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추석연휴, 시댁에 가질 않았다.

시댁 근처로 집을 사네 마네 하면서 4주 연속 들락거린 것도 있고

함께 버스 전용차선을 타고 내려가자는 언니의 꼬드김도 있고 하여

친정에만 다녀오겠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틀 전부터 부풀어 오르던 마음. 집에 간다는 설렘.

내 집은 가짜, 고향집이 진짜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한지 하루가 지나자

머물던 방이 마치 민박집인 듯 느껴지기 시작했다.

 

방구석의 먼지, 빛바랜 베개와 이불.

왠지 남이 쓰던 것처럼 꺼림칙하여 편하지가 않았다.

죄책감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있었지만

'이틀만 참자'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음식준비와 설겆이를 거들다가는

꾀를 부리기도 했다.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가슴께를 맴돌았지만

시댁에서 했던 일들을 친정에서도 해야한다는 억울함으로 덮었다.

 

아무 것도 들고올 필요없다, 너희가 오는 게 선물이다 라시던 부모님은

어느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버리셨는데...

나는

남이 되어가는 걸까.

나만 알게 되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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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가쿠지까지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사실 신이 나진 않았다. 죽도록 더웠다.

걸었으면 아마 포기했을 거라는 게 단 하나의 위안.

 

그렇게 도착한 다이가쿠지였지만 김군은 입장료가 아깝다며 발길을 돌렸다.

다이가쿠지 옆 호수에서 정신을 되찾은 다음 JR역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못내 아쉬워하는 김군.

다른 게 아니라 하루치 비용을 계산했는데 벌써 자전거를 반납하면 아깝다는 거다.

 

순순히 반납하면 도게츠교 아래 원숭이공원에 데려가마, 달랬다.

그곳에 가려면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올라야한다는 이야기는 숨겼다.

원숭이공원은, 교토타워까지 보이는 전망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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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다이가쿠지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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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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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게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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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를 만나러 가는 길. 원숭이 퀴즈 3단계를 맞춰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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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미녀와의 조우. 불행히도 아이는 엄마를 닮지 않았다. 민주적으로 생긴 아빠 탓일가, 의술이 너무 뛰어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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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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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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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굴욕. (18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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嵐는 산에 부는 바람, 아지랭이 같은 기운을 뜻하는 남기 람.

그러나 나는 일본 아이돌 그룹 '아라시'를 알았을 때

당연스레 저 한자의 뜻이 폭풍우라고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뫼산과 바람풍 사이에서 폭풍우를 만들다니,,, 나는 연금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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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교토 서부에 가면 아라시야마라는 지역이 있다고, 그곳에 멋진 대숲이 있다고 들은 것은 2004년께였나 보다.

그때만 해도 '숨겨진 비경'처럼 들었는데, 그 사이 유명세를 타고도 남았는지

기온 마츠리를 제외하면 이번 일정 중 가장 많은 관광객을 마주친 곳이 바로 아라시야마다.

 

바퀴달린 것은 다 무서워하는 고로, 자전거를 빌린다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너무 더운 날씨에 걷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결론.

안장을 낮추고 낮춰 발이 닿고도 남게 만들어서 타고 다녔더니

뒷모습이 더 불안하다고 남편이 난리.

찻길이 너무 무서워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다보니 나중엔 끌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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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텐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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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힘겨워보이는 인력거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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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도리이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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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바퀴를 굴리고 있는 쏘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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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모노가타리 해설서를 읽었다.

스마해변은 히카루 겐지가 귀양 갔던 곳,

히에이잔은 가오루가 좋아했던 여인이 길을 잃은 곳,

교토야 뭐 당연하게도 겐지가 태어난 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곳.

 

만약 간사이 2차 원정 전에 읽었더라면

우지랑 아카시도 들러봤을 지 알겠는가.

어찌됐건 바람둥이의 허망한 일생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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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청년의 별명은 이케뽕.

태국 치앙마이 트래킹에서 알게 된 한국인 친구들도 여럿이라고.

 

식당에서 우리가 연거푸 사케를 주문하자, 신기해하는 점원에게 그는 말했다.

"한국에서 사케가 붐인듯 합니다."

그때는 붐이라고 말해도 되는 수준일까 생각했지만,

다녀와서 보니 사케 판매량이 와인을 앞질렀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선하디 선한 청년은 한국에 와본 적도 있고, 관심도 있는 듯 했지만

"문제는 역사다, 이 바보야"의 상황은 우리를 비켜가지 않았다.

하필 우리가 여행중이던 때, 일본과 감정이 격해진 상태였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대화중에도 독도가 끼어들었다.

 

빡빡남   " 왜그리 난리인지 모르겠어. 그냥 사이 좋게 공동소유로 하면 좋을 텐데..."         (^_^)  

벌벌녀   "그건 좀,,, 역사와 영토와 온갖 것들이 줄줄이 엮이는 문제라서 말이지..."            (-_-);;;;;; 

 

공동소유라,

그들에겐 나름 양보와 선의일지 모르겠으나 우리에겐 참을 수 없는 단어라는 걸,

그는 알지 못했다.

우리도 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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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향순회 다음 코스는 미야가하마 해변에 가는 것이었다.

스마해변에서 해수욕을 했으니 이번엔 담수욕을 해보자는 것.

미야가하마 해변은 휴가촌(큐카무라)이라는 시설 앞에 있는데, 잔디가 있어 발이 뜨겁지 않다고 했다.

 

여기서 첫번째 돌발상황.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표를 보니 아 글쎄, 미야가하마행 버스는 오후 3시대가 마지막이었다.

만약 그 막차를 탔더라도 택시를 부르지 않고선 나오지 못했을 터.

갑작스런 사태로 인해 이 곳이 얼마나 깡촌인가 생각하면서

일단 남아있는 버스는 장수사행밖에 없으니 거기라도 갈 것이냐 고민하고 있는데

 

여기서 두번째 돌발상황.

빨간 셔츠를 입은 빡빡머리 청년이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빡빡남    "너희 수향순회 했지, 나도 했다."

벌벌녀     "아, 우리 다음배. 총 3명이더니 니가 혼자였구나, 심심했겠다."

빡빡남    "어디 가냐, 버스 기다리냐?"

벌벌녀    "그렇긴 한데, 장수사행밖에 없다, 너도 버스 탈래?"

빡빡남    "아니 나는 차가져왔다, 근데 혼자 와서 심심하다, 내가 차 태워줄까?"

 

솔깃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상황.

대답도 못했는데 장수사행 버스가 갑자기 도착했다.

우리도 당황, 저쪽도 당황. 

"어쩔수 없지, 잘가라" 하는 빡빡 청년을 보며 우리는 망설였고 버스는 떠났다.

얼떨결에 우리는 그 청년을 믿어야만 했다.

 

 

 

 

 

빡빡남, 그는 군인이었다. 홋카이도 치토세에서 자위대 근무중.

본가가 오사카와 교토의 경계쯤이라서 다니러 왔다고 했다. 이틀 후엔 푸켓에 간다고.

와이프는 사회복지사인데 휴가도 못 냈거니와 둘의 여행 스타일이 달라 혼자 떠난다고 했다.

반갑게도 여행마니아. 본인도 여행가서 도움을 많이 받기에, 여행자들을 도와주는 게 즐겁다고 했다.

 

일단은 장수사로 출발.

우리를 내려주고 가는 줄 알았는데, 이제 뭐할거냐 물어보니, 장수사를 보겠다고 한다.

아하, 알았다. 계속 같이 다녀주겠단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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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사에 들어서니 4시 50분. 다들 청소를 하고 있었다.

다섯시에 끝난다고 재촉들을 하여 금새 나와야 했다.

절에 가려면 역시 5시 전에 가야하는 것이었다.

 

 

 

다음은 미야가하마. 듣던 대로 잔디와 모래밭이 함께.

수영을 해보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바닷가를 맨발로 걷는 것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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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어디냐고 하여 돌아가겠다고 했다.

오우미하치만역을 말했다가, 기차표값을 줄여볼까 하는 욕심에 오츠역도 괜찮겠냐고 하니 흔쾌히 오케이.

사실 40km 정도 되는 거리인데 미친듯이 폭우가 쏟아져 한참이나 걸렸다.

 

밥을 사겠다고 했더니 사양. 박박 우겨서 하마오츠역 근처 복합쇼핑몰 안에 있는 고깃집에 데리고 갔다.

둘이 먹을 땐 언제나 10~20분이면 땡이었는데, 셋이 먹으니 대화도 하고 즐거웠다.

오랜만에 만찬을 한 듯한 기분. 기차표 절약한 것의 몇배가 나갔지만 왠지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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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역 사케를 시켰더니 잔받침까지 가득. 오른쪽처럼 마셔도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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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향이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도요토미 히데츠쿠가 세운 수로를 따라 유람하는 뱃놀이.

봄에는 벚꽃이 피어 멋지다지만, 때는 바야흐로 여름.

갈대로 만들어진 섬 사이로 70분 가량 떠다니는 게 전부일 게 뻔했다.

 

1인당 2100엔을 들여 배를 타야할 이유가 있을지,

차라리 오츠에서 비와코 유람선 미시건호를 타는 게 나을지 고민이 많았으나

미시건호의 미국식(?)쇼도 마음에 안들거니와 비와코 물색보다는 주변을 둘러보자는 생각에

수향순회로 마음을 정했다.

 

히코네에서 JR 비와코센을 타고 오츠 방향으로 20여분 되짚어오면 오우미하치만역.

북쪽출구로 나오면 왼편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하치만보리 순회가 있고 수향순회가 있는데 어느 쪽이 나은지,

수향도 네 군데가 있는데 어디가 나은지 물었더니

하치만보리는 수로 뿐이고 시간도 짧아서 비교가 안된다고.(값은 싸다. 1000엔)

그리고 중요한 팁.

수향은 네가지 코스 중 첫번째가 시간도 길고, 버스비도 다른 데보다 100엔 싸다고.

 

3시 출발을 맞추기 위해 6번 승차장에서 장수사행(미야가하마행도 같은 코스다) 버스를 탔다.

풍년교에 내려 수향이 써진 곳을 가니 아직까지 손님이 많지는 않다.

자판기에서 맥주를 뽑아 들고 타려했는데 김군의 실수로 3개나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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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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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탔던 커플. 미에현에서 왔다는데 여자가 덥다덥다 하더니 누워버렸다. 자기 남편은 힘들게 노를 젓고 있는데...

일본어로 물으면 영어로 답을 했다. 흠, 역시 내 일본어가 양에 안 차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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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차례. 조금 저어보더니 요령을 알겠다며 열심. 아저씨에게 자기를 고용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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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나 노를 저어주는 손님이 뿌듯한 아저씨. 우리가 외국인인 걸 알고 영어로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대를 이야기해주느라 땀 좀 빼셨다.

고마운 마음에 600엔짜리 기념사진도 사왔다. 선글라스 밑으로 옆머리가 구렛나룻처럼 나와 좀 맘에 안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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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코네성을 등지고 우측으로 담을 따라 걸으면 캐슬로드가 나온다.

관광객용으로 조성한 느낌이 물씬.

어디서들 오셨는지 다들 양산을 챙겨든 나이 지긋한 여성들로 북적거렸다.

왼쪽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애니메이션 캐릭터 전시관과 아기자기한 식당들이 보였다.

 

고베牛에 이어 오우미(비와코 인근 지방 옛이름)牛를 한번 시도해볼까 했지만

역시나 너무 비쌌다.

결국에는,,,

차슈면과 츠케면(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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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엔짜리 차슈멘. 어여쁜 반숙이 얹혀있다. 냉면은 콩국수의 국물없는 버전같은 맛이었다. 사진이 어디갔나 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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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은 미소(된장)나 쇼유(간장)보다 시오(소금)가 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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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 참조. 웃음은 공짜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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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코 재도전. 1일째(오른쪽, 대체 어느쪽 다리를 든 거냣!)에 비해 완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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