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시려는 분은 읽지 마세요.








이런 실망이 없다.

모니카 벨루치가 언제 나오나 목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잠깐 나왔다가 별 힘도 못 쓰고 사라졌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분위기가 비슷한 여배우는
싸움 좀 하나 했더니 형제를 사랑싸움에 몰아넣고서

고층빌딩에서 떨어진 아빠는 본채만채,
즐겁게 축제를 벌인다.




재크와 콩나무, 빨간 두건, 헨델과 그레텔, 신데렐라,
라푼젤,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진저브래드맨...

구석구석 그림형제가 정리해놓은 구전동화들이 묻어나고
모니카 벨루치라는 강력한 '볼거리'가 있음에도 실망스럽다.



역시 영화는 그저 볼거리가 아닌 것을...
전작들은 잊으라는 말, 네이버 평점이 10점만점에 5점대인 이유,


보면 안다.




p.s.
남피온이 나오면서 그랬다.
애들 다 줘버리고 모니카 벨루치 살리는 게 낫지않나?

나도 맞장구였다.
그렇지, 모니카 벨루치 하나 아이 열둘 안 부럽지. 잘못 만들었어.

사진의 왕관모양이 왠지 어디서 본듯한데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에서 혹시
드라큘라 흰머리를 저런 모양으로 감아올려놓지 않았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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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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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리 삼행시

                    - 박효리

박: 박씨를 주웠어요.
효: 효리가 심었어요.
리: 리본이 나왔어요.



배아파서 죽을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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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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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리가 교내 경필대회에서 1학년 1등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럴리 없어, 그녀는 왼손잡이에 획순도 엉망인 악필인데...

심지어 리을도 뒤집어쓴단 말야...



증거를 요구하는 내게 언니는 말했다.

얼마전 급식때문에 학교에 갔다가

선생님 책상에서 원고지가 한뭉치를 목격했는데

맨 윗장을 보고 "누가 썼는지 잘도 썼네" 하고 보니

이름이 '박 효 리'였다고.



"너 원래 글씨 못쓰잖아, 이거 니가 쓴거 맞아?"

놀라 물었더니

박효리가 태연자약 대답한 것이 가관이다.

"이건 상 주잖아!!!"



역시 형부 딸이 맞구나... 감탄하는 이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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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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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개척한 비디오가게에서 '인 굿 컴퍼니'를 빌려왔다.

M&A로 인한 구조조정,

하필 이런 때 발생한 아내의 임신,

새파랗게 어린 상사,

그 상사와 사랑에 빠지는 딸...

"가는" 혹은 "해고당하는" 것이 먼 일처럼 느껴지진 않어서

출근전 맛만 본다고 틀었다가

지각했다.







포스터만 보면 무슨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같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조연에 가깝다.

그녀의 유명세에 기대고자 촛점을 흐려놓은 포스터.

물론 정공법을 썼다한들 폭발적 흥행은 어려웠겠지만

진짜 내용이 매력적인데 왜 이런 짓을...

"North by Northwest"를

"북북서로 방향을 돌려라"로 오역하는 시대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물론 이런 핑크빛 로맨스가 살짝 피어오르긴 하지만.









아버지와 딸과의 관계도 인상적이다.

부엌 쓰레기통에 버려진 임신테스트를 보고 딸을 오해하는 아빠지만

(영리한 딸이라면 부엌에 버리는 짓 따위는 안할 텐데)

딸의 솔직하지 못함을 꾸짖으며

"너는 예전이 더 나았다"고 할 때

그런 아빠의 말에 반항하기 보다 반성하는 딸,

그래도 괜찮은 부녀관계 아닌가.





26세의 어린 상사가 처음 회의를 주도하면서

"즐겁냐, 나도 즐겁다"식의 표현을 하는데

들리기로는 cite인데, 그런 말을 쓰나 모르겠다.

"Are you cite?"




(이런 포스터를 썼다면 지금의 흥행성적과 어떻게 달랐을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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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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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그림같다' - 손철주


내용도 좋지만 단어 씀씀이가 탁월했다.
단순한 내 머리로는 또 주제에서 엇나가기만 할 터.
책의 가치가 상하겠구나, 걱정부터 했다.


감기에 끙끙대며 졸다깨다하며 읽고
겨우겨우 지각 마감을 하고
신문에 찍힌 민망한 글자들에 얼굴 붉히며
또 주제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변죽만 울렸구나 반성하던 차에
저자의 편지가 도착했다.

 

고맙고 민망합니다.

큰 지면을 배려해 주셔서 면구스럽습니다.

그 지면 때문에 밀려나신 여러 저자분들께 송구합니다.

......


미술기자 출신 학고재 주간 손철주씨의 이메일.
고맙고도 민망하기는 내 쪽이 더 했다.


저자에게 감사인사를 받은 건 딱 두번.
두 경우 모두 전/현직 기자였는데
직업 탓인지 성격 탓인지 분석하기엔
표본이 너무 모자란다.


제대로 써야 감사라도 받지... 나원참.





출처 : 경향신문


[책마을]그림속에요? 인생이 녹아있죠


정종녀의 ‘고암 딸 돌잔치 그림’

▲ 인생이 그림 같다/ 손철주|생각의 나무

지난해 화제가 되었던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에서 작품을 훔치려 했다는 남자가 있습니다. 뭉크의 ‘절규’와 ‘마돈나’를 훔친 도둑놈들과 겨루려 했다나요. 뭉크의 두 작품이 표방하는 고통과 구원을 한 손에 해결하겠다며 ‘도시 위에서’를 찍어두었답니다. 맹랑하게도 글 속에 자신의 죄를 낱낱이 토해놓은 ‘절도 예비 음모죄’ 피의자는 바로, 학고재 주간 손철주씨입니다. 오랜 미술기자 생활의 유산으로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를 펴낸 지 7년 만에 다시 그림을 주제로 책을 엮었습니다.

이번 책은 고전과 현대를 오갑니다. 우리 전통 산수화·풍속화에서 일본의 우키요에, 서양화…. 여기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와 괴짜 사진가 헬무트 뉴튼의 삶에 이르기까지 줄줄 읽어주는 맛이 아주 감칠맛 납니다. 더불어 연적, 옹기, 토우 같은 옛것들 속에서 푸근한 추억도 읽어내지요.

얼굴에 정신을 담으려 했던 우리 초상화를 이야기하려고 들어놓은 예화가 재미있습니다. 1953년 스탈린이 죽자 파리의 어느 공산당 잡지는 당대 최고 화가인 피카소에게 ‘경애하는 지도자 동무’의 초상화를 맡겼답니다. 마감시간이 다 되어 도착한 피카소의 그림을 뜯어본 편집자는 하얗게 질렸답니다. ‘만국 인민의 준엄한 아버지’는 없고 허겁지겁 그린 듯한 웬 어벙한 콧수염의 낯짝이 버티고 있었으니까요. 책이 나오자 유럽의 공산당원들이 한동안 들끓었겠죠. 숨도 못 쉬고 지냈던 피카소가 나중에 푸념했답니다. “장례식에 꽃한다발 보냈는데 꽃이 마음에 안든다고 꽃 보낸 사람까지 욕할까.” 이때 저자가 덧붙이는 말이 한술 더 뜹니다. “생화 보낼 자리에 조화를 보낸 꼴이 됐잖소.”

뭉크의 ‘마돈나’
현대 미술은 ‘명백히 실존하는 공포’라지요. 자신의 감상을 작가의 것과 동일화하고픈 집착에 시달리느라 그림 앞에서 떠들기를 주저하게 된다는 거지요. 그림 자체가 의미를 적으로 삼았으니 우리 옛 그림들만큼 친절하지가 않지요. 저자의 충고는 이런 때를 위함인 듯합니다. “동일시는 절대로 불가능한 욕망입니다. 차라리 차이를 인식하는 게 현명합니다.”

자신만의 느낌과 감각으로 그림을 읽는다면 오독과 편견마저 좋다는군요. 겁내지 말고 많이 보라고, 볼수록 그 안에 길이 있다고 저자가 충고합니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잊혀진 단어들을 솜씨 좋게 요리한 문체가 돋보입니다. 걸쭉하면서도 격이 낮지 않고 쉬우면서 재미납니다.

특히 헤밍웨이와 박수근, 중국의 서위, 조선의 최북, 반 고흐를 오가는 ‘상처 있는 영혼은 위험하다’라는 꼭지가 일품입니다. 표지에 적어둔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격’이란 말이 빈말이 아니었습디다그려. 1만2천원

〈임소정기자 sowhat@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5년 09월 23일 17:55:04


기사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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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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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영화를 보러갔다가 
커다랗게 한쪽 벽면을 차지한, 검고 푸르딩딩한 포스터를 봤다.


731벌의 옷을 남기고 떠난 그녀
165cm, 230mm, size 7...
아내의 치수와 꼭 맞는 여자가 필요하다.




당장 보기로한 영화를 포기하고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스토리가 무라카미 하루키라서였는지,
음악의 류이치 사카모토라서였는지,
일본 영화라서였는지,
모르겠다.


그 검고 푸르딩딩한 포스터는
며칠동안이고 마음에 맺혀서는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틀이나 지났을까
야근을 한 다음날 아침,
장대비로 축축해진 신발로 다시 그 극장을 찾았다.


사람이 많지 않다고 다른 자리에 앉았다가
자리 주인이 와서 일어나고 또 일어나고,
그제서야 알았다.
비에 젖은 보라색 우산을 화장실에 두고 왔다는 걸.


우산을 가지러 황급히 나가려는데 아차,
입구쪽에 앉은 여자의 다리 옆에 가지런히 놓인 보라색 우산.
울컥하려던 마음을 다잡고 화장실에 갔더니 미안하게도
우산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우산을 들고 다시 들어오는 길,
이번엔 입구쪽에 앉은 여자가 아차,
내 우산을 보고 놀란다.
같은 우산인데 같이 앉죠?
얼굴이 예뻤으면 그렇게 말했을까. 
그녀의 뒷줄에 앉은 나는 예고편을 마저 보며 고민했다.










만약 이 영화를
"50대 남자가, 그리고 30대 여자가 1인 2역을 하는 75분짜리 영화"
라고 한다면
그 얼마나 건조할까,


영화는 실제로 건조했다.
친절한 나래이터씨가 상황을 설명해주었지만
친절한 사카모토씨가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었지만
바삭바삭 말라 갈라지기 직전이지만
왠지 비가 올지 안올지는 관심도 없는 마른 사막을 만난 느낌.


에이코와 히사코, 토니 타키타니와 아버지 쇼자부로, 그리고
그녀의 보라색 우산, 나의 보라색 우산.
그리고 고독, 그리고 상실.


우산 덕에 하루끼식 감성과 싱크로한 걸까.
남자의 민망한 장발 20대 씬에서는 웃을까 말까 망설였음에도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아련하다.


영화는 가을옷을 사고싶다는 생각과 함께
토니의 집처럼 통유리에 전망이 가득 들어오는 곳에 살고 싶다는
내 오래된 소망을 또 자극하고 말았다.




p.s. 포스터엔 size 2라고 되어있지만
영화 속 나래이션은 'なな나나'라고 했으므로 위쪽엔 size 7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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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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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신문기사만 골라 스크랩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나름대로 이름난 영화감독 엔리케.




어느날 한 남자가 찾아와 자신을 엔리케의 옛친구 이냐시오라면서
자신이 쓴 글을 선물한다.



이냐시오가 남기고 간 글을 읽고 영화화를 결심한 엔리케.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영화를 찍으면서
엔리케와 이냐시오, 마뇰로 신부, 그리고 한 남자의 진실이 밝혀진다. 





친구따라 강남가는 게 아니라 친구 대신 극장에 갔다.
'나쁜 교육' 앵콜상영.


어린 이냐시오역 남자아이의 노랫소리가 너무 고와서 놀랐고
네 남자 모두 이기적이어서 놀랐고
네 남자 모두 동성애적 감성을 지녀서 놀랐고
아저씨같은 게이에 놀랐고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에르네스토 게바라를 맡았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변신에 놀랐다.





영화 속 영화가 끝나는 순간 밝혀지는 진실을
왠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배우에 대한 나의 애정이었을 듯.


왠지 도발적인 영화.
어쩌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이름 마지막 세글자가
빨리 발음하면 '도발'이라서는 아닐까.


(마지막 말투는 '서프라이즈'의 진실 혹은 거짓 멘트스럽군... 크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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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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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메어', '스크림'의 웨스 크레이븐이 만든 신작
'나이트 플라이트'의 시사회에 다녀왔다.




미모의 여성에게 우연히 다가온 남자.
같은 비행기인줄만 알았는데 옆자리에까지 앉았다.
남자가 물었다. "너 나 스토킹했니?"




그런데 이남자, 조금 있으니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줄줄 늘어놓으며
한통의 전화를 강요한다.



 
냉혈한 그러나 깔끔한 테러리스트.
하지만 뒤로 갈수록 스크림의 살인마처럼,
여자가 치면 맞고 발걸면 넘어지고 뭔가 어설프다.


이남자 어디서 봤을까 했는데
<28일 후>에서 떡진 머리로 휘청거리던 녀석,
이여자 어디서 봤을까 했는데
<킹카로 살아남는 법>에서 여왕이었다가 살쪘다 하는 소녀.


그럭저럭 긴장감이 유지되는 중반부가 하이라이트.
결론은 오히려, 예상하기 쉽다고들.
개인적으론 피칠갑 스릴러보다 깔끔한 느낌이었다.
90분이 채 되지않는 러닝타임은 아쉽지만 저예산영화라 그렇다나.


모 호텔에서 고객을 초청해 마련한 행사라서
여성관객이 90% 이상이었던 까닭에
단체로 놀라기, 멀쩡한 장면에 혼자 소리지르기 등에 당했지만
그럭저럭 즐거웠다.


근데 원제가 왜 <Red Eye>인지 모르겠네.
술먹은 다음날 눈에서 빨간 광선 나올 때 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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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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