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기억이 연동하는 경우가 있죠.

저같은 경우 주로 90년대초 유행가를 들으면 어지러워지는데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뻐꾸기 둥지로... 뭐 이런것만 들어도

이상하게 고교시절의 어두운(?) 기억들이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게 된답니다.





그래서 가끔 헐리우드 하이틴 영화를 골라보곤 해요. 

<쿨루리스> <브링 잇 온>...

보고나면 잊어버리는 전형적인 팝콘무비지만

왠지 부러운 공간이거든요.

자유분방함과 젊음, 어여쁜 미녀들의 종합선물세트잖아요.

물론 약육강식의 인간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긴장감도 적절하구요.





어제밤 비디오가게에서 골라잡은 것은 <퀸카로 살아남는 법>.

아프리카에서 살다 와서 난생 처음 학교를 다니게된 한 여학생이

학교를 주름잡고있는 여왕벌그룹에 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인데요.







포스터로 볼 때는 별로다 싶었던 여왕벌역할의 배우,

영화에서 보니 정말 바비인형 같긴 하더군요.

주인공 린제이 로한(오홋, 로한왕국의 자손?)도 귀여웠구요.



(왼쪽에서 두번째가 여왕벌, 세번째가 주인공입니다)




아참, 왠지 크리스토퍼 리브와 베네치오 델 토로를 섞은 듯한

(앗 이러면 왠지 이상한 얼굴이 되는군요.) 남자배우도 있었어요.



(잘생겼죠?)


  


그런데 이 영화에서 저 여왕벌 그룹이 만드는 앨범이 있어요.

이사람 저사람 사진을 붙여놓고 그사람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은 것인데요.

나중에 의도적으로 유포되면서 전교생이 치고받고 난리가 나요.

흡사 <연예인 X파일>같은, 사실과 일방적 소문이 섞인 내용들이 말이죠.





놀랍더군요.

혹여 <연예인 X파일>이 의도적으로 유포되었다면

영화 속에서와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었을까요?

한바탕 싸우고 잊어버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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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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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을 읽다보니

이슬람교와 유대교와 기독교(천주교 포함)의 뿌리가 같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소설에서 자주 인용되는 세밀화 중 하나, '유수프의 유혹'의 유수프는

성경에 등장하는 '요셉'이구요,

그외 구약성경 속 인물들도 여럿 나오는 데다

신과 천사, 악마에 대한 개념도 비슷하더군요.




흔히 아랍사람들을

아브라함의 아들 중 하나인 이스마엘의 자손이라고 하구요,

예수는 단지 여러 선지자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소설에서도

예수를 신으로 믿는 기독교인들을 비웃는 부분도 나오구요.




갑자기 코란과 구약성경 사이에 어느정도 공통점이 있나 궁금해져

<성경과 대비해서 읽는 코란>을 wish list에 올려놓습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성경조차 잘 안 읽고 있어요.

엄마는 맨날 잠언을 읽고 지혜를 구하라 하시고

언니는 여호수아서를 다룬 QT집을 떠안겨주는데도

아아, 왜 남의 떡만 커보이는지 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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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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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말 이스탄불 어드메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맨처음 알려주는 사람은

강요에 의해 불경한 그림을 그렸노라고 주장하는,

뽑힌 이빨과 핏덩어리를 입안에 잔뜩 머금고있는
시체.


























<다 빈치 코드>의 회오리가 보글보글 솟아오를 무렵

동료 최모씨는 <내 이름은 빨강>을 추천했습니다.

둘 다 해를 넘기고서야 읽었으니 참으로 게으르기도 하죠.




미술작품과 관련된 살인사건이라고만 요약해 놓으면

둘이 비슷한 이야기일것처럼 상상하게 되지만

단순히 비교하려고만 해도 왠지

오르한 파묵에게 미안할 일 같습니다.

(어딘지 무게가 다른 것 같거든요.)




전통화풍과 서양화풍의 접경에서 갈등하는 세밀화가들.

살인, 그리고 사랑...

<내이름은 빨강>의 짜임새있는 이야기는

12년간 한여자만을 그리다 고향에 돌아온 카라와

절세미녀 세큐레와 그녀의 아버지 에니시테,

화원장 오스만과 세밀화가1,2,3 등...

각종 등장인물 입을 빌어 전해집니다.

심지어 그림 속의 개, 나무, 빨간색마저 한마디씩 합니다.

(물론 커피숍의 이야기꾼이 대신 입을 엽니다만)





살인자가 누구였는지 추적하는 동안

16세기말 이스탄불의 곳곳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묘사되는 세밀화들은

마치 눈앞에 그려져 손에 만져질듯하고

애증의 불꽃이 튀는 인물들의 갈등에는

손끝이 지릿지릿 저려오지요.





쓰다보니 두서도 없고 하여

책 머릿글과 표지 세밀화 그리고

관련기사가 잘 정리된 포스트를 링크합니다.

http://blog.naver.com/lyleen/140008634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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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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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앨범만은 써야할 것 같다.

일본 전통악기 쓰가루 샤미센의 젊은 거장, 요시다 형제.

지난해 봄에 내한공연도 했다는데 가을에야 구입했으니

상당 뒷북이었다.

(그래서 안쓰려고 했다. 하지만 참을 수 없다.)







밤이면 밤마다 아침이면 아침마다

띠디딩 띠디딩~ 좁은 방을 울려댈 때

Harvard나 Qypthone이나 Fantastic Plastic Machine의

그 무한 반복구조에 짜증내던 언니도

Orange Pekoe나 Pizzicato Five나 Swinging Popsicle의

매가리없음에 심드렁하던 언니도

"뭐냐 이건" 하며 한번 물었던 음악.




샤미센은 한 500년은 넘었다는 일본 악기고

해금 소리 비스무리 하지않난 싶은 느낌.

쓰가루는 지역 이름인듯.

(혼슈 북쪽 아오모리와 홋카이도 사이의 바다가 쓰가루해협이므로

그 동네 어드메 아닌가 싶다.)




문제는 이런 전통 악기로 현대 악기들과 함께

다이나믹한 음악을 연출한다는 것.

살풋 더운 여름날 언덕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시원함과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쏟아붓는 듯한 통쾌함이 공존한다.




20대 초반이지만 거장이라고들 표현한다.

그 표현이 맞다고, 감히 동조한다.




p.s. 동생은 이쁘장하고 형은 남자답게 생겼다.

다들 동생 좋아할 줄 알았는데 형 팬도 꽤 되더라.

이들이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연주하는 음악은

미국에서도 선풍적 인기였다고 한다.

덕분에 기모노가 멋지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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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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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홍대근처에 사는 친구와 아트레옹에서 접선.

내가 아는 여자들중에 가장 달리기를 잘하는 그녀는

<말아톤> 대신 <나를 책임져, 알피>를 택했다.

<후아유> 시절부터 조승우를 흠모해온 나는 잠시 망설했지만

'잘생긴 것들은 재미없어도 참아줘야 한다'는 지론에 의해

연기파 조씨를 버리고 노씨를 택하고 말았다.

(주드 로... 노씨집안 사람!!)








이 영화가 독특한 점은

시종일관 알피(주드 로)가 관객에게 자신의 속내를 설명한다는 점.

'허걱, 저런 말까지 해도 되나' 싶은 말을 한다 싶으면

틀림없이 관객을 보고 수다 떠는 것.

사실 남자치고 수다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또 하나 독특한 점은

알피가 과거를 반성하고 한 여자에게 정착하는

이상적 해피엔딩 따윈 없다는 것.

'인생 뭐 있어?' 하는 결론. 때론 이런게 더 사실적이다.




궁금했던 점은

미국여자들이 알피를 보면 유럽사람인 것을 알아챈다는 것.

메트로 섹슈얼적인 (어깨가 딱 맞는 재킷 등) 패션 때문인지...

난 아직도 독일사람 영국사람 프랑스사람 호주사람 미국사람

전혀 구별 못하는데...

같이 본 친구 (영국에 살다왔음) 曰.

"브래드 피트랑 비교해봐, 다르잖냐"

(그렇기는 하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나이먹을수록 외모에 신경쓰는 듯한 수잔 새런든의  

"He's younger than you."




기억에 남는 각선미는

약물중독 킹카 시에나 밀러의 다리.

50년전 브리짓 바르도가 생각나는

주근깨 가득한 복고풍 얼굴(아래사진 왼쪽)도 매력적.

이 영화 찍다가 둘이 눈맞아서 약혼했다고. 





평소 습관처럼 남자보다 여자에게 빠져서 돌아왔군.

그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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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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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종교적으로 논쟁적이다, 기독교인에게 충격적이다...

그런 느낌은 별로 없다.

물론 내가 '반인반신' 예수에 관한 이견에 익숙하고,

실은 비주류라 폄하되는 쪽으로 자주 기울었으며

(예수가 단지 '인간 예수'라 해도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기독교(혹은 카톨릭)가 역사에 저질러온 만행을 알고 있으며

태생적 비논리에도 불구하고

성서는 의미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일 게다.




문제는 어디서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하는 것이었다.

'시온 수도회'나 '오푸스 데이'의 실존에 대해 서술한 첫장에는

예술품에 대한 서술도 정확하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말이다.

미술작품에 대한 그의 해석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물론 해석하는 사람의 주관이 강하겠지만)

그 유명한 다 빈치에 왜 나는 이토록 무지했는가 한탄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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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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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책을 골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헝가리출신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5년에 걸쳐 발표한 세권의 책.

이틀만에 마지막장을 넘겼을 때 '아~' 탄성이 나왔다.



전쟁과 쌍둥이를 둘러싼 완벽한 비극.

상중하 각권이 독자적으로 완결된 구조다 써져있지만

역시 순서대로 읽어야 무릎을 친다.

상을 읽고나서 "지독하군. 그런데 야하네"

중을 읽고나서 "뭐야, 완전히 뒤집히는데"

하를 읽고나서 "그랬구나 근데 그런거야?"



'우리', '그', '나'가 들려주는 세가지 거짓말.

감탄, 감탄, 감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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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사람이 있다. 

인도 케랄라주의 깡촌에서 태어나 고학으로 건축을 공부하고

건축가, 영화작가, 심지어 무용강사로 살다가

30대 중반에 발표한 첫 소설로 인도를 대표하는 스타가 되었던 사람.

이후 '기괴할만큼 성공적인' 사람으로 인기를 누리다가

대형댐 건설을 반대하는 <더 큰 공공선> 등

몇몇 정치적 에세이 이후에

'작가-활동가'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배척당하며

인도 대법원에 기소된 사람.

(죄목은 '법정모독죄'였다)




1997년 첫 소설 <작은 것들의 神>으로 영국의 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정치 에세이 모음집

<9월이여, 오라>.

책을 손에 쥐었던 것은 지난해 여름이고,

책 제목에 맞추어 9월부터 가방에 넣어다녔지만

쥐었다 놓았다 하며 두어편 읽다가 던져놓고

새해들어 재도전해야했다.

조그맣고 얇은 책이라 가볍게 본 것이 패인.

(자꾸 다른 책들과 함께 읽기를 시도하다 포기하는 우를 범했다)





그녀는 커다란 성공을 손에 쥔채 1년여의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와

이내 가진자들 사이에 안주하기를 거부한다.

'우연히 가진자의 부를 순환시키고 있는 파이프에 구멍을 뚫어' 

그 거대한 파이프에서 나오는 엄청난 은화들에 상처입지 않을까,

자칫하면 자신의 심장마저 은으로 변해버릴 것을 걱정하던 그녀는

이내 그녀의 펜으로 '저항의 정치'를 시작한다.




현상을 보고서 묵인하는 것도 하나의 의사표현이기에

그녀는 입다물기를 거부한다.

비폭력 저항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간디를 배출해놓고

그 반세기 뒤에 핵실험을 하는 나라,

광케이블을 까는 인부들이 촛불켜고 일하는 나라,

3억이 문맹인 나라, 인도에서 

작가로 존재하는 사람의 의무는

세상을 향해 '늘 아픈 눈을 뜨고' 있으면서

그것을 글로 표현해야한다는 것.




그녀는 싸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인도 민중을 짓밟는 높으신 분들과,

그리고 

석유나 먹을 것만 보면 침을 질질 흘리며

무역봉쇄와 경제제재를 통해 민중들을 굶기다가

직접 무장시키고 지원하며 길러왔던 독재자들을 타도해야 한다며

미사일을 쏘고 난리 부르스를 추며 전쟁을 일으키는 

'부시 이류'(그녀가 부르는 조지 부시 2세의 애칭)의 나라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와...




여기저기 기고한 글들과 여기저기서 강연한 글들이 모아져서

겹치는 이야기가 많은 것이 흠이지만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그녀의 입담은

더이상 시원할 수 없다.

더불어, 매우 유머러스하다.




하나만 예를 들자.

그녀가 보는 '이라크 해방작전'은 이렇다.

"지금부터 달리기 시합을 하자,

그러나 먼저 당신의 다리부터 분질러놓고 하자"




안되겠다 하나만 더 예를 들자.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체포했다고 박수를 치고, 그래서 추후적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이 정당한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보스턴 살인교살자'(1960년대부터 체포 직전까지 13명의 백인

여성들을 모두 잔인하게 목졸라 죽인 유명한 연쇄 살인범

앨버트 드 살보)의 내장을 난도질했다고

'난자범 잭'(1888년 이후 주로 런던 이스트엔드의 창녀들을

무자비하게 난자하며 다섯번 연속 살해하였으나 끝내 잡히지않았던

영국의 연쇄살인범)을 우상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더구나 지난 사반세기 동안 저 교살자와 난자범은 동업자였습니다.

그들의 싸움은 집안 싸움입니다.

그들은 더러운 거래를 놓고 다툰 사업 파트너입니다.

잭이 최고경영자입니다."

- '새로운 미국의 세기' 중에서




내 눈에 보이는 그녀는

인도의 체 게바라요, 인도의 지율스님이다.

아니, 쿠바혁명의 성공 후에

갈곳없는 사회주의를 붙들고 고민했던 체 게바라보다

도롱뇽의 친구 자리를 버리지못하고 생명을 건 지율스님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기에.




부럽다, 그리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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