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자기 오페라 티켓이 생겼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는 <아 고구려 고구려>.

이름부터 왠지 경계심이 들만 하지만

한장에 무려 10만원.

'공짜 R석의 R만한 유혹'에 넘어갔는데.





15분간의 인터미션.

차마 뛰쳐나가지 못한 것은 오페라 글라스 대여료가 아까웠기 때문.

"고국원왕 16년... 어쩌고 저쩌고 연나라에 패했는데... 아아 고구려~"

역사를 읊는다고 대서사시냐,

차라리 국사책을 빌려읽고 말지.




"성주님의 무남독녀 다주아가씨로군요"

무남독녀는 무슨...

그녀 무녀독남인듯 하였고

결국 포기하고 단잠을 취했으나

전혀 부끄럽지 않았도다.




연출가, 작곡가, 지휘자, 안무가까지 뛰어나왔는데

진정 박수가 아까웠으니

아, 고구려 고구려...

아아, 구리구려 구리구려...

정녕 그들만의 잔치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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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111개의 문이 있다.

모든 문은 똑같이 생겼다.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문을 열면, 나머지 문은 잠겨버린다.

당신은 어느 문을 열 것인가...







'자유의 감옥'.

이 모순적인 표현이 가능한 것은 판타지 세계라서 일까.

8개의 단편, 중편이 오밀조밀한 <자유의 감옥>에는

미하일 엔데식 판타지문학의 달콤새콤시금털털한 맛이

오롯이 담겼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두번째부터 네번째에 이르는 '3부작'.

공간을 뒤틀어버린 상상력 속을 헤엄치느라

어릴적 천장 무늬에서 매직아이를 떠올리던 때처럼

정신 어벙벙 상태가 되곤했다.




(비룡소에서 나온) 같은 작가의 <끝없는 이야기>를 책상에 놓아둔 채

우연히 주운 이 책을 먼저 읽은 이유를 공개하자면,

첫째, 가볍고 작아서.

둘째, 껍질을 벗기면 드러나는 레몬색 하드커버가 마음에 들어서다.

항상 껍질을 벗겨서 읽곤 하지만 이렇게 속이 이쁜 책 처음봤다.




<목차>

- 긴 여행의 목표
- 보로메오 콜미의 통로
- 교외의 집
- 조금 작지만 괜찮아
- 미스라임의 동굴
- 여행가 막스 무토의 비망록
- 자유의 감옥
- 길잡이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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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엔가, 다시 언니랑 조카랑 찜질방에 갔다.

상대적으로 덜 뜨겁고 땀은 잘 나는 참숯방에서 디비져있는데

웬 50~60대 남녀가 들어와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난 오래 못한다니까" "녹차 마실거야?"

목소리가 너무 큰데다 술냄새가 나서 신경 거슬리는 커플이었는데

점점 대화마저 요상해지기 시작했다.





여자 - 수건으로 머리를 가려요. 원래 머리는 가리는 거야.

           뜨거운 데서 머리를 드러내면 머리가 빠질 수도 있고,

           원래 머리는 가려야하는 거야.

남자 - 알았어, 가려가려.





여자 - 정기가 (전기가?) 왔다갔다 하네. 근데 이거 좋은거 아냐.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건데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 안좋은 거지.

           근데, 딱 와서 멈추긴 하네. 그래도 왔다갔다 하는 건 안좋아.

남자 - 알았어, 그래그래.





머리가 어쩌고 저쩌고, 정기가 어쩌고 저쩌고...

둘이 전기놀이라도 하고 있었는지,

저 아줌마 '도인'인가, 혹시 700 옥녀보살 이런사람 아닌가

궁금하다가 짜증나다가 하는데

쩌렁쩌렁 울리는 아줌마 목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나왔다.





헌데 마사지 의자랑 놀다가 삼림욕방에 갔더니 다시 그 커플이 누워있다.

"아잉~ 아잉~" "훅~ 훅~"

이번엔 더 이상한 대화를 나누더니

옆에 코고는 아저씨 놔두고 괜히

"애기야!!!"하며 목침 정리하던 효리에게 시비를 건다.

나가면서 보니 두사람은

젊은이들도 잘 하지않는 풍기문란포즈.

희한하네. 노인공경 하기 싫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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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Player'라는 곡의 세련된 여성보컬에 홀려서 구입한 앨범

<Soulciety 1집 - 2colors>.




이름부터 soul을 표방한만큼 흑인음악 냄새를 풍긴다.

전체적으로 여성보컬들이 도드라지는데

특히 'Mr. Player'는 세련된 색소폰소리를 파고드는

여성보컬 박주연의 허스키한 음색이 매력적이다.

그녀가 부른 'Ujust'를 듣고 있으면

"그동안 너 어디 있었니~" 묻고 싶어진다.

다른 여성보컬이 부른 'Tell me'도 산뜻하고...

이 세 곡을 넘어서야 남성보컬의 목소리가 등장하는데

주로 이동네만 빙글빙글 돌리고 있다. (역시, 난 여자가수가 더 좋아)




박화요비, 제이 앨범을 프로듀싱한 윤재경이

객원보컬들을 써서 만든 앨범이란다.

세련되고 깔끔한 편곡이 돋보이지만

외국곡들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강하다.

처음부터 귀에 쏙쏙 박히는 만큼

일찍 질리는 것이 단점.

clazziqui도 좀 그랬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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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 CD 몇장을 끼고 살았는데 그중 발군은 <박정현 5집>이다.

너무 가늘어서, 너무 현란해서, 너무 버터스러워서 싫다고?

하지만 그녀의 앨범들엔 "박정현표" 음악만 있는 게 아니다.



특히 내 귀에 박히는 곡은 7번째 '미래'.

"You warm me~ You warm me~" 하는 후렴이 멋들어지다.

(사실 가사를 보기 전엔 You want me인줄 알았다. --;)

이부분만 듣고 박정현의 목소리라고 맞추는 사람이 있을까?

왠지 몽환적이면서 둥둥 뜨는 느낌. 환상적이다.




한때 노래방에서 여자가수 흉내내는 게 취미였는데

(비슷한가 여부는 묻지마시라.)

박정현도 종종 나의 도전대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주로 실패의 기억만 안겨준 그녀.




특히 난해했던 곡 중 하나는 

하림이 만들어 선물한 그녀의 2집 타이틀곡 '몽중인'.

꽤 열심히 들었지만 최소 세번 연속 K.O.였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손동작과 함께

잘잘한 바이브레이션이 작렬하는 박정현표 음악이 아니라

다음 음이 어디 붙어있는지 계속 신경써 쫓아가야하는 곡이었다.




다음으로 내게 시련을 준 곡은 4집 수록곡 '미장원에서'.

2년전 겨울엔가 당시 방송담당이던 동기놈이

선심쓰듯 던져준 티켓을 들고 간 라디오 공개방송에서

라이브로 듣고 충격받았던 곡이었다.

음색의 차이가 극명하기에

고음부분을 흉내내기는 무리인 것이 당연지사지만

특히나 이 곡은 뱃심마저 필요했다.

결국 배만 두드리고 나왔던가, 다시 3연속 K.O.




국내 최고의 R&B가수가 박정현입네, 박화요비입네, 또 누구입네

논쟁하기도 하지만, 죄다 쓸데없는 소리다.

그냥 박정현은 박정현대로, 그녀들은 그녀들대로 멋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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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세례를 받기로 결심했다.

어제저녁 문답을 하러 교회에 가야 했는데

다행히 인터넷에서 찾아본 문답 107문항 따위는 묻지 않았다.

(하마터면 작문의 세계에 빠져들 뻔 했다.)

집에 가는 길, 불현듯 13년전 학습 문답을 받던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ㅁ시에서 나름대로 큰교회에 출석하던 중3 쏘뒝은

학습 문답을 위해 어느 친구와 함께 장로들 앞에 불려들어갔다.

이러저러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둘 다 열심히 대답했지만 오답이 부지기수.





그중 최고는 이 질문.

예수가 십자가에서 회개한 강도에게

"네가 나와 함께 **에 있으리라"라고 하였는데 빈칸은 어디인가.

둘 다 "하늘?" 하고 씨익 웃었으나 장로들의 표정은 굳어지고.

이때 답답한 어느 장로의 힌트. "파라다이스인데..."

그러자 확신에 찬 우리 둘. "천국!!!"





정답은 "낙원"이었다.

그 '문답 동지'와는 2년 후,

'날라리'계에 입문한 자와 '날라리 신자'로 재회했다.

(그녀는 빨간머리로 변해 껌을 쫙쫙 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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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겉 어린아이가 눈길을 끌면
표지 안쪽 필자의 미소가 아에 눈을 잡아매는 책.
(필자 예쁘다. 맨뒷장에 나오는 남편또한 잘 생겼다. 나쁜사람들.)


<여행보다 오래남는 사진찍기>는
한때 대한항공 스튜어디스였던 강영의씨가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떠난 1년간의 여행기록이다.


흔한 여행책자처럼 여행 자체에 대해 주워섬기기보다
지중해와 남미에서 카메라와 함께 사투를 벌이며 익힌
여행사진 찍기 노하우를 설명하고자 하는 책이다.
여행이 질릴 때마다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하는 고민했단다. 그랬음직하다.


마음에 드는 사진과 캡션이 간혹 집히는 것을 보면
찍는 실력도 쓰는 실력도 평균이상은 된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남편은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여행 동화를 출판할 계획이라고.
(이런 나쁜사람. 프리랜서다.
둘이 각자 책내서 잘팔리면 여행경비 3,500도 금방 채울까?)


이들이 다녀온 곳은 총 14개국.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등 지중해 연안과 남미.
1년동안 세계여행을 하고 왔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365일은 세계를 눈에 담기엔 그닥 긴 시간이 아니어서
이들처럼 한나라에 1달을 머물러도 짧다면 짧은 것.


어쨌건 그들의 눈부신 외모만큼이나 부러운 여행.
특이한 것은 맨 마지막에 우르르 나오는 필자사진 중 첫번째는
어디가서 동료 최모씨가
파란잠바를 빨간색으로 염색해입고 찍었다고 뻥쳐도
열명중 아홉은 믿을법하다는 사실.



- 다리 찢기 연습하는 뱁새쏘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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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일단 추천.

우화처럼 시작하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에 비해

초반 장악력은 약하지만

뒤로 갈수록 빠져드는 맛은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결론.





시간순서로 이어지는 3부작도 아니고

이야기끼리 서로를 뒤집는 반전도 아니고

차라리 같은 이야기의 변주곡이라 함이 옳다.





거의 동일하게 작가와 그를 쫓는 인물이 등장하고

거의 동일하게 둘의 역할과 심리가 전도되면서

거의 동일하게 뉴욕의 잿빛 긴장과 불안이

뒷머리를 짓누르는 세 이야기.





마지막 장을 넘기고서 나도 모르게

자꾸 앞 이야기를 헤집어

같은 번짓수과 같은 주먹다짐과 같은 대화를 찾는 것은

이미 내가 쫓는 사람이 되었다는 증거이며

곧이어 내가 쫓길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동반한다.





좀 쫓아와주세요... 응?





*3부 다이아, 3부 다이아... 는 영화 <시실리 2km>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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