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에 해당하는 글 153건



"왜 나였어?"그녀가 물었다.

환한 뉴욕의 대낮

"천만이나 되는 사람들 가운데

어떻게 날 선택한 거지?"

"난 당신처럼 마음이 텅 비고 외로웠어,

다른 가능성은 없었던 거야"

그건 내 솔직한 대답이었고

그녀는 안심한 듯 어느새 잠이 들었다.


미하엘 크귀거 글/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달빛을 쫓는 사람(Wer das Mondlicht Fangt) pp. 32 - 33



유리창을 반쯤 가린 버티컬 밑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창밖으로는 높은 빌딩숲...
주름진 침대시트 위엔 눈을 감고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
그 얼굴을 반쯤 가린 남자의 뒷통수와 상체...

부흐홀츠의 이 그림에 미하엘 크뤼거가 붙인 이야기는
나의 어린 상상과 일치한다.

몇년전 '미스터플라워'라는 싱거운 영화에서
조그많고 예쁜 꼭대기 방을 보았을 때,
그리고 '공각기동대'에서 창문밖 건조한 풍경을 보았을 때,
그때마다 난 고층건물의 몇십층쯤에나 있어줬으면 하는
통유리창을 가진 방을 상상해왔다.

왠지 우리나라라고 생각하면 안되겠기에
머나먼 어느곳으로의 이민을 고민하기도 했다.

우연히 건진 이책 덕분에
나는 오늘도 꿈꾸던 방에서
영화속 주인공같은 대화를 나누는 나를 상상한다.

"왜 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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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유치원생 조카의 등원시간은 저의 출근시간과 비슷합니다. 신문사의 특성상 남 노는날 일하고 남 일하는날 노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만 이 경우 빈둥거리다가 욕먹기 십상입니다.

"이모는 왜 안가"

"응, 오늘 회사 쉬어"

"왜에에~!!!!(아주 화난 목소리로)"

당연히 같이 갈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나 봅니다. 이럴때나 스스로의 가치를 느껴버리는 비굴한 이모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금새 엄마랑 간다고 좋아라해버립니다. 흥~ 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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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어제 산 가방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쁘지" 자랑했더니 무늬가 공룡같다는둥 심드렁합니다. 그래서 비장의 무기. 가방 속을 보여줍니다. "이거봐라, 이거 양면이다"

갑자기 동요하는 그녀. "이모, 나도 양면가방 사줘"

저번에 사준 5천원짜리 가방을 빌미로 달래봅니다. 너는 유치원 가방에 피아노 가방에 주일학교 가방에 이모가 준 가방까지 있지 않느냐...

그러자 그녀가 한발 물러서서 말합니다. "이모, 그럼 그 가방 같이써"

무서운 집념이라고 생각하며 도망치듯 출근했습니다. 가방이 뭐 비싼 것도 아니었습니다. 홍대앞 팬시점에서(!) 만오천원주고 샀는데 오늘 들고와서 보니 이미 바느질이 뜯어지려 하는 정도입니다. 그나마도 스트레스를 이유로 속칭 '돈지랄'성 행위를 시도하는 와중에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지갑에 3단 패스워드가 걸리는 '임씨집안내력짠돌이씀씀이' 덕에 쓰려고 해도 잘 안되는 저로서는 최선이었으나 역시나, 오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뜯어진 부분을 보여주면 조카는 단념할까요? 괜히 자랑했습니다. '없는 살림'과 '못난 씀씀이'가 조카에게 참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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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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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3월에 써놓았던 글입니다. Ex Libris(서재 결혼시키기)는 그해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구요.


1. 나는 책을 좋아했다?

우리엄마는 누군가 나에 대해 물으면 "어릴 적부터 책을 붙잡고 잠이 들었다" "안 시켜도 혼자 공부했다"라고 말해왔다.

솔직히 내가 책을 붙들고 잠이 들기는 했다. 당시 무거운 솜이불 이글루 속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던 외풍이 심한 방에 상주했는데, 누워서 책 한쪽을 잡고 읽다보면 두어 페이지면 잠이 솔솔 왔다.

그리고 내가 주로 읽던 책은 그림 동화, 괴도 루팡 등등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읽고 또 읽고 예닐곱번을 반복했던 것이었다. 세로로 쓰여진 외국 고전은 한 페이지도 읽기 전에 잠이 드니까 손도 안 댔다. (엄마도 이 사실을 알까?)


2. 그래서 나는 글재주가 있다?

울언니들은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니가 글재주는 있잖니... 음악도 좀 하고... 미술은 못하지만"

언니들과 오빠가 미술에 일가견이 있었다. 학교 대표쯤은 했으니. 나도 반대표 3명쯤엔 들었지만 그건 그림 축에도 못 낀다고 단체로 무시하곤 한다. 그대신 백일장 참가경력은 글재주라고 말해준다. 

(감지덕지하면서도 언제 들통날까 걱정되는 일이었다. 어쩌다 기자가 되어버려 빼도박도 못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3. 우리집에는 책이 있다?

우리 집에도 세계 명작류와 위인전류의 전집들이 가득한 책장이 두어 개는 있었다. 책장유리는 두꺼웠으며 비싸다는 것이 늘 강조되어 조심해야 할 대상 1호쯤 되었다. 한번은 작은언니가 데려온 친구가 '그 비싼' 유리를 깨먹어서 '친구금지령'이 내리기도 했다. 

어쨌건 책은 있었다. 허나 전집류는 꺼내서 읽기위한 것이 아니라 멀리서 팔짱끼고 지켜보기 위한 장식품. 전집류 외에 책장근처에 얼쩡댔던 것은 무슨 영어테이프 전집류 정도였으며 단행본 업데이트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4. 책살 돈, 얼마면 되겠나?

밥상머리에서 며칠에 돌아오는 어음이 걱정이라는 말에 밥알이 안 넘어가는 자식들로서는 '책 살 돈은 달라고 해라', '친구들에게는 항상 너희가 베푸는거다'라는 말을 아무리 들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3년이 지나 오빠가 쓰던 전과를 쓸 수 없다는 사실에 울고 점심시간에 매점 한 번 못가면서 '책을 왜 사냐, 과자는 얻어먹자'를 가슴에 새겼다.

(당시의 친구들이 혹시 이 글을 본다면 양손으로 허겁지겁 과자를 먹던 당시의 나를 용서해 달라. 두번 다시 그러지 않겠다. 나더러 매점갔다오라고만 하지 않는다면 한손은 묶어둘 것을 맹세한다)

그래도 그 덕에 절약하는 습관만은 몸에 배어서 '알뜰' 하나는 자신있는 네 남매가 탄생했다. 신용불량 4천만시대가 온다해도 카드깡, 돌려막기 등의 '유닛'은 절대 사용하지 않으리라 굳게 믿어도 좋다.

(다만 꼭 사야할 것도 고민하다 품절된다던지, 공금을 아끼느라 혼자 고생한다던지, 싸다는 말에 현혹되어 쓸데없는 것을 충동구매한다던지, 항상 저도모르게 회계를 하고있다던지 하는 부작용이 자주 나타난다)


5. Ex Libris 속의 가족은?

외식하러 가서도 교열병에 걸린 것처럼 메뉴판의 오자잡기에 여념이 없는 책벌레 가족이다.

딸은 자라서 남편과 함께 침대에서 같은 책을 소리내어 읽는 일로 대화를 대신하고, 결혼 5년후에 서로의 서재를 '결혼시키'면서 예전에 써놓은 낙서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책들이 집을 점점 잠식해가는 데도 여전히 헌책방에서 100년된 헌사를 찾기를 즐기며 (나는 이부분에서 필자를 부산출신 최모기자와 동일시하곤 했다) 역시 그들의 자식들도 책과 함께 자라는... 우리 가족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6. 무엇이 우리를 다르게 만들었을까?

Ex Libris의 필자는 글쟁이 부모와 글쟁이라는 직업과 글쟁이 남편을 가졌다. (그리고 외국사람이기도 하다.)

우리 아버지는 장사를 하시고, 주로 보시는 책은 신문과 시사잡지를 제외하면 월간 바둑 뿐일게다. 어머니가 주로 보시는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성경과 거기서 파생한 기독서적이다.


7. 가족은 이랬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

어쩌면 아주 소박한... 책과 가족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나는 필자와 그 가족이 부러웠다. 자식들에게 책읽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삶, 그리고 그 삶이 습관처럼 대물림되는 것...

지금까지는 달랐지만 앞으로의 내 가족의 모습은 그들과 닮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한 네가지 결심...

* 책을 사랑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 그리하여 그 습관을 자식들에게 물려줘야겠다
* 그러려면 책을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야겠다
* 그렇다면 지지않도록 책을 열심히 사 모아야겠다

특히 네번째의 경우는 세번째가 성공할 경우에 대한 대비로서 나중에 서재를 결혼시킬 때 내 책들의 부피가 너무 빈약하여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밀리는 쪽팔리면서도 자존심상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



8. 고맙다, Ex Libris야~

처음엔 박식함과 위트있는 글솜씨에 질투를, 마지막엔 가슴에 불어오는 책바람을 느꼈다. 한번에 책한권을 끝까지 못 읽는 끈기없음 때문만 아니라 한꺼번에 다 읽기가 아까워서 책장을 덮었다 열었다를 반복하게 만들기도 했다. 

비록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것이기는하나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는 책사랑은 전적으로 Ex Libris에게 빚졌다. 저자 앤 패디먼씨가 이책을 써주어서 무척 고맙다. (내인생 최초로 저자에 대한 고마움을 느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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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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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 효리


효리가 세살땐가, 아무리봐도 절 닮은 것 같은거에요. 
그래서 식구들에게 말했어요. 나 어릴때랑 똑같지 않냐고.
근데 다들 코웃음을 치는 거에요. 무슨 소리냐, 질투하냐는둥

그런데 만 다섯살이 넘어선 지금은 다들 절 닮았대요.
심지어 머리속도 닮으면 좋겠다는둥.
방금 사진을 스캔하고 있는데 언니가 와서는 충격받은 듯한 얼굴로 말했어요.

"야, 정말 똑같네. 그럼 효리가 커서 너처럼 되는거야? 실망이다..."



이쯤에서 공개하는 이모 임씨의 어릴적 퍼레이드


/빨간내복 (통춤은 출줄 몰랐다)


/미인계 (오빠의 눈빛은 항상 먹을 것을 향한다. 엄마는 인도사람같다. 근데 왜 나는 베트남일까)


/쥐포의 추억(오빠가 쥐포를 노려보고 있는 이 다음컷의 사진은 친척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친구와 함께(이시절의 나는 이친구의 꼬붕에 가까웠다. 쥐어터지다가도 엄마한테 이르면 안놀아준다고 해서 꾹 참았다. 이친구가 서울로 이사가면서 많이 울었다. 그녀가 3장짜리 편지를 보내오면 나는 겨우 1장을 채웠다. 고등학교때부터 소원해졌고 대학이후에 딱 한번, 그녀의 언니 결혼식에서 얼굴을 봤다)


/유치원 때. 화려한 샌들이 작은언니와 세트다.


/유치원 졸업식날. 6살때 다니느라 실수가 많았지만(원장샘 아들 팬티를 빌려입고 오줌싼 팬티를 비닐에 넣어 달랑달랑 들고온 기억이 많다)
 나름대로 우등상도 받았다. 당시에 최우수상 받은 아이가 샘도 났고 우등상 상품보다 다른애들 졸업상품이 더 좋아보여서 배도 아팠다.


/1학년 소풍. 앞머리는 당시 유행이던 핑클파마. 가수 핑클 멤버들도 그때 핑클파마를 했을까?


/전남 목포의 눈이 많이 왔던 어느 날. 지금은 내가 동남아사람이지만 이때는 잠시 러시아사람 노릇을 했다. 오른쪽은 언제봐도 날씬한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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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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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저녁마다 일을 합니다. 과외선생이거든요.
그래서 조카는 "심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그리고 제가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왜 이모는 맨날 공부만 해"합니다.

거짓말하지 말라구요? 그게 아니라 제가 음악들으면서 만화책이나 여행잡지나 소설책을 읽고있는 건데 효리가 보기엔 공부거든요.

"너도 책봐라, 내가 너만할 땐 그랬다"는 거짓말을 해보지만 전혀 솔깃하지 않은가봐요. 옆에서 퉁퉁 거리면서 "이모 내가 뭐하는지 알아?"하며 방해공작을 펴곤해요.

맨날 튕기다가 간만에 함께 놀았던 밤입니다. 휴대폰 카메라가 갖고 놀기는 좋더군요. 참 인디언같은 제머리는 조카가 묶어준 거에요. 나름대로 이런 디자인으로 하겠다고 미리 설명을 하죠. 나중에 자기도 머리 기르면 그렇게 해달라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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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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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전쯤 하림 2집을 주문했다. 함께 온 ann 2집과 smap vest와 롤러코스터4집에 밀려 제일 늦게 비닐껍질을 벗었지만 밤마다 빙빙 돌려본 결과는 뒤집혔다. 예전 앨범들보다 귀에 들어오지 않는 롤러코스터 꼴등, 역시 노래는 못하는(^^) smap 꼴찌에서 2등, 노래 잘하는 ann과 확 바뀐 하림은 공동 1등정도 되겠다.

'여기보다 어딘가에'를 듣다보면
돌아오기 위해...
나 스스로 가둬둔 자유를 찾기 위해...
하늘을 호수를 들판을 달려가고 싶다. 

안그래도 날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번뜩이는 내셔널 지오그라픽스 추천 '죽기전에 꼭 가야할 50곳'을 보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으며, 위염때문에 끙끙 앓던 밤을 밝혀가며 방콕에서 앙코르와트 가는 루트를 익히던 나에게,
이 노래는 마약이다.

아일랜드 악기 소리 탓인지,
내맘같은 가사 탓인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죽겠다. 여행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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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는 하루 또 하루가 나를 지치게 해

보잘것없는 일상 초라한 평화 속 숨막혀 하면서 사는 동안

잃어버린 모든 것은 이곳에는 없으니 이제 나 떠난다

크게 숨쉬며 돌아봄 없이 내가 가두었던 내 자유를 찾아

하늘과 호수 들판을 달려 파도가 흰 구름을 품는 곳으로

나 또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이제 나 떠난다

크게 숨쉬며 돌아봄 없이 내가 가두었던 내 자유를 찾아

하늘과 호수 들판을 달려 파도가 흰구름을 품는 곳으로

지금 여기보다 그 어디엔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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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2003년 1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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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3년전, 중학교 1학년의 나는 <I'm your baby tonight>이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의 LP를 구입했다.
Whitney Houston의 3집, 얼마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름대로 큰 맘을 먹었던 것 같다. 당시 용돈이란 개념이 없던 나는 아마 문제집 한두개쯤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앨범 속엔 휘트니휴스턴 팬클럽에 가입신청서도 들어있었다. 티셔츠 운송료조로 동봉하라는 20불이 아까워 사전찾아가며 쓴 신청서를 꼬깃꼬깃 구겨버린 기억이 난다)

처음에 어떻게 그녀를 만났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뽕짝이 아닌 노래는 '책읽는' 거라고 폄하하시는 울아버지가, 80년대에만 해도 흑인음악의 집산지 '모타운 레코드'와 관련된 방송을 보시며 "흑인들 노래는 구성(!)져서 들을만 하다"셨었는데 아마 그 영향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 (스티비 원더, 라이오넬 리치, 슈프림스의 다이아나 로스에 컨트리 가수들도 종종 입에 올리곤 하셨었는데 지금은 스티비 원더 테입을 갖다바쳐도 안 들으신다.)

당시 영어를 배운지 얼마 안됬던 중삐리는 가사집을 보고 수십번 연습을 해서 대충 흥얼거리게 되고나면 가사를 해석해보느라 사전을 뒤적이곤 했다. 그러다 놀라기를 수십번... (당시 나는, 필독도서라는 김동인의 '감자'나 춘향전을 보고도 그 수위를 감당하지 못해 '이 책을 보았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다'며 얼굴을 붉히던 초등학교 고학년 때에서 그리 진일보했노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첫눈에 뻑갔다, 냉큼 뛰가 간이고 쓸개고 다 쒜리뽑아 쥐줄테니 불러만도, 내는 오늘밤 니 아~다, 날자 날자꾸나... (I'm your baby tonight)

이럴수가... 이럴수가... 나는 너무 놀랐던 것이다. (요즘은 가요 중에도 이런 가사가 많다. 그러나 그때는 '시간이 멈춘 듯이 미지의 나라 그 곳에서 걸어온 것같은' 그녀를 노래하던 시대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듣게 된 노래가 My name is not Susan!
제목에서 삘이 오지 않나? 그렇다. 잠결에 딴여자 이름을 읖조린 것이다.

과거의 여자 중에 하나를 부르며 내몸에 팔을 휘감고있냐, 이런 죽일놈.
걔가 좋으면 가브러라, 아니면 니가 받은 사랑에 존경을 표시하든가.
내가 수잔이냐? 한번만 더 내이름 까먹으면 콱~!

잠자리에서 딴놈이름 불러댔다고 내목을 조를 남편도 없고 '오마담 사랑해'하고 외쳐대면 북어패듯 두드려줄 남편도 없고... (생각해보니 마누라가 더 좋다. 남편이 생기면 마누라라 불러줄테다) 내가 왜 이노래를 떠올리며 중얼대는지 스스로도 추측밖엔 할게 없는 상황이라니 암담하다. 아마도 술자리에서 자꾸 헷소리를 해왔던 기억이 자꾸 가슴을 찔러와서 역시 '입조심은 회사생활의 필수'라는 교훈적이 이야기라도 늘어놓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나도 모르겠다. 별로 안그럴듯하다. 그래도 이렇게 끝내야겠다. 그녀의 신보 <Just Whitney>를 들으면서 자신에 대한 편견과 뒤틀린 관심에 대해 "뭘봐? 난 그냥 나야"라고 소리치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기는 했으나, "그래, 안된다고 말해봐, 내 능력을 보여주마"라고 자신있게 공언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감화되기는 했으나... 왜 갑자기 10년도 더 묵은 노래를 왜 끄집어 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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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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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110-2****** 박효리. 나의 동거인 중 한명. 비틀비틀 걷는 모습을 본 지가 엊그제 같은데 최근 동네친구에게 채인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고 유치원 얼짱(자칭인듯) ㅂ군과 결혼을 선언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그녀와 뽀뽀를 나눈다는 ㅂ군. 왠만하면 조금 더 생각하라고 세상에 여자는 많다고 권하고 싶은 마음, 굴뚝이다.

허나 다큰 처녀가 조카의 화려한 앞날을 막는다면 지가 시집못가 그런다는둥 원래 성격파탄이라는둥... 그녀의 부모에게서 퍼져나왔음직한 이런저런 비방들이 나의 앞날마저 먹칠할 것은 자명한 일.

하여 이제 나는 화곡동 ㅇ유치원생들 뿐만 아니라 미래에 초중고, 대학에서 그녀를 만나야할 남자들을 위해, 그녀와 먼저 동거해본 사람으로써 겪어야만했던 그 두렵고 떨리던 순간들 중 일부를 폭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혹시라도 그녀를 만난다면, 내가 알려준 사실에 대해 입도 뻥긋 말아달라. 부탁이다.

(거창하게 시작했으나 두토막밖에 안되는군요. 싸이월드에 올렸었던 짧은글들입니다.)


2002년 1월. 하늘이 노래지는 노래

20대 중반의 나로써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전위적인 그녀의 정신세계.
그녀는 만3세가 되던 당시 이런 노래들을 불렀다.

1.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멍멍이로 두드리면 무엇이 될까..."
- 멍멍이를 도구로 사용. 동물학대 치고도 정도가 세다.

2. "삐약삐약 병아리 음매음매 송아지 따당따당 사냥꾼 뒤뚱뒤뚱 물오리 우와 개구리 집게집게 가재......핫둘센네 쪄라"
- 병아리고 송아지고 사냥꾼이고 가재고 다 쪄달라고 요구. 식인종 수준의 식성. (단, 날것은 즐기지 않는듯.)

3.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저기가는 저사람 조심하세요 춤을 추다가는  큰일납니다"
- 자전거 앞에서 춤추다간 큰일난다는 경고. 이때부터 그녀 앞에서 움직임을 조심하게 됐다.


이쯤에서 공개하는 당시의 일기.
.................
어제 꿈에 조카가 나왔다.
만세살짜리가 하는 말이
"이모, 나 어린이집이 체질이 아니야.
나 찜질방 등록하고 어린이집 그만둘래."
였다. 거 참... 꿈에 생각해도 어찌나 유창하던지...

 

 

2002년 8월. 기막한 4살...

밥먹던 효리 - 엄마, 왜 이렇게 뜨겁게 끓였어?
옆에서 놀던 소정 - 끓이면 다 뜨거워.
밥먹이던 언니 - 맞어. 끓이면 100도야.

다시 밥먹던 효리 - 아니야. 백도는 복숭아야.
옆에서 놀란 소정 - 어떻게 그걸 아냐?
여전히 밥먹던 언니 - 것두 맞네. 근데 끓이면 100도씨야.

계속 밥먹던 효리 - 백도씨? 수박씨도 있어...
옆에서 뒹굴던 소정 - 띠용~ (*_@)

 (사진은 2003년 겨울. 잠들때마다 인형들이 밤늦게 혼자 놀 권리를 박탈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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