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처음 한시간 동안은

이 영화의 결론을 알고왔었어야 했다고 후회했어요.

그러나 나머지 한시간은 결론을 알고왔었다간 큰일났었겠다고

한시간 전에 했던 생각을 후회했어요.






영화를 보다가 문득, <연인>이 떠오르더군요.

눈이 안보이는 이 여인 때문이었어요.

사랑에 자신을 던지는 여자. 장쯔이만큼이나 용감하죠.





저는 그녀가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이

그녀의 사랑 때문이라기에

정말 그런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거였어요.

볼 수 없는 게 힘이라는 게 아니라,

볼 수 없기에 지킬 수 있을 거라는...




보고나면 허무한 게 이번 영화를 본 사람들의 공통된 느낌 같네요.

돌아오는 길에 고민해봤어요. 

구성도 빈틈없고 그럭저럭 놀랄만한 반전도 있고...

근데 왜 허무할까.




글쎄요... 반전이 너무 강해서 일까요?

장르라는 기본 전제마저 뒤집어버렸으니...





p.s. 아참, 이해가지 않는 게 있어요.

그 냄새를 풍기는 물체는 왜 만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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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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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밤, 영화팀 선배의 연줄을 동원 <꽃피는 봄이 오면>시사회에 갔습니다.




실은 며칠전에 <R포인트> 보러갔다가 이 예고편을 보고서야 이게 영화포스터라는 걸 알았어요.

참 여러번 봤는데 그때마다 백**, 산**류의 술광고인줄만 알았더랍니다.

최민식의 넉넉한 웃음과 내민 손, 그리고 전체적 톤이 술광고스럽잖아요?

(보통 소주광고는 초록과 푸른 계통, 약술종류는 노란 갈색계통이잖아요.)






아시겠지만 최민식씨는 트럼펫터로 나옵니다.

기사를 보니 6개월간 연습해서 메인테마 등등을 직접 연주했다는군요.










탄광촌의 관악대, 전국대회 참가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브레스드 오프>가 먼저 떠오르지만 감독이 강원도 도계지역의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방송을 보고 기획했다는군요.  












최민식의 옛 여자친구의 연기는 조금 어색하다 싶었지만 ('나비'의 김호정인듯) 때묻지않은 아이들의 표정이 참 좋더군요.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도 웬지 익숙했어요. 작은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철로와 조막조막한 건물들.


제고향 목포도 그래요. 지금은 부도심 같은 곳이 있어서 번쩍번쩍 아파트들이 많지만 시내는 여전히 낮으막한 옛건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거든요.


강원도 도계. 어디쯤 붙어있는지 모르겠지만 한번 가보고 싶더군요.





여기부터 스포일러성.

영화는 궁금해도 참으라고 해요.

보통 아이들이 대회에 참석하는 영화들은 (하다못해 <스쿨 오브 락>만 봐도) 대회 결과가 참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안 그래요. 결과를 굳이 가르쳐주지도 않아요. 입상을 했는지, 관악부는 계속 유지되는지... 알려줄 생각도 안해요.

어쩌면 동네약사는 그를 좋아했을지도 몰라요.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지만, 그 예정된 떠남이 주는 매력이 있잖아요. 하지만 영화는 그녀의 마음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눈물이 살짝 배어나오는 흔한 인사라도 했을텐데 그조차 보여주지 않아요. 그저 잠시 머물던 사람은 떠나오고, 사람들은 그저 살아가요.

그는 그저 아프게 곁을 머물고 있던 옛 여인에게 돌아가더군요. 원래 갈 곳이었다는 듯이.
그 안에 순수한 음악에 대한 미련이라던가 이런 것도 굳이 보여주지 않아요. 지루한 겨울이 가고 꽃이 피는 봄날이 오면, 모든 게 그냥 따뜻하게 흐를까요? 그럴까요?

영화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나봐요. 속없는 관객 하나는 이것저것을 궁금해하며 버스정류장을 몰라 헤매다 집에 돌아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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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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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6개월만에 걸려온 무전. 그보다 더 섬뜩했던 것은 예고 속의 이 대사.

"너흰 출발할 때부터 아홉명이었어"





그래서 영화 초반 작전에 투입되는 인원을 계속 세기만 했습니다. 세고 또 세고.

아직은 아홉이네?

아직도 아홉이네?



앗, 열이네! 하는 그 순간은 모두들 사진을 찍고 돌아서서 숲으로 들어가는 시점이었습니다.



나중에 그들의 기억속에서 10사람이 된 순간은 사진을 찍는 때로 드러납니다.

포즈잡고 있던 누군가가 자원해서 셔터를 눌러주는데 그가 바로 10번째 인물이더군요.




알포인트. 무서웠습니다.

특히 혼자 보고와서 혼자 잠들어야 하니까 더 무섭더군요.

그날도 꿈 속에서 알포인트 지역을 헤매다 새벽 2시에 깼습니다.

그리고 다시 잠을 이루기 무서워 음악을 틀었는데 하필이면 크리스 민 도키의 <minh>.

인도여자의 음산한 목소리(송송레코드 참조)가 두려워 얼른 버튼을 눌러 넘기는데

언니가 새벽기도를 간다고 들어와서 불켜고 옷을 빼가더군요.



여러모로 잠들기 힘든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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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리가 시칠리아가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사실 TV에서 임은경이 귀신분장하고 찍는 장면을 본 적도 있는데 <인형사>랑 헷갈렸나봐요.

어쩐지... "이탈리아 현지 로케"같은 촌스런 광고문구도 없었어요. 대신 "올 농번기를 강타할 新개념펑키호러"라는 듣도보도못한 장르명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툭 까놓고 이야기하죠. 재미있습니다. 임창정의 팬인 저는 혹시나 <조용한 가족> <신장개업>류의 무섭지도 웃기지도 않은 영화가 될까 걱정했었는데 기우였다고 확신합니다. 혹시나 보실 분들을 위해 자세한 장면묘사와 명대사 안내는 생략합니다.

조폭과 귀신과 좀비도 돈에 목숨건 사람들을 이기기 힘들다는 꽤나 가능한 설정. 무서워야할 장면은 확실히 무섭게, 웃겨야할 곳은 웃기게 찍었습니다. 지난 주말 영화/비디오 소개 프로그램에서 웃기는 장면들을 미리 봐버린 것이 안타깝더군요. 조금 더 웃을 수 있었는데...

연극무대 출신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하고 유기적으로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가 있었구요. 반지의 제왕 주인공(프로도 말고!)과 조순형 전 민주당대표를 짬뽕해놓은 조폭 막내는 영화의 히든카드입니다. 임은경의 어리버리 착한 귀신 연기도 박수쳐줄만 했습니다. (같이 보러간 선배가 가장 웃기는 장면으로 임은경의 "반말해"를 꼽았습니다.)

욕할 부분을 찾자고 덤비면 왜 없겠습니까만 역시 돈주고 보실만 하다는 데에 올인!
근데 제 뒷사람, 너무 심하게 웃던데요. 웃을 준비만 3박4일 하고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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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버스, 자가용, 오토바이... 도합 넉 대의 유혹... 농담이었구요.








귀여니 원작 <늑대의 유혹>을 보고왔습니다. 이번에도 결론부터 말씀드리지요. 돈주고 보실만은 합니다. <그놈은 멋있었다>는 돈주고보기 아까운 수준인데 같은 작가니까 스토리의 수준이 동일하다 가정한다면, 아무래도 주인공의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력 차이겠죠?

학교 짱먹는 두 남자가 갓 시골에서 전학온 여자애에게 목맨다... 라고만 해놓으면 '이건 또 무슨 신데렐라냐' 싶지만 나름의 연결고리가 있어서 크게 어색하지는 않더군요. 누가 아파서 죽는다더라 소리만 들어서 어인 신파인가 했으나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 주인공들에 전염되어 혼자 눈물 찍~ 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크레딧이 올라갈 때, 뒷자리에 앉아있던 남자들 하는 말
"누가 뻥쳤어, 조한선이 더 멋있구마~"

둘중에 누가 더 멋있냐고 하면... 강동원이 더 곱게 생겼고, 조한선이 더 남자답습니다. 개인적으로 모성본능 일으키는 남자보단 남자다운 사람이 나은데... (이런말해봐야 무슨 소용?) 근데 왜 잘생긴 남자들이 쌈박질만 하고 다니는지는 이해가 안 갑니다. 그나이에 오토바이 굴릴 돈들도 있고 말이죠. 제가 없이만 살아봐서 그런지, 암튼 배아팠습니다.


여주인공 '이청아'의 연기가 꽤 자연스럽습니다. 처음엔 별로 안 이쁘네 했는데 아담하고 귀여운데다 내숭스럽지가 않아요. (같은 여자들이 봐도 싫지 않으려면 이게 중요하죠) 강동원도 무난하고 조한선은 피식 웃음이 나올만한 표정이 몇개 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겨울 장면이 많아서 다시한번 '겨울이 어여 왔으면...' 했으며, 어찌나 모자티들을 입는지 '나도 하나 사야지' 했습니다. 가을이나 겨울에 개봉했으면 모자티가 무지 팔렸겠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적어도 하나는 샀을 것이며 최소한 두어번은 더 옷집을 들락거리며 고민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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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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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애써 써놓은 글이 수정하는 사이 날아갔군요. 다시 써야하다니 나원참...

또다시 해리포터를 재끼고 선택한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 <노팅힐> <브리짓존스의 일기> <러브 액추얼리> 등으로 유명한 '로맨틱 코미디의 왕가' 워킹타이틀社의 <어바웃 아담>을 리메이크했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이지는 않습니다. 세 자매와 사랑을 나누고 어찌 들키지도 않으며 그가 준 비밀로 인해 행복해하는 사람들은 그가 사라진 후 마치 그런 사람이 없었던 것마냥 상처하나 받지 않습니다. 

마치 '욕구에 충실하라'는 교훈을 이땅에 전할 사명을 띠고 인간아닌 누군가가 다녀간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어느 기사에서는 "이토록 뒤끝없는 카사노바는 없다"고 표현하더군요.

리메이크 치고는 통째로 베낀 듯하다는 평도 있습니다. 원작을 보지 못해서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영화담당 선배의 표현으로는 '색즉시공식 농담'만 덧붙여졌다는데 저는 그부분이 가장 마음에 안들었기 때문에 원작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초반의 적나라한 성적 농담들에서는 다소 들뜬듯한 느낌이었는데 이병헌이 등장하면서 극에 무게감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배우를 좋아해서인지 모르겠으나 <번지점프를 하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로 연기력도 어느정도 믿음이 갑니다. 드라마 <올인>에서는 너무 폼잡는다는 느낌이었지만... 어쨌건 이 영화에서는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한편 저는 최지우라는 배우가 이토록 귀여운 줄 처음 알았습니다. 청순가련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나올 때는 발음도 눈빛도 뭔가 모자라 보였습니다. 허나 순진하지만 욕심대로 되지않으면 짜증내고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말하자면 망가진 거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연기하는 것 같았다면 욕일까요 칭찬일까요?


엔딩타이틀이 끝까지 올라가도록 앉아있었던 이유. 재즈보컬리스트로 나온 김효진의 노래는 다른 사람이 대신 부른 게 아니더군요. 바이브레이션은 약하지만 매력적인 목소리. 직접 레슨까지 받아가며 불렀다는데 흡인력있게 노래하는 법을 제대로 전수받은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추천합니다. 다만 제가 아래서 '비추'로 분류한 영화들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았듯이 이 영화를 보고 아니다 하시는 분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다시 쓰느라 힘들었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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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3탄'과 경쟁하다 시간적 편의상 오늘의 영화로 낙점. '내남자의 로맨스'

'파리의 연인'을 기대하고 간 것은 나의 착오.
시나리오도 뻔하셨으며, 유머도 뻔하셨으며, 배우들의 연기도 그저 그러셔버렸다.

속으로 아~주 슬픈 영화네 이거... 했다. 내용이 슬픈 게 아니라 이런 영화를 누군가는 만들어야했고, 누군가는 보고있다는 점이 아주 슬펐다.

이토록 관람중에 포기해버리는 영화도 드물다. 특히 캐릭터에 공감이 가지않으면 재미는 물론 정나미가 뚝 떨어지기 마련인데 맹목적으로 남자만 바라보며 말도 안되는 저돌적 방어에 나서는 김정은은 그저 불쌍하기만 했다. 

어떤 여자나 남자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때가 있기에 (이미 그랬었는지도 모르고 나중에 그렇게 될지도 모르니까)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무기력해서 맘에 안들었다. 어쩌면 내가 '덜렁거려도 야무진' 김정은을 기대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극중의 김상경이라면 기필코 오승현한테 간다!

한때 그토록 히트였던, 그래서 나도 한번쯤 만나보고싶었던 세스코직원이 주인공의 직업이라 한들, 뻔한 대립과 매력없는 캐릭터 사이에서 무슨 빛을 발하랴. 29살에 우르르 모여사는 다섯 친구가 첫장면에 등장할 때부터 설정이 사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해버린 나는 더이상 빠져들지를 못했다.

김상경마저 느끼했다. 착하다면서 자기 여자를 이해하지도 못했다. 딴사람들한테 친절하느라 자기 사람의 상처를 느끼지 못한다면, 자기 사람에게 충실하지 못하다면, 그건 빵점이다.

빵점이다. 빵점이다. (뭔가에 맺힌 사람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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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놈은 멋있었다'를 보고왔습니다. 얼결에 응모한 시사회에 당첨이 되는 바람에, 돈주고는 절대 보지않았을 그 영화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부분부분 웃기기는 합니다. 나오면서 "어머, 재밌다" 하는 사람도 있었군요. 허나 역시 10대작가가 쓴 인터넷소설은 '10대만의 로망'이라는 법칙을 깰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짐작대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차마 어찌할 수 없어 시계만 바라보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내사랑 싸가지'를 읽었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잘생긴 학교 짱 혹은 킹카 대학생이 특별히 예쁘지도 않은 내게 다가와 티격태격 미운정 고운정 들었는데, 알고보니 어렸을때 내가 그 남자애에게 잘해줬었더라.' 

어렸을 때 착하게 살면 커서 복받네... 뭐 이런걸까요? 갑자기 올드보이의 교훈 '말조심해라'가 떠오르는군요.


물론 저라도 잘생긴 남자가 갑자기 다가와 잘해주고 "*라 좋아해"라고 말해준다면 침이 질질 흐를겁니다. 그러나 이런 꿈같은 일은 꿈도 꾸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다 알아버린 20대후반의 저로서는, 코웃음밖에 아니나오더란 말씀.

'미모'는 여전하지만 시나리오 고르는 재주는 없는듯한 송승헌이 안쓰러웠습니다. 정다빈은 김지혜와 차별적인 목소리를 냈어야하지 않을까 싶었구요. 귀엽고 예쁘게 10대들의 꿈을 그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볼때보다 훨씬 여러번 '이장면은 아닌데...' 하게 되더군요. 제 예상과 달리 흥행이 되면 다행이지요.



그런데 말이죠... 요즘은 중고생도 술을 마신다고는 들었지만, 영화에서 그렇게 많이 마셔도 되는 걸까요? 고등학생들인데 모이면 마시더랍니다. 그것도 소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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