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이모를 찾아서'에 해당하는 글 30건

조카와 발레공연을 보러갔다. <차이코프스키 발레 판타지>



1주일 전 토요일

집에 들어갔더니 언니가 "발레 볼 생각 없냐" 물었다.

아이가 볼만한 공연이 있는데 자기는 시간이 맞지않는 모양.

"형부가 가능하면 부탁하려고 했는데 힘들다나봐."

이쯤에서 고민.

녀석은 발레를 좀 한다. 유치원에서 칭찬도 종종 듣는 모양.

지독한 몸치 집안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예외.

이모라는 사람이 그 꿈을 꺾어버릴 수는 없지않은가...

여기서 언니의 승부수.

"친구도 데려가라. 3장 끊을게. 근데 1장값은 니가 내라."

어쩔 수 없이, 생일맞은 친구를 데려가기로 하고 표끊기 승인.

취소하면 티켓가격의 10% 지불. 취소는 안돼.



이쯤에서 다시 1주일 후 토요일 오후 12시.

어째 출근했어야할 형부가 오전 내내 늘어져자고 있다.

바빠야하는데 이상하다.



오후 2시. 깊어지는 의혹.

형부는 아직 TV를 보고 있다. 냄새가 난다.



오후 3시. 폭발.

"형부, 오늘 일있어서 못가는 상황 같지가 않은데?

지금 내가 돌잔치랑 동기모임도 못가고 거기 가는건 알고 있어요?

같이 가기로한 친구가 오전에 약속 깨서

급히 여기저기 전화한건 알고 있어요?"

형부의 한마디. "몰랐는데?"



오후 4시. 즐거워하는 아이를 데리고 씩씩거리며 출발.

"아직도 열다섯개 가야해? 거기 가면 또 기차타? 왜이렇게 멀어~~" 

아이는 지루함과 싸우다 징징징 징소리를 냈다.

속으로 '머냐, 나도 멀다'



오후 5시 20분. 친구 접선.

곧 있을 사돈 결혼식 선물을 함께 사고 허기 채우러 감.

맛있는 햄버거 사준다고 가는 길에 캬라멜 사서 안기고

K버거 가서 줄서는데 또 징징징...

'아가, 너는 꽹가리면서 왜 징소리를 내니(유치원에서 상쇠)'



오후 7시. 공연 시작.

"어린이 여러부우우운~ 지금 선생님을 불러볼까요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고양이 춤 보고나서 효리에게 자꾸 손목흔들기.

효리는 <백조의 호수> 4인무에 열광.



오후 7시 55분. 쉬는 시간.

"배고파 사줘사줘사줘사줘" 

평소 잘 안먹던 녀석이 오렌지주스 커다란 잔을 혼자 벌컥.

"이따 아이스크림 사줘"



오후 8시 10분. <호두까기 인형>

"각오해라"

어두운 무대를 보다 갑자기 내게 소리지르는 효리.

뭐지, 뭘 각오하라는 거야.



오후 8시 30분. 싸인회.

다들 줄을 섰다. 남들은 팜플렛 들고 있는데 자기만 없다고 징소리.

아, 이걸 각오하라는 거였나.

다시는 안데리고 온다고 윽박지른뒤 결국 사와서

"누구한테 받을래" 하니 모르쇠 일관.



오후 8시 50분. 데릴러온 언니부부와 접선.

형부는 "수고했다" 한마디 하더니

"공연이 7시인데 왜 4시에 나갔냐"

지하철로 화곡동에서 삼성동까지 와서

아이 밥을 먹여봤어야 알지...

알고보니 집에서는 한술 더떠

오락하면서 언니더러 과외 다른데서 하면 안되냐고 했다는...



아아, 아버지는 이러면 아니되는 것 아니었던가...





사진1. 지하철 효리. 이때까지만 해도 즐거워했다.




사진2.3. 발레리나걸즈. 어찌나 수줍어하던지 등떠밀어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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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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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컴퓨터는 바이러스 때문에 2주전에 전사.

작은언니네 컴퓨터는 눈물 없이는 갖고놀 수 없는 사양.

결국 금요일밤, 컴퓨터 조립이 취미인 오빠가 상경했다.



(여기서 가족사항 공개. 언니(69)/언니(72)/오빠(74)/나(77) 

딸로는 셋째가 분명하나 오빠가 중간에 낀 탓인지 외모가 셋째딸스럽지 않아 대략 낭패)



평소 "그만 좀 하라"고 욕먹는 나의 언어유희는

상당부분 '언어유희 지존' 오빠에게서 비롯하는 바,

이날도 한판 대련을 앞두고 있었는데...



반쪽으로 잘라놓은 배를 들고온 오빠.

"배 반이야. 배반"

그때 '배'를 응용한 무언가로 반격하려는 순간.

옆에서 놀고있던 박효리의 예상치못한 공격

"배 들어, 베드로"



베드로...

예수가 수난을 당할때

곽씨부인, 퀴리부인, 애마부인...

세 부인을 불러 '세번 부인'했다고 소문난 그 베드로.



우리가족은 '언어유희 신동'의 탄생을 목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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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언니와 효리는 파주 출판도시에 다녀왔다. 



효리가 비치되어있는 뭔가를 갖고놀았나본데

몇살 더먹은 아이가 내놓으라고 하면서 한대 쳤단다.



울면서도 손에 쥔 것을 놓지않는 효리와 윽박지르던 아이.

언니가 가만히 쳐다보자 아이는 "왜그래요!!! 우쒸" 화내며 사라졌단다.



그러자 효리가 한마디

"잘못 키워서 그래!!!"



이후부터 효리에겐 호가 생겼다.

"잘키운 효리, 피아노 다 쳤니?"

"잘키운 효리야~ 밥 먹어라"



무섭다. 

잘키운 효리가 남들한테 "아, 우리 이모? 잘못 키워서 그래"

이러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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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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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널고 있었어요.

효리가 와서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달라고 해요.

이모는 빨래 널고 있으니까 효리가 이야기해보라 했죠.



"이모이모, 시멘트 트럭이랑 밀가루 트럭이 있었는데,

둘이서 차가 바뀌어가지고 과자로 집을 만들었더니 맛있어 가지고,

시멘트 과자를 사람들이 먹었거든? 근데 이가 부러졌거든?"



"엥? 그게 무슨 이야기야" 

이번엔 책을 가져와서 보여주면서 다시 설명을 합니다.

"이거 봐봐. 트럭이 두대 있잖아..."

이야기인 즉슨...



시멘트 운반 트럭과 밀가루 운반 트럭이 앞뒤로 나란히 길을 가고 있었는데

둘다 길가에서 볼일보고 나서 차를 바꿔탄 거에요.

저 차가 왜 내 앞이지? 앞질러 갔나?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두 운전사는 이내 차가 뒤바뀐 것을 알게되지요.

그런데 "알게 뭐야" 하면서 그냥 길을 가죠.

그러다 갈림길에서 밀가루를 실은 트럭은 왼쪽으로,

시멘트를 실은 트럭은 오른쪽으로 각자 제길을 갑니다.



어느 노부부가 집을 짓고있는 곳에 도착한 밀가루트럭.

시멘트를 섞던 인부들이 말합니다.

"시멘트가 왜이리 곱고 희지? 혹시 밀가루 아냐?"

"알게 뭐야"

결국 아주 어여쁜 건물이 지어졌는데 가정부가 불을 땠더니 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이야~ 맛있는 과자다"

아이들이 집 여기저기를 뜯어먹기 시작합니다.



오른쪽 길로 갔던 시멘트 트럭은 제과점에 도착했어요.

과자 반죽을 하던 제빵요리사들이 말합니다.

"무슨 밀가루가 이렇게 파랗지?"

"알게 뭐야"



잠시후

우르르~ 빠직~

우두둑~ 아야~

집이 무너져서 아이들의 등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과자를 먹던 사람들의 이빨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그 트럭운전사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달나라에 별장 짓고 잘 살았대요.



아니 이렇게 황당한 동화가 어디 있단 말이에요.

머리말을 보니

"이 고약한 동화는 어린이들이 이런 어른이 되지 말라는 뜻이다.

잘 설명하면서 읽어줘야 한다"

라는 이현주목사님(이분이 쓰셨어요)의 글이 있더군요.

이현주목사님 참 멋진 분인데 솔직히 이 동화는 의외였어요.



"효리야, 어쩜 좋아. 이가 부러진 사람들은?"

했더니 박효리왈.

"몰라~ 알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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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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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저만큼이나 효리도 드라마 <풀하우스>를 즐겨봤어요.

고속버스에서도 스카이라이프로 재방송을 볼 수 있었는데

효리가 제일 즐거워하더군요.

그날 저녁엔 TV에서 <풀하우스 스페셜>를 보며

"이모 이제 풀하우스 끝나는거야?" 하더군요.

"이미 얼마전에 끝났다" 했더니 시큰둥 툴툴.



다음날 아침. 웨이브파마의 꿈을 갖고 있던 저는

머리에 세팅을 둘둘 감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기형적인 손구조.

폭탄머리로 출근할 수는 없어서 고무줄로 묶었어요.

그런데 그순간 효리는 "어? 풀하우스 여자다" 하더니

유치원 앞에서 헤어지면서는

"안녕~ 풀하우스 여자. 안녕~ 이영재랑 사는 여자"

급기야 오늘 아침에는 "한지은~ 놀아줘" 하는군요.



"한지은은 너랑 안놀아. 맨날 청소해"

진짜로 파마를 해야겠습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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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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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조카 박효리는 올여름 열심히 이효리의 노래를 부르고 다녔습니다.

"이쓰 텐미리~"

그건 10mm. 과연 뭐가 1cm의 길이를 지녀 제 조카의 입에 오르내리는 걸까요?



차마 참지 못하고 원래 가사를 가르쳤습니다.

"줘스터텐미닛~ 이야."



그랬더니 효리는

"그래? 알았어. 이쓰 텐미릿~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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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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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조카가 친구들과 한강수영장에 다녀습니다. 언니는 좀 늦게 출발해야하는 사정이 있어서 제가 대신 조카를 친구집 근처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커다란 카니발 속에 북적거리는 아이들, 조카는 어느새 그 틈에 섞여버렸습니다. "잘가라"는 인사한마디 없이... 

어떤 아주머니가 저를 보고 첫인사를 던지셨습니다.
"아~ 난 누구신가 했네. 효리 이모시구나... 이모도 검으시네요? 효리랑 효리엄마만 그런줄 알았더니..."
"......"



이런 저도 두세살 무렵까지는 나름대로 하얀 피부를 자랑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어머니 증언에 따르면 자식들 넷중 가장 하얀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고 하니...

'쬐는 족족 탄다'는 제 피부의 특성 때문입니다. (검을수록 잘 탄다니 정말 불공평하지요.)

어릴적 저의 가장 친한 친구는 비누처럼 하얀 피부를 자랑했습니다. (다섯살에 처음 친구를 맺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으로 우리가 밖에서 뛰어놀았던 날, 저는 '거울이 왜이리 어두울까' 생각했지만 그아이의 얼굴은 그대로였습니다. 저혼자 검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또 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만 더 까매졌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는 운동회 연습을 시작하는 날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인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늦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면 조금 회복되곤 했지만 해마다 운동회는 있었습니다. (더 검은 아이가 있어서 '깜씨'라는 별명은 면할 수 있었...는 줄 알았는데 '깜씨3'였답니다.)

중학교 운동회 연습때는 비밀을 하나 알았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세수하고 나면 햇볕을 피해야한다는 것 말이지요. 그러나 저는 '하와이안의 친구'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운동회고 뭐고 의미가 없었습니다. 기숙학교라서 항상 학교에 갇혀살았습니다. 이제는 '동남아인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서울에 오고나서 한동안 잊었는데, 다시 얼굴색이 진해지고 있습니다. 휴가도 아직 안갔는데... 다녀오면 어찌될지 걱정입니다.



p.s. 부모님은 한국인 표준. 언니는 얼굴은 저보다 희고 몸은 커피색입니다. (썬탠했냐는 말을 듣지요.) 작은 언니는 조금 흰 편인데 눈가에 바르던 아토피 연고를 얼굴 전체에 발라서 표백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오빠는 가끔 저보다 검을 때도 있습니다.


 
얼굴색 비교를 위한 사진. 왼쪽은 저고 오른쪽은 회사 옆자리 후배에요. 둘 다 추레하게 나왔으니 얼굴 자체에 대한 평가는 삼가주세요. 아참, 엑조틱한 이 장소는 지금 앞자리에서 사진을 찍고있었던 선배가 데려가주신 모호텔 바(바가 맞을까? 1층이었는데)에요. 생각해보니 특급호텔에서 뭔가를 마셔보긴 처음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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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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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언니네 아이들입니다. 위쪽 상현이는 초등학교 1학년, 아래 상준이는 유치원생입니다. 연년생 남자형제. 이보다 더 까불어대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동해번쩍 서해번쩍 어찌나 결혼식장을 갈고 다녔던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래 상준이는 애교가 장난이 아닙니다. 전화할 때도 "이모, 나 누군지 맞춰봐" 하더니 어제는 안아달라고 해놓고도 묻습니다. "이모, 내가 눈가릴게 나 누군지 맞춰봐"

한참 데리고 노는데 자꾸 누나누나 합니다.
"이모, 묵찌빠 하자" 불러놓고 "누나 차례잖아" 합니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습니다. 예전엔 "언니"라고 불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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