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부터였던가... 오디오 앞에 붙어살기 시작했습니다. 라디오에서 좋은 노래가 나오면 테이프 몇개에 녹음하고, 또 녹음하고... DJ는 멋부리느라고 음악이 나오고나서 제목을 소개해댔고 노래 뒷부분은 짤려있기 일쑤였습니다.
중학생이던 어느날 발음도 어려운 제페타 스틸의 'Calling you'를 들었습니다. 가슴이 턱하니 막혀왔습니다. 텐샵의 'You', 샘 브라운의 'Stop', 포넌블론즈의 'What's up', 파이어하우스, 마이클 볼튼... 한참 팝송에 미치던 시절이었습니다.
고등학교때 벼르고 벼르다 <바그다드 카페> ost를 샀습니다. 남자가 부른 'Calling you'도 있었습니다.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뒷면은 더 특이했습니다. 감독이 스토리를 설명하면 그 부분에서 나온 음악이 잠깐씩 흐릅니다. 노래만 계속 듣고 싶었지만 리와인드를 자꾸 할 수도 없어서 스토리까지 자꾸 들어야만 했습니다.
대학시절 드디어 영화를 봤습니다. 여행가방을 낑낑대며 끌고오는 쟈스민(제 귀엔 '야스민'으로 들렸습니다)의 희고 통통한 몸매와 짜증만 남은듯한 브랜다의 검고 깡마른 몸매. 성격도 외모도 극과 극인 두 사람의 첫만남은 주황색 사막처럼 건조했습니다.
그녀들이 서로 마음을 열게되는 계기는 쟈스민의 마술이었습니다. 카페에서 쟈스민이 묘기를 부리고 브랜다의 아들이 낡은 피아노를 치고 브랜다가 노래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재즈피아노를 배우고싶단 열망 때문에 그 흥겨움이 너무 부러웠던 것도 같습니다만...)
갑자기 쟈스민에게 대시해오는 화가 노인, 그 노인이 쟈스민을 모델로 그린 판타지적인 그림...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곳에서 잠시 혼란을 느꼈습니다. 나이드신 분이 저러면 안된다는 생각과 저렇게 통통한데 저여자가 좋을까...하는 어린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좋은 영화입니다. 페미니즘 영화라며 델마와 루이스를 추천들 하시지만 저는 이 영화가 훨씬 마음에 듭니다. 남편들에게서 벗어나 자아를 찾고, 진정한 우정을 통해 삶의 희망을 되찾는 것. 주제는 비슷하지만 절대 친해질 수 없을것만 같던 두 사람이 사막 한가운데서 서로를 통해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이 더 감동적이었어요. 적어도 제 느낌으로는요.
언젠가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게 되면 근처 사막을 좀 달려보고 싶어요. 혹시 나만의 바그다드 카페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죠. 좀 위험하긴 하겠지만 Route 66을 타고 여행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혹시 바그다드 카페 외에 테헤란 카페, 예루살렘 카페... 뭐 우루루 나타날지도 모르잖아요...
A desert road from Vegas to nowhere
Some place better than where you've been
A coffee machine that needs some fixing
In a little cafe just around the bend
I am calling you
Can't you hear me
I am calling you
A hot dry wind blows right thru me
The baby's crying and can't sleep
But we both know a change is coming
Coming closer sweet release
I am calling you
I know you hear me
I am calling you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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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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