효리.

뭐지, 뭘 각오하라는 거야.



오후 8시 30분. 싸인회.

다들 줄을 섰다. 남들은 팜플렛 들고 있는데 자기만 없다고 징소리.

아, 이걸 각오하라는 거였나.

다시는 안데리고 온다고 윽박지른뒤 결국 사와서

"누구한테 받을래" 하니 모르쇠 일관.



오후 8시 50분. 데릴러온 언니부부와 접선.

형부는 "수고했다" 한마디 하더니

"공연이 7시인데 왜 4시에 나갔냐"

지하철로 화곡동에서 삼성동까지 와서

아이 밥을 먹여봤어야 알지...

알고보니 집에서는 한술 더떠

오락하면서 언니더러 과외 다른데서 하면 안되냐고 했다는...



아아, 아버지는 이러면 아니되는 것 아니었던가...





사진1. 지하철 효리. 이때까지만 해도 즐거워했다.




사진2.3. 발레리나걸즈. 어찌나 수줍어하던지 등떠밀어서 찍었다.


'폐기 > 이모를 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남자는 어떡하지?  (9) 2004.12.10
효리가 이루마를 찍었어요 (이효리아님)  (9) 2004.12.10
언어유희, 대를 잇다  (12) 2004.10.31
"잘못 키워서 그래!!!"  (12) 2004.10.25
몰라~ 알게 뭐야!  (10) 2004.10.19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