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피렌체>는 시오노 나나미의 '세 도시 이야기' 중 두번째다.

마르코 단돌로라는 베네치아 귀족과

로마의 창녀 올림피아가

르네상스 쇠퇴기의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에 차례로 머물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그러나 나는 <은빛 피렌체>를

<내친구 마키아벨리>의 후속편으로 생각하며 읽었다.

마키아벨리는 이미 세상에 없는 시기지만

그의 사상에 전도받은 인물들과

그의 사상에 동조하지만 실천하지 못한 친구들이

마키아벨리를, 그리고 나라의 앞날을 논하므로.





오로지 피렌체에 놀러가겠다는 일념으로

<내친구 마키아벨리>를 나름대로 열심히 읽었건만

그 유명한 로렌초 일 마니피코가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이놈의 골통같은 머리로는

본의아닌 복습이 그아니 반가울소냐.





게다가 <은빛 피렌체>는 원래 나의 목적에 아주 부합하는 책이다.

가상의 주인공들인 마르코와 올림피아

혹은 둘을 제외한 그 시대의 실존인물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통해

피렌체 중심가의 건물과 거리를 수도 없이 되짚게 하면서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으니.





엄청난 자료수집력과 막힘없는 글솜씨를 자랑하는

시오노 나나미는

앞으로 수십년은 먹고살 수 있겠다.

역사서 쓰는 중간중간

방대한 자료를 요리한 소설 몇편까지 쓸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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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out come out wherever you are.

직역하자면 "나와라, 나와, 어디 숨었니" 이려나?








숨바꼭질.

알고보니 무서운 놀이였어.

나와, 나와 했는데, 머리카락이 보였는데

예기치못한 존재라면

술래 혼자서 어떻게 하지?




내가 본 엔딩은 속칭 '학교버전'.

이 버전의 에밀리는 아마

아버지가 찰리의 존재를 알 거라고,

재미삼아 찰리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거야.

엄마만큼 재미있는 찰리가

자기를 위한 존재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이젠 더이상 찰리랑 놀기 싫어"

"아빤 찰리를 막을 수 없어"

이건 아버지가 정말로 찰리의 존재를 모른다는 걸 알고서야

두려움을 느꼈다는 증거.




이미 꽤 자라버린 다코타 패닝.

의외로 난 그녀의 연기는 놀랍지 않았어.

전부터도 잘했으니까? 응. 

근데 10살정도 먹어보이는 그 나이때에

다들 인형 들고 다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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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강호를 풍미했던, 그리고 만인의 연인이었던 임청하.

그녀가 가장 아름다웠던 역할은

백발마녀(백발마녀전)와 금발미녀(중경삼림)도 아닌

거세남이었다.







<동방불패>의 마지막,

자신을 구하려다 함께 죽게 된 영호충의 가슴에

손바닥 자국을 새기듯 장풍 한자락 날리며

홀연히 추락하던 그(혹은 그녀).

이때 옷자락은 흔들리고 긴머리는 휘날리는 와중에

마치 눈으로 웃는 듯한 마지막 미소가 날아오는데...

 ;_ ;

아아, 영호충아, 네어찌 저여자를 죽도록 놔두느냐,

'미스 홍콩' 이가흔을 대신 떨어뜨려라...

이런 생각마저 들게 만드는 명장면이었다.






<콘스탄틴>의 초반,

정신병원 꼭대기에서

십자가모양 수영장으로 '입수'하는 레이첼 와이즈.

이때 살랑살랑 잠옷 위로 바람에 날리는 긴 웨이브...

그리고 커다란 눈으로 돌아보기...  ;_ ;

영화 내내 나오던 레이첼 와이즈가 그 장면에서 가장 예뻤다.





(포스터 왼쪽 아래 긴머리)






아아,

추락할 땐 꼭 긴 치마를 입고 머리를 산발해야하는 것이었다.






p.s. 이은주는 왜 자살해야 했을까...

스스로 목을 매는 순간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녀를 추억하며 다른 여자들을 주워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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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똑똑해서 어색해" 라는 사람도 있다.

<공공의적2>의 주인공 강철중 검사.

똑같이 철중인데도 전편의 '무대뽀'형사와는 사뭇 다르다.

"검사답지 않다"는 말을 듣지만

함께 일하는 경찰들과 검찰 수사관들을 아낌없이 북돋아주고

그들에게 전적인 신뢰를 받는 인물.





비슷한 모델을 일본드라마 <HERO>에서 찾을 수 있는데

쿠리우 검사(기무라 타쿠야 분)다.

맨날 똑같은 파카만 입고 홈쇼핑 중독이며

경찰이 이미 조사했다는 현장을 이리 저리 들춰보는 것이 취미여서

'검사 답지않은' 검사.





개인적으로 <공공의적2>는

강우석감독 특유의 상투성이 빛을 발하여

뻔하게 웃기고 뻔하게 감동적이어서

의무감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라는 결론.

단 하나의 미덕이 있다면

상당히 미화되긴 했지만 어쨌건

실제 검사세계에 가장 근접한 묘사를 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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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휴일

큰형부가 낮잠을 자다 언니에게 말했습니다.

"등 좀 긁어봐. 거기, 아니 더 위..."

여기까지는 정상같죠? 그러나...

"그래 거기. 긁으면 열쇠가 나올거야. 일곱개의 열쇠를 지켜야해..."

Helloween의 '
Keeper of the seven keys'

형부의 애창곡입니다.

참고로 형부는 일렉기타를 들고 설치는 취미를 갖고 있습니다.




<7SEEDS>라는 만화가 있더군요.

<바사라>의 작가 타무라 유미의 작품이라는데

설정이 꽤 흥미로워요.




어느날 눈을 뜨니 바다 한복판.

바로 전날밤 집에서 침대에 누운 기억이 끝이구요.

구명보트로 어느 섬에 상륙했는데

그곳엔 살인벌레와 살인식물과 살인동물만 가득합니다.

곧이어 그들이 알게되는 사실.

이곳은 운석 충돌 후 미래의 지구이며

이들은 인류생존을 위해 선택된 씨앗들.

일본에서는 봄, 여름A/B, 가을, 겨울로 총 5팀이 꾸려졌고

각 팀은 7명이며 거기에 한명의 어른이 리더로 함께 냉동되었다가

컴퓨터가 판단한 적절한 기후조건 하에서 해동되었다는 것이죠.



'큐브'처럼 누가 적인지 어떻게 탈출해야하는지 모르는 환경.

그리고 '배틀 로얄'처럼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고교생들.

총 5권까지 나왔는데

봄팀, 여름B팀, 가을팀, 겨울팀까지 공개되었습니다.

흥미진진하더군요.

`바사라'처럼 길어질까 두렵긴 하지만 기대가 되는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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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뜸했던 '국민영화'가 탄생한 모양이다.

영화 '마라톤'이 18일만에 전국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데

굳이 하루에 몇명 식의 속도개념이 아니어도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모이면 '말아톤' 혹은 조승우 이야기가 빈번하게 흘러나오며

"보았냐, 나도 보았다"류의 맞장구가 끊이지않으며

아이들 데리고 가서 봤다는 아저씨 아줌마가 줄을 잇는다면...

연령대를 초월해 잘 나가고있다는 이야기.



내가 극장에 갔을 때도

내 옆자리는 노부부, 앞자리는 부모 동반 초등학생들이었다.

"눈물이 주룩주룩 내려요"까지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가슴에 무언가는 남겠지.



내 가슴엔?

조승우가 남았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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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東京事變(동경사변)의 앨범이 나왔다.

東京事變(동경사변)은 시이나 링고의 밴드.

(보컬 시이나 링고에 대해서는 관련글 원본 참조.

참고로 내가 들어본 일본가수들로 순위를 매긴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충분히 든다.)




드럼은 Hatatoshiki, 키보드는 HzettoM (Pe'z 키보디스트),

베이스는 Kameda Siji, 기타는 Hirama Mikio.

사실 잘 모르는 아이들이지만 예의상 베껴다놨다.

전체적으로 솔로 시절보다 사운드가 강해졌지만

대신 피아노(키보드겠지만) 소리가 살아있어서

강약을 오가는 맛이 있다.




시이나 링고의 보컬은 항상 묘하게 귀를 자극한다.

헤비메탈도 아닌데 귀가 따끔거릴 정도.

기계음처럼 필터링된 음성 때문일 때도 있지만

그냥 목소리도 왠지 정신산란하다.

그럼에도 매력적이다.

듣고 또 듣게 되고 심지어 회사에서까지 귀를 꽝꽝대고 있다.




제목이나 가사는 여전히 독특해서

일본에서 청소년유해판정을 받은 곡들도 있단다.

그러나 어차피 들어도 모르니깐 나한테는 무해하다.

(아참, 나는 청소년이 아니지.)





등만 대면 잠드는 오묘한 능력이 없는 분이라면

밤늦게 틀어놓는 것은 자제해야 할지도.

게다가 음악들으면서 책좀 봐야지 하는 사람들도

이 음악과 함께는 안된다.
 
음악 그 자체만을 위한 시간을 요구하는 음악.

아무나 못하는 일 아닌가?







동경사변(東京事變) - 교육(敎育)

01 . 林檎の唄 (ringo no uta / 링고의 노래)
02 . 群靑日和 (gunjo biyori / 군청색 날씨)
03 . 入水願い (nyusui negai / 입수희망)
04 . 遭難 (sounan / 조난)
05 . クロ一ル (crawl / 크로울)
06 . 現眞に於て(genjitsu ni oite / 현실에 자리잡고)
07 . 現眞を嗤う(genjitsu wo warau / 현실을 비웃음)
08 . サ一ビス (service / 서비스)
09 . 驛前 (ekimae / 역전)
10 . 御祭騷ぎ(omatsuri sawagi / 시끌벅적 축제)
11 . 母國情緖  (bokoku jocho / 모국정서)
12 . 夢のあと(yume no ato / 꿈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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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담컨데 젊은 날 기형도의 시를 읽고

시인을 꿈꿔보지 않았다는 사람은 다 거짓말쟁이다."

- 아시아 여행중인 어느 고향친구 녀석의 미니홈피에서...




고백컨데 나는 기형도의 시를 읽은 적이 없다.

(존칭 생략.

대통령에서 연예인까지 다 막 부르는 게 우리 본성 아닌가)

그래서일까. 시인을 꿈꿔본 적이 없다.

심지어 '글써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신기하다'며

타자화 하는데 맛을 들였다.

(기자도 글써서 먹고살지만,

일단 앞문장의 '글'은 문학인 것으로 믿고 넘어가자)





이참에 무식의 역사와 깊이마저 드러내야겠다. 일단

두어해전까지 '기형도'라는 이름조차 몰랐다는 것으로 시작하자.

여차저차하여 어느 시인의 이름이라고 듣긴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형도=기형적인 그림'으로 오해했음을 다시 밝혀본다.

(얼쑤~ 점입가경이다.)




이후 어느 자리에선가

언론계에서 가장 글 잘 쓴다는 평가를 듣는 두 사람이 있다면

'김훈'과 '고종석'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역시 존칭생략. 이유는 상동.

이문장에서의 '글'은 기사일 가능성도...)


혹자는 둘 중 한명을 '기형도'와 대체했고

어느 회사선배는 사내의 어느 시인기자를 끼워넣기도 했다.

(그 시인기자의 이름을 우리말화하면 김'점심'. - 선배 죄송합니다 -

선배의 시집 '황금빛 ***'도 시대를 풍미했다는데 역시 읽지못했다.)




이 일을 계기로 '기형도'라는 시인이 언론계 선배라는 사실 하나만

어렴풋이 기억하는 와중에

그의 전집을 사게된 것은 오직 블로그 덕분.

회사 후배의 블로그에서 벌어진 어느 선배와의 대화가 그 발단인데

'입 속의 검은 잎'에 감동했다 -> 나는 전집도 봤지롱

뭐 이런 대화였다.




이리하여 어쨌거나 <기형도 전집>이라는 책이 손에 들어오긴 했는데

막상 눈앞에 두니 책장을 쉬이 넘길 수가 없는 것이다.

일찍이 시와 인연을 끊은 덕분일까.

(거창하게 말했으나, 사실 동시적 감성에서 성장이 멈추는 바람에

그 열등감으로 인해 '시를 그리는 마음'이 죽었을 뿐이다.)





결국 오늘 <기형도 전집>을 꺼내들고 한 짓은 고작

맨 뒤쪽의 산문들 넘겨보기였다.

대구-전주-광주-순천-부산을 잇는

거의 방황에 가까운 3박4일 여름휴가(88년)의 기록과

문장의 수사와 길이에서 최대한 난해하기로 작정한 듯한

군입대 전후의 일기 모음,

그리고 시집에 관한 서평 두개가 전부였다.




쌩뚱맞은게 이런 거다.

시인의 전집에서 시는 빼고 산문만 보는 것.

그런데도 자꾸 밑줄을 그으며 민망해했다.

부담스런 매력을 느꼈다.




써놓고보니 역시나 두서없는 넋두리다.

이따위 고백이라도 해 놓아야

그의 시를 넘겨볼 수 있을 것만 같았던가 보다.

평소 줄줄줄 '썰'을 풀어재끼는

나와 다른 인종에 대한 열등감의 발현인가.

어쨌건 말은 길고 밑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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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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