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만이 당당하다"고 외치며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꿈을 향해

고독하게 싸웠던 한 사내의 일대기를

오직

<왜 그는 재혼했는가>를 궁금해하며 보았다면

38년 전에 죽었던 사내가 가뿐 숨 들이쉬며 일어나

제 머리통을 휘갈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중간쯤에서 그의 일기를 통해 알게 된 여성관은 이렇습니다.

"여성은 혁명이라는 과업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은 가장 힘든 일, 즉 남성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흔히 말하는 부대 안에서의 성(性)간의 갈등을 믿지 않는다. 험하디험한 게릴라 생활에서도 여성은 자신들의 성에 적합한 자질을 보여줄 뿐 아니라 남성들과 동등한 몫을 해낸다. 비록 여성이 육체적으로는 남성보다 허약하다고 하지만 끈기면에서는 남성을 훨씬 압도한다. 따라서 여성은 혁명에서 아주 중대한 임무들을 제대로 완수해낸다. 이를테면 적진에 있는 서로 다른 부대들간의 의사소통을 담당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메시지나 자금 등의 전달 여하에 혁명의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아무리 심한 억압하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덜 충동적이다. 여성에게 유리한 점이 한가지 더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욱 유연하게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적의 주의와 경계심을 약화시킨다..."




여성의 역할을 존중하는 성차별 반대자였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바로 그 다음 부분에 덧붙여지는 부분이 이렇습니다.


그러면서도 체는 전래의 청교도주의를 배격하려 노력한다

"남자가 한평생 한 여자하고만 살아야 한다고 어느 누구도 정해 놓은 바 없다. 이 제한을 스스로에게 부과해 놓은 동물은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더러는 몰래, 더러는 보란 듯이 이를 어기곤 한다. 우리는 이 점에 관해서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 규율에 따라 행하는 행동이 오히려 편협한 사회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상 각자의 삶이 사회 전체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일 때 누가 그 첫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가 혁명이 성공하자마자

일다 대신 알레이다를 품에 안아야했던 이유를

오직 이 부분에서 밖에 엿볼 수 없었습니다.




그토록 이타적이고 

자신을 버려서라도 라틴 아메리카를 해방시키려한 애썼던 그가

자기 안에 혁명의 씨앗을 키워준 조강지처를 버렸다는 것에

매우 의문을 품었었는데

돌을 던질 용기도 없이

그저 꼬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주마간산으로 읽어내려간 668페이지.

연말 망년회와 감기 투병생활의 산악지대를 헤매느라

고지점령에 거의 3주가 걸렸습니다.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매우 존경할만한 사람이고

그대신 읽는 이를 주눅들게하기도 하는군요.





여자, 여자, 여자... 하며 곁길로 빠져버린 책읽기.

제가 어련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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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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