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컨데 젊은 날 기형도의 시를 읽고

시인을 꿈꿔보지 않았다는 사람은 다 거짓말쟁이다."

- 아시아 여행중인 어느 고향친구 녀석의 미니홈피에서...




고백컨데 나는 기형도의 시를 읽은 적이 없다.

(존칭 생략.

대통령에서 연예인까지 다 막 부르는 게 우리 본성 아닌가)

그래서일까. 시인을 꿈꿔본 적이 없다.

심지어 '글써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신기하다'며

타자화 하는데 맛을 들였다.

(기자도 글써서 먹고살지만,

일단 앞문장의 '글'은 문학인 것으로 믿고 넘어가자)





이참에 무식의 역사와 깊이마저 드러내야겠다. 일단

두어해전까지 '기형도'라는 이름조차 몰랐다는 것으로 시작하자.

여차저차하여 어느 시인의 이름이라고 듣긴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형도=기형적인 그림'으로 오해했음을 다시 밝혀본다.

(얼쑤~ 점입가경이다.)




이후 어느 자리에선가

언론계에서 가장 글 잘 쓴다는 평가를 듣는 두 사람이 있다면

'김훈'과 '고종석'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역시 존칭생략. 이유는 상동.

이문장에서의 '글'은 기사일 가능성도...)


혹자는 둘 중 한명을 '기형도'와 대체했고

어느 회사선배는 사내의 어느 시인기자를 끼워넣기도 했다.

(그 시인기자의 이름을 우리말화하면 김'점심'. - 선배 죄송합니다 -

선배의 시집 '황금빛 ***'도 시대를 풍미했다는데 역시 읽지못했다.)




이 일을 계기로 '기형도'라는 시인이 언론계 선배라는 사실 하나만

어렴풋이 기억하는 와중에

그의 전집을 사게된 것은 오직 블로그 덕분.

회사 후배의 블로그에서 벌어진 어느 선배와의 대화가 그 발단인데

'입 속의 검은 잎'에 감동했다 -> 나는 전집도 봤지롱

뭐 이런 대화였다.




이리하여 어쨌거나 <기형도 전집>이라는 책이 손에 들어오긴 했는데

막상 눈앞에 두니 책장을 쉬이 넘길 수가 없는 것이다.

일찍이 시와 인연을 끊은 덕분일까.

(거창하게 말했으나, 사실 동시적 감성에서 성장이 멈추는 바람에

그 열등감으로 인해 '시를 그리는 마음'이 죽었을 뿐이다.)





결국 오늘 <기형도 전집>을 꺼내들고 한 짓은 고작

맨 뒤쪽의 산문들 넘겨보기였다.

대구-전주-광주-순천-부산을 잇는

거의 방황에 가까운 3박4일 여름휴가(88년)의 기록과

문장의 수사와 길이에서 최대한 난해하기로 작정한 듯한

군입대 전후의 일기 모음,

그리고 시집에 관한 서평 두개가 전부였다.




쌩뚱맞은게 이런 거다.

시인의 전집에서 시는 빼고 산문만 보는 것.

그런데도 자꾸 밑줄을 그으며 민망해했다.

부담스런 매력을 느꼈다.




써놓고보니 역시나 두서없는 넋두리다.

이따위 고백이라도 해 놓아야

그의 시를 넘겨볼 수 있을 것만 같았던가 보다.

평소 줄줄줄 '썰'을 풀어재끼는

나와 다른 인종에 대한 열등감의 발현인가.

어쨌건 말은 길고 밑은 빠졌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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