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 모노가타리 해설서를 읽었다.

스마해변은 히카루 겐지가 귀양 갔던 곳,

히에이잔은 가오루가 좋아했던 여인이 길을 잃은 곳,

교토야 뭐 당연하게도 겐지가 태어난 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곳.

 

만약 간사이 2차 원정 전에 읽었더라면

우지랑 아카시도 들러봤을 지 알겠는가.

어찌됐건 바람둥이의 허망한 일생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을 터인데.

'짐만 싸는 여자 > 뎅,뎅,뎅'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살짜리도 '사는 재미'를 찾는데...  (0) 2008.09.29
친정민박  (0) 2008.09.17
나는 듣보잡이 싫어요  (0) 2008.08.21
갑상선 호르몬, 리필해주세요.  (0) 2008.07.30
여행짐싸다 가출짐쌀뻔  (0) 2008.07.08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자위대 청년의 별명은 이케뽕.

태국 치앙마이 트래킹에서 알게 된 한국인 친구들도 여럿이라고.

 

식당에서 우리가 연거푸 사케를 주문하자, 신기해하는 점원에게 그는 말했다.

"한국에서 사케가 붐인듯 합니다."

그때는 붐이라고 말해도 되는 수준일까 생각했지만,

다녀와서 보니 사케 판매량이 와인을 앞질렀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선하디 선한 청년은 한국에 와본 적도 있고, 관심도 있는 듯 했지만

"문제는 역사다, 이 바보야"의 상황은 우리를 비켜가지 않았다.

하필 우리가 여행중이던 때, 일본과 감정이 격해진 상태였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대화중에도 독도가 끼어들었다.

 

빡빡남   " 왜그리 난리인지 모르겠어. 그냥 사이 좋게 공동소유로 하면 좋을 텐데..."         (^_^)  

벌벌녀   "그건 좀,,, 역사와 영토와 온갖 것들이 줄줄이 엮이는 문제라서 말이지..."            (-_-);;;;;; 

 

공동소유라,

그들에겐 나름 양보와 선의일지 모르겠으나 우리에겐 참을 수 없는 단어라는 걸,

그는 알지 못했다.

우리도 말하지 못했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수향순회 다음 코스는 미야가하마 해변에 가는 것이었다.

스마해변에서 해수욕을 했으니 이번엔 담수욕을 해보자는 것.

미야가하마 해변은 휴가촌(큐카무라)이라는 시설 앞에 있는데, 잔디가 있어 발이 뜨겁지 않다고 했다.

 

여기서 첫번째 돌발상황.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표를 보니 아 글쎄, 미야가하마행 버스는 오후 3시대가 마지막이었다.

만약 그 막차를 탔더라도 택시를 부르지 않고선 나오지 못했을 터.

갑작스런 사태로 인해 이 곳이 얼마나 깡촌인가 생각하면서

일단 남아있는 버스는 장수사행밖에 없으니 거기라도 갈 것이냐 고민하고 있는데

 

여기서 두번째 돌발상황.

빨간 셔츠를 입은 빡빡머리 청년이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빡빡남    "너희 수향순회 했지, 나도 했다."

벌벌녀     "아, 우리 다음배. 총 3명이더니 니가 혼자였구나, 심심했겠다."

빡빡남    "어디 가냐, 버스 기다리냐?"

벌벌녀    "그렇긴 한데, 장수사행밖에 없다, 너도 버스 탈래?"

빡빡남    "아니 나는 차가져왔다, 근데 혼자 와서 심심하다, 내가 차 태워줄까?"

 

솔깃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상황.

대답도 못했는데 장수사행 버스가 갑자기 도착했다.

우리도 당황, 저쪽도 당황. 

"어쩔수 없지, 잘가라" 하는 빡빡 청년을 보며 우리는 망설였고 버스는 떠났다.

얼떨결에 우리는 그 청년을 믿어야만 했다.

 

 

 

 

 

빡빡남, 그는 군인이었다. 홋카이도 치토세에서 자위대 근무중.

본가가 오사카와 교토의 경계쯤이라서 다니러 왔다고 했다. 이틀 후엔 푸켓에 간다고.

와이프는 사회복지사인데 휴가도 못 냈거니와 둘의 여행 스타일이 달라 혼자 떠난다고 했다.

반갑게도 여행마니아. 본인도 여행가서 도움을 많이 받기에, 여행자들을 도와주는 게 즐겁다고 했다.

 

일단은 장수사로 출발.

우리를 내려주고 가는 줄 알았는데, 이제 뭐할거냐 물어보니, 장수사를 보겠다고 한다.

아하, 알았다. 계속 같이 다녀주겠단 뜻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수사에 들어서니 4시 50분. 다들 청소를 하고 있었다.

다섯시에 끝난다고 재촉들을 하여 금새 나와야 했다.

절에 가려면 역시 5시 전에 가야하는 것이었다.

 

 

 

다음은 미야가하마. 듣던 대로 잔디와 모래밭이 함께.

수영을 해보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바닷가를 맨발로 걷는 것으로 대신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은 어디냐고 하여 돌아가겠다고 했다.

오우미하치만역을 말했다가, 기차표값을 줄여볼까 하는 욕심에 오츠역도 괜찮겠냐고 하니 흔쾌히 오케이.

사실 40km 정도 되는 거리인데 미친듯이 폭우가 쏟아져 한참이나 걸렸다.

 

밥을 사겠다고 했더니 사양. 박박 우겨서 하마오츠역 근처 복합쇼핑몰 안에 있는 고깃집에 데리고 갔다.

둘이 먹을 땐 언제나 10~20분이면 땡이었는데, 셋이 먹으니 대화도 하고 즐거웠다.

오랜만에 만찬을 한 듯한 기분. 기차표 절약한 것의 몇배가 나갔지만 왠지 아깝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지역 사케를 시켰더니 잔받침까지 가득. 오른쪽처럼 마셔도 오케이.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수향이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도요토미 히데츠쿠가 세운 수로를 따라 유람하는 뱃놀이.

봄에는 벚꽃이 피어 멋지다지만, 때는 바야흐로 여름.

갈대로 만들어진 섬 사이로 70분 가량 떠다니는 게 전부일 게 뻔했다.

 

1인당 2100엔을 들여 배를 타야할 이유가 있을지,

차라리 오츠에서 비와코 유람선 미시건호를 타는 게 나을지 고민이 많았으나

미시건호의 미국식(?)쇼도 마음에 안들거니와 비와코 물색보다는 주변을 둘러보자는 생각에

수향순회로 마음을 정했다.

 

히코네에서 JR 비와코센을 타고 오츠 방향으로 20여분 되짚어오면 오우미하치만역.

북쪽출구로 나오면 왼편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하치만보리 순회가 있고 수향순회가 있는데 어느 쪽이 나은지,

수향도 네 군데가 있는데 어디가 나은지 물었더니

하치만보리는 수로 뿐이고 시간도 짧아서 비교가 안된다고.(값은 싸다. 1000엔)

그리고 중요한 팁.

수향은 네가지 코스 중 첫번째가 시간도 길고, 버스비도 다른 데보다 100엔 싸다고.

 

3시 출발을 맞추기 위해 6번 승차장에서 장수사행(미야가하마행도 같은 코스다) 버스를 탔다.

풍년교에 내려 수향이 써진 곳을 가니 아직까지 손님이 많지는 않다.

자판기에서 맥주를 뽑아 들고 타려했는데 김군의 실수로 3개나 뽑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따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함께 탔던 커플. 미에현에서 왔다는데 여자가 덥다덥다 하더니 누워버렸다. 자기 남편은 힘들게 노를 젓고 있는데...

일본어로 물으면 영어로 답을 했다. 흠, 역시 내 일본어가 양에 안 차는 거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편 차례. 조금 저어보더니 요령을 알겠다며 열심. 아저씨에게 자기를 고용하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참이나 노를 저어주는 손님이 뿌듯한 아저씨. 우리가 외국인인 걸 알고 영어로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대를 이야기해주느라 땀 좀 빼셨다.

고마운 마음에 600엔짜리 기념사진도 사왔다. 선글라스 밑으로 옆머리가 구렛나룻처럼 나와 좀 맘에 안들긴 했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히코네성을 등지고 우측으로 담을 따라 걸으면 캐슬로드가 나온다.

관광객용으로 조성한 느낌이 물씬.

어디서들 오셨는지 다들 양산을 챙겨든 나이 지긋한 여성들로 북적거렸다.

왼쪽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애니메이션 캐릭터 전시관과 아기자기한 식당들이 보였다.

 

고베牛에 이어 오우미(비와코 인근 지방 옛이름)牛를 한번 시도해볼까 했지만

역시나 너무 비쌌다.

결국에는,,,

차슈면과 츠케면(냉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700엔짜리 차슈멘. 어여쁜 반숙이 얹혀있다. 냉면은 콩국수의 국물없는 버전같은 맛이었다. 사진이 어디갔나 몰겠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물은 미소(된장)나 쇼유(간장)보다 시오(소금)가 깔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격표 참조. 웃음은 공짜라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리코 재도전. 1일째(오른쪽, 대체 어느쪽 다리를 든 거냣!)에 비해 완벽해졌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오츠에서 JR 비와코선을 타고 40분 남짓.

히코네역에 내리면 저 멀리 히코네성이 보인다.

일본에 남아있는 성 중에 오리지날로 분류되는 다섯개(?) 중 하나다.

 

전쟁으로 인해 손상되거나 하여 다시 짓지 않은,

옛날 상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성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물론 히메지죠.

규모도 크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니 유네스코 문화유산)

 

다만, 히메지는 내가 다녀왔기 때메 남편은 볼 기회를 상실했다.

게다가 오사카의 상징이라는 오사카성마저 거들떠도 안 봤다.

김군, 꼬우면 니가 스케줄 짜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냥 봐도 규모가 작다. 언덕 위에 있어서 그나마 전망은 나쁘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와코가 보인다. 뭐 그럴 수 밖에. 근처에 버드맨 대회 열리는 해변이 있다하여 가볼까 하다 말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매우 한가롭기 때문에 앉아서 놀아도 된다. 랄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히코네성의 마스코트. 여기저기 전시되어 있었다. 귀여워보여도 칼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뒷뜰이 상당히 예쁘다. 성 입장권에 정원용이 같이 붙어있다. 합해서 600엔.

성에 올라갔을 때 뜃쪽으로 화살표를 보고 잘 내려와야 한번에 입성.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당장 내일 오전에 막을 기사가 있는데, 회사 가서 쓰자고 젖혀두고 김군을 기다렸다.

퇴근길에 시어머님께 받은 전화 때문이었다.

마음은 급하고 가슴은 뛰고,

하지만 혼자서 뭔가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그러나 저녁만 간단히 먹고 오겠다는 남편은

11시 25분에 "이제가"라고 문자를 보내놓고

12시 15분에도 지하철이 아닌 술집에 있고

듣보잡 후배는 전화를 빼앗아 들고

형수님 보고싶어요 여의도로 오세요,,,

 

남자들은 왜 모르는 것일까.

화 났을 때 다른 사람 바꿔주면 더 열받는 걸.

'짐만 싸는 여자 > 뎅,뎅,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정민박  (0) 2008.09.17
겐지 모노가타리 기행  (0) 2008.09.05
갑상선 호르몬, 리필해주세요.  (0) 2008.07.30
여행짐싸다 가출짐쌀뻔  (0) 2008.07.08
입사 8년째, 결혼 4년째  (0) 2008.06.19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헉헉헉

숨을 몰아쉬며 들어오는 우리를 보고, 케이블카 역무원들은 물었다.

"5시꺼 타고 올라가면, 5시 50분까지 역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6시에 양방향 막차가 뜬다는 이야기다.

 

5시 10분쯤 엔랴쿠지역 도착.

절의 규모가 커서 동과 서로 나눠져있다며, 어느쪽을 먼저 구경할까 다퉜는데

이상하게도 조용~한 절.

입장료 받는 데에도 사람이 없고, 사람이 있더라도 말도 안 건다.

 

그렇다.

영업시간이 끝났던 것이다.

(절에는 5시 이전에 가야한다는 사실을, 다음날도 확인하게 된다.)

할일도 없고, 터벅터벅 경내를 걸었다.

그리고 정확한 시간에 돌아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게이한 사카모토역으로 가는 버스가 서 있었다.

버스를 탈까 말까 망설이는데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났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식당.

까까머리 고등학생들이 '히에이잔고 야구부'라고 써진 가방을 던져놓고 배를 채우고 있었다.

 

가라아게 주세요,

가라아게는 포테토가 안 나와요. 가라아게로 줘요 가라포테로 줘요?

가라포테 주세요...

 

눈물나게 맛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케이블카 유일한 동승객. 파르라니 깎은 머리로 보아, 스님일지도 모른다. 내려올 때는 함께 타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달리 할 일도 없어서 이러고 놀았다. 김군 손의 핑크색 우산은 사카모토역 협찬.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눈물나게 맛난 분식집.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메뉴도 싸다싸.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식당에 버티고 있던 회색 고양이. 털을 만지며 사진 찍으려니 딴데로 가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가라포테. 감자튀김이 좀 짰지만 뜨끈하고 맛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비에 젖은 선거 포스터. 열심히 땀흘리며 인사하는 느낌이 난다. 물로 저 땀은 빗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하마오츠역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보이는 비와코 조명분수.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