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오던 2년전 어느 여름밤. 영화 '헤드윅'을 만났습니다. 사랑하고 버림받고 절규하고 그래도 노래하는... 나의 것과는 달랐지만 차마 외면할 수 없는 `그 혹은 그녀'의 인생.

이런 표현이 있을까 싶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귀를 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ost를 찾아헤매었습니다. 당시 H뮤직에서 CD를 직수입해왔는데 꽤나 비싼 가격이었으며 물량도 미리 주문한 사람들에게 겨우겨우 배달되는 정도였습니다. 그쪽에서 라이센스를 너무 세게 불러서 당분간 정식발매가 어렵다던 상황. 기다리고 기다려서 직수입CD를 사긴 처음이었습니다.

동베를린을 탈출하기 위해 미군에게 몸을 팔았지만 얼마후 베를린장벽은 무너지고, 여자가 되고싶어 비싼 수술을 감행했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건... 여자로서의 삶 대신 '성난 1인치(angry inch)'.

인생을 읖조린 가사들도 멋지지만 신화에서 따온 'The Origin Of Love'는 가사도 멜로디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노래에다 아름답다는 표현을 써본 것은 처음입니다)

ost만 들어도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존 카메론 밋첼(John Cameron Mitchell)이라는 배우가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작을 직접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각본은 물론 노래도 직접 했지요. 포스터만 접하고 '저거 뭐야, 보이조지 친구야?'하고 그저 외면할 영화가 아닙니다. 몇백만, 몇천만이 든 영화는 아니었지만 당시 꽤 오랫동안 예술영화관에 걸리면서 입소문을 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영화ost가 지금은 제게 없습니다. 당시 이 영화를 같이 봤던 사람에게 빌려줬는데 이젠 돌려받을 수가 없네요. 대신 나중에 라이센스 발매된 뮤지컬 ost앨범을 갖고 있는데 구성이 거의 비슷한데도 왠지 영화 ost가 그립습니다. 영화로부터 빌어온 감동이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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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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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자와 아는 남자, 모르는 남자는 '입장 불가' 아닐까 생각했던 시사회.

남들이 웃을지는 모르겠으나 올해 상반기에 본 한국영화중에 최고라고 감히 말한다. 어색한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장진식 상상력이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와 잘 어우러졌다. 상상인지 현실인지 당장은 알 수 없는 황당한 상황들. 시종일관 웃었으며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아~ 사랑이 하고 싶다" 중얼거렸다.

내가 "사랑이 하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순간은, 내가 사랑을 하고 있거나 하고있지 못하거나에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이다. 어느날 문득 음악 한곡 듣다가, 길 한켠 걷다가, 영화 한편 보다가 그렇게 중얼거린다. 심지어 문자로 그런 내용을 날리기도 한다. 상대가 상처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 너랑 나랑은 뭐하고 있는거니"

이 영화가 개봉한다는 걸 1주일 전에나 알았을까? 전도연은 싫지만 '인어공주'나 봐야지 하던 참에 갑자기 알게됐다. 그만큼 기대도 정보도 없었다. 이나영때문에 본 '후아유'에서 조승우에 반하고 또 이나영때문에 본 '아는 여자'에서 정재영에 반했다. 이나영은 내게 병을 주고 있는 걸까. (약도 달라)


정재영의 짧은 머리. 와타베 아츠로가 떠오른다. 와타베 아츠로는 일본 연기파배우로 '케이조쿠'의 냉소적인 형사,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호스트 역으로 내맘을 사로잡은 바 있다. 강하면서도 약한 남자를 연기한다. 물론 '뷰티풀 라이프'에서처럼 더할나위 없이 순박한 역할도 잘 소화한다. 연기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국내에 정식으로 방송된 드라마는 '퍼스트 러브'가 처음이었지만 와타베 아츠로의 팬들은 이 드라마는 쳐주지도 않는 것으로 알고있다. "우리의 와타베를 퍼스트러브로 평가하지 말아달라" "퍼스트러브만으로도 방문자 엄청 늘었다. 다른 드라마 보면 사이트 다운되겠다" 등등이 그들의 반응이다.

이쯤에서 시도하는 정재영과 와타베 아츠로 전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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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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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란의 첫번째 편지.
처음 바다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도 만났습니다.
강재씨...
당신 덕분에 여기서 일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곳 사람들 모두 친절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가장 친절합니다.
잊지 않도록 보고 있는 사이
당신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당신을 만나면
꼭 묻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강재씨...
당신을 사랑해도... 되나요?

- 파이란의 두번째 편지
강재씨...
결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강재씨가 결혼을 해 주셨기 때문에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모두 친절합니다.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도 손님도 모두 친절합니다.
바다도 산도 아름답고 우아합니다.
계속 여기서 일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다소리가 들립니다. 강재씨도 들립니까?
모두 친절하지만, 강재씨가 제일 친절합니다.
나와 결혼해주셨으니까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파이란의 세번째 편지
아무도 없는 사이에 살짝 편지를 씁니다.
손이 굳어 글씨를 지저분하게 써서 죄송합니다.
이 편지를 강재씨가 보게될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보시리란 확신이 없어 부치지 않습니다.
이 편지를 보신다면 저를 봐주러 오셨군요.
나는 죽습니다.

한국어를 모른다고 생각을 하고 의사가 말을 했습니다.
너무나 잠깐이었지만 강재씨의 친절…고맙습니다.
강재씨에 관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나이라든가 성격이라든가, 습관이라든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든가
소개소에서 적어준거 모두 기억합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고 있는 사이에 당신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좋아하게 되자, 힘들게 되었습니다.

혼자라는 것이 너무나 힘들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으면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당신과 함께 살 수 있습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소용이 없습니다.
당신은 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 모두 친절하지만 당신이 가장 친절합니다.

왜냐하면 나와 결혼해 주셨으니까요.
당신이 태어난 곳 바닷가 근처죠.
여기에 왔을 때, 가까울 거라고 생각을 하고 지도로 찾았습니다.
아주 멀어서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멀기 때문에 일을 하러 온 저와 같네요.

내가 죽으면 만나러 와주시겠습니까?
만약 오신다면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저를 당신의 무덤에 같이 묻어주시겠습니까?
당신의 아내로 죽는다는 것, 괜찮으시겠습니까?
응석부려서 죄송합니다. 제 부탁은 이것뿐입니다.

바다소리가 들립니다. 비가 내립니다.
매우 어둡습니다.
죽는 것이 무섭고, 아프고, 괴롭지만 참고 있습니다.
강재씨 매우 좋아합니다. 세상 제일 누구보다도 당신을 좋아합니다.

아픔과 괴로움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당신을 생각하며 울고있습니다.
매일밤 잠잘 때 꼭 그렇듯이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웁니다.
늘 그렇게 했지만 다정한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웁니다.
슬픔이 힘든게 아니라, 고마워서 눈물이 납니다.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없어서 죄송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뿐……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는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
강재씨…… 강재씨… 강재씨… 강재씨… 짜이지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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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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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안 레인과 피비 케이츠, 브룩 쉴즈... 80년중반 잡지를 도배하고 책상을 도배하던 청춘스타들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녀들도 흔히 불혹이라 이르는 40대에 접어들었습니다. (피비는 63년생, 다이안과 브룩은 65년생이니까요)

요즘은 우리나라 배우들도 어떻게든 젊음을 연장시켜가며 처녀역할로 30대를  보내느라 애쓰지만 외국 주연급배우들은 특히나 아줌마역으로 변신 잘 안하잖아요. 망가지느니 그만두겠다는 건지 아님 아에 역할이 안들어와서 못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충 나이가 들면 스윽~ 사라지죠. 

하지만 다이안 레인이라면 하이틴스타 중에서 중견연기자로 안착하는 케이스가 될 것 같네요. 셋 중 외모보다 연기력으로 더 인정받았던 배우이기도 했구요. (사실 저는 이쁜 것이 똑똑하기도 하다며 브룩 쉴즈를 더 좋아했었지만 '사하라'에서도 외모만 빛났습니다그려)

<투스카니의 태양>는 뭐 특별한 영화는 아니에요. 어떻게보면 뻔한 이야기죠. 갑작스럽게 이혼을 맞은 여자가 우여곡절 끝에 상처를 극복하고 주변사람들을 통해 인생의 행복을 기대하게 되는 거에요.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그녀와 함께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광이 화면을 가득채웁니다. 

피렌체가 있는 투스카니지방은 서양사람들도 꼭 가고 싶어하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물론 베네치아도, 로마도 유명하지만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투스카니 지방만의 매력을 '낭만여행'이라며 즐기는 것 같아요.

극중 다이안 레인은 친구인 레즈비언커플 대신 그 여행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집을 하나 사고 눌러앉아요. 물론 믿고있던 남편에게 뒷통수맞고 집까지 넘겨주며 이혼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디가서 살아도 좋을 상태였지만 상당히 충동적으로 '이사'를 하게 되죠.

집을 고치러 온 폴란드 수리공들과 이웃들, 그리고 줄리 델피를 닮은 듯한 자유분방하고도 신비스러운 한 여인과 함께 투스카니의 삶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로마에 들렀다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지요. 그가 사는 곳은 제가 침을 흘리며 가고싶어하는 남부이탈리아 캄파니아주의 포지타노에요. (아래 사진을 보세요. 침이 흐르지요?)

가끔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따뜻한 영화를 만나면 기분이 좋잖아요.
투스카니의 태양은 그런 영화에요. 심심하거나 우울할때, 이국적 풍경이 고플때, 비디오가게에서 '투스카니'를 찾아주세요. (그러고보니 투스카니는 차이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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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부터였던가... 오디오 앞에 붙어살기 시작했습니다. 라디오에서 좋은 노래가 나오면 테이프 몇개에 녹음하고, 또 녹음하고... DJ는 멋부리느라고 음악이 나오고나서 제목을 소개해댔고 노래 뒷부분은 짤려있기 일쑤였습니다.

중학생이던 어느날 발음도 어려운 제페타 스틸의 'Calling you'를 들었습니다. 가슴이 턱하니 막혀왔습니다. 텐샵의 'You', 샘 브라운의 'Stop', 포넌블론즈의 'What's up', 파이어하우스, 마이클 볼튼... 한참 팝송에 미치던 시절이었습니다.

고등학교때 벼르고 벼르다 <바그다드 카페> ost를 샀습니다. 남자가 부른 'Calling you'도 있었습니다.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뒷면은 더 특이했습니다. 감독이 스토리를 설명하면 그 부분에서 나온 음악이 잠깐씩 흐릅니다. 노래만 계속 듣고 싶었지만 리와인드를 자꾸 할 수도 없어서 스토리까지 자꾸 들어야만 했습니다.

대학시절 드디어 영화를 봤습니다. 여행가방을 낑낑대며 끌고오는 쟈스민(제 귀엔 '야스민'으로 들렸습니다)의 희고 통통한 몸매와 짜증만 남은듯한 브랜다의 검고 깡마른 몸매. 성격도 외모도 극과 극인 두 사람의 첫만남은 주황색 사막처럼 건조했습니다.

그녀들이 서로 마음을 열게되는 계기는 쟈스민의 마술이었습니다. 카페에서 쟈스민이 묘기를 부리고 브랜다의 아들이 낡은 피아노를 치고 브랜다가 노래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재즈피아노를 배우고싶단 열망 때문에 그 흥겨움이 너무 부러웠던 것도 같습니다만...) 

갑자기 쟈스민에게 대시해오는 화가 노인, 그 노인이 쟈스민을 모델로 그린 판타지적인 그림...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곳에서 잠시 혼란을 느꼈습니다. 나이드신 분이 저러면 안된다는 생각과 저렇게 통통한데 저여자가 좋을까...하는 어린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좋은 영화입니다. 페미니즘 영화라며 델마와 루이스를 추천들 하시지만 저는 이 영화가 훨씬 마음에 듭니다. 남편들에게서 벗어나 자아를 찾고, 진정한 우정을 통해 삶의 희망을 되찾는 것. 주제는 비슷하지만 절대 친해질 수 없을것만 같던 두 사람이 사막 한가운데서 서로를 통해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이 더 감동적이었어요. 적어도 제 느낌으로는요.

언젠가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게 되면 근처 사막을 좀 달려보고 싶어요. 혹시 나만의 바그다드 카페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죠. 좀 위험하긴 하겠지만 Route 66을 타고 여행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혹시 바그다드 카페 외에 테헤란 카페, 예루살렘 카페... 뭐 우루루 나타날지도 모르잖아요...


A desert road from Vegas to nowhere
Some place better than where you've been
A coffee machine that needs some fixing
In a little cafe just around the bend

I am calling you
Can't you hear me
I am calling you


A hot dry wind blows right thru me
The baby's crying and can't sleep
But we both know a change is coming
Coming closer sweet release

I am calling you
I know you hear me
I am calling you Oh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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