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이표를 만난듯 우르르 움직이는 명절 귀향길도 벌써 13년째.

열몇시간 도로에서 낑낑대면서 '도로 빽'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지만

꿀맛같은 밥상과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며 먼길 마다하지 않습니다.

간혹 내려오지 못하면

자식도 부모님도 몰래 눈물짓는 날,

그게 명절이니까요.





저희집의 명절 풍경은 참으로 게으릅니다.

흔한 팔운동(아시죠, 고**)도 안하고

다들 널부러져서 TV나 보고 잠만 자요.

저도 남다른 의무감에 책을 가득 들고와서

항상 천연기념물 상태로 들고 올라갑니다.





그래도 빼먹으면 아쉬운 이벤트들이 있어요.

먼저 <엄마와 함께 고기전 붙이기>.

언니들이 결혼하기 전에는 밀가루 담당밖에 못했지만

저도 이제 수석요리사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밀가루, 계란, 굽기를 혼자 도맡은 것입니다. 음으하하~





그러나 스스로 대견해하던 것도 잠시.

맛의 완성도를 위해 신중하게 전을 부치는 저의 스타일은

"어째 안 쌓인다야?" 한마디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역시 엄마의 내공.

합세하시자 마자 속도가 4배 빨라지면서

금새 고기산이 만들어지더군요.





두번째 이벤트는 <엄마와 함께 목욕탕가기>.

역시 이곳에서도 저의 내공이 아주 부족합니다.

이틀에 한번씩 반신욕을 위해 목욕탕에 가시는 엄마.

탕에서 10분도 못참고 방황하는 저에게 한마디 하십니다.

"워따, 찬물이나 떠갖고 와라"





좌절이 여기서 끝이겠습니까.

황토찜질방에서 땀빼고 계신 엄마와 시차를 맞추기 위해

미리 등짝을 제외한 나머지부위의 때를 열심히 밀고서

엄마와 접선하여 자신있게 등을 내맡긴 순간.

아아~ 어디에 숨어있던 1인치들인지, 

때들의 커밍아웃이 작렬합니다.

분명 아까 다 밀었던 부위들인데도...





여전합니다. 초딩때나, 고딩때나, 직딩때나

어느 한구석도 완벽하지 못한 딸입니다.

그래도, 내년에도 물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전은 언제 할라요?"

"엄마, 목욕탕 언제 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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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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