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추석연휴, 시댁에 가질 않았다.

시댁 근처로 집을 사네 마네 하면서 4주 연속 들락거린 것도 있고

함께 버스 전용차선을 타고 내려가자는 언니의 꼬드김도 있고 하여

친정에만 다녀오겠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틀 전부터 부풀어 오르던 마음. 집에 간다는 설렘.

내 집은 가짜, 고향집이 진짜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한지 하루가 지나자

머물던 방이 마치 민박집인 듯 느껴지기 시작했다.

 

방구석의 먼지, 빛바랜 베개와 이불.

왠지 남이 쓰던 것처럼 꺼림칙하여 편하지가 않았다.

죄책감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있었지만

'이틀만 참자'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음식준비와 설겆이를 거들다가는

꾀를 부리기도 했다.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가슴께를 맴돌았지만

시댁에서 했던 일들을 친정에서도 해야한다는 억울함으로 덮었다.

 

아무 것도 들고올 필요없다, 너희가 오는 게 선물이다 라시던 부모님은

어느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버리셨는데...

나는

남이 되어가는 걸까.

나만 알게 되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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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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