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씨'라고 하니 보통사람(언제적 말이던가)을 지칭하는 대명사같네요. 그러나 사실은 고유명사에요. 오늘의 책 <여행의 기술>의 저자가 '알랭 드 보통'입니다. 런던에 살고 있는듯 하네요.



이 책은 휴가가려고 한참 목이 빠지던 지난 여름에 제목만 보고 얻어놨어요. 대충 넘겨봤을 때는 영국 해머스미드 어쩌고 저쩌고 하기에 그냥 유럽이야기인줄 알았어요.

다시 책장을 넘긴 것은 휴가 1주일전. 짐을 싸놓으면서 여행동반자를 찾아 책장을 뒤적거리던 때였죠. 몇 페이지 넘겼더니 제가 생각했던 내용과 다르더군요.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어요.



결국 함께 다녀왔어요. (여행중에 찍은 사진. 껍데기는 벗겨두고 갔습니다.) 다 읽고오지는 못했지만 여행 중간의 지루함을 때우고자 하는 목표에 꽤 잘 맞는 책이었습니다.


책은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등 주제에 대해 각각 장소와 안내자를 명시하며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장소는 런던, 바베이도스, 마드리드, 이집트, 시나이 사막, 암스테르담, 레이크디스트릭트, 프로방스 등이구요. 안내자는 보들레르, 플로베르, 워즈워스, 반 고흐, 러스킨과 같은 유명 예술가들이죠. 즉, 예술가들의 책이나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여행을 분석해보는 거에요. 


푸른 야자수와 시원한 해먹만을 떠올리고 떠났지만 가는 동안의 맛없는 기내식과 짜증나는 더위를 겪으며 충격받는 일. 어쩌면 누구나 겪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공감한 것을 시작으로 '동네를 걸어보는 여행' 또한 해봄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행의 동반자로서는 썩 괜찮은 책인듯해요. 추석 귀향길이 심심하시다면 한번 고려해보셔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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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책담당 선배가 "4매만 써도" 하며 전해주신 책입니다.

편집자 분투기. 출판편집에 관한 책이지만 왠지 직업적 동질감이 느껴지는 제목입니다. 저도 편집국 내에서는 흔히 '편집자'로 불리고 있으니까요.

(신문사 내부에서는 기자라는 표현을 잘 안 씁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데스크가 후배기자에게 "김기자" 뭐 이렇게 부르는 듯 나올 때가 있는데 닭살이죠. 보통은 "**씨~" 이렇게 부릅니다.) 

저자는 20년간 출판편집자로 일해온 정은숙씨입니다. 현재 한 출판사의 대표로 있어요. 저희는 서평으로만 다뤘지만 다른 신문사들은 거의 인물인터뷰를 겸할 정도로 나름대로 이바닥의 거물인 모양인데요. 

읽으면서 아이러니했던 것은 그 책의 편집상태입니다. 줄간격이 넓고 시원한 것은 좋은데 수많은 인용문들을 본문과 똑같이 처리해놓아 혼란스러웠습니다. 인용문은 좌우 여백을 더 준다거나 활자크기 혹은 서체를 달리해서 구별해주는 것이 좋지않을까 싶더군요. 물론 제 느낌이지만.

유능한 출판편집자라 해도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면 그저 저자일 뿐인지, 편집에 관해 요구할 수 없는지 궁금하더군요. 

어쩌면 저의 상황과 같을까요? 편집자이지만 가끔 이렇게 서평이라도 쓰면 다른 편집자에게 편집되는 운명이니까요. (물론 저같은 경우, 남이 편집해주는 게 훨씬 맘편합니다. 저보다 유능한 편집자들이니까요. 제가 쓴 여행기사를 제가 편집한 적이 있는데 어느 선배가 와서 "누가 니기사를 이렇게 망쳐놨니" 라고...)





여기서 서평마감 뒷이야기.

수요일엔 책을 읽는다는 핑계로 놀다가 11시가 다 되어 퇴근했구요, 다음날 아침까지도 줄그어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쓸만한 말들을 다다다 쳐놓은 뒤 기사를 정리하려는 순간, 다른 기사들을 한번 보고싶었어요. (이때 너무 잘써진 기사를 보게되면 대략 낭패. 순간 의지박약이 되면서 독창적인 기사를 쓸 수 없어지거든요.)

마감에 쫓기던 그순간에 검색할 수 있던 기사들은 두군데 것이었는데요. 모두 그녀가 거쳐간 출판사 이름들을 주루룩 나열하며 그녀의 약력을 다뤘습니다. 둘 다 서평보다는 인물기사의 성격을 띄고 있었거든요.

모두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큼 커다란 출판사들이지만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죠. 저는 현재 그녀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이름마저 쓰지않을 작정이었거든요.

조금 고민하다가 책이 나온 출판사는 다른 곳이니 그저 출판사 대표라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막판에 출판사 이름을 넣었는데 하필 틀리게 썼는가 봅니다.



문화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산책에서 전화오는거 아냐? 근데 얘는 ~산책을 왜 ~생각이라고 적었지?"

"으윽~"하며 머리긁고 있는데 급기야는 책담당선배가 달려와 묻습니다. "소정씨, ~생각이 아니라 ~산책이 맞는 건가?"



결국 그렇게 서평은 나갔습니다. 왠지 제가 너무 열심히 읽었나 싶어지더군요. 출판 편집의 세계가 궁금했기도 했고, 일단 쓰려면 다 읽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기사 쓸때는 멘트 한두개와 저자의 약력이면 충분해지더라구요.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만 읽어도 기사가 나온단 말이죠. 물론 저는 억울해서 책 내용을 열심히 썼지만 다른 기사가 다 그렇더라구용.




<편집자 분투기> 서평은 요기!
http://mx.khan.co.kr/art_view.html?artid=200409101701561&code=900106&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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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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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가까워오면 근처 슈퍼들은 선물 진열장이 되곤 했다. 우리집의 오른쪽, 왼쪽, 바로 건너편까지 모두 슈퍼였다. 과일이며 참기름이며 참치캔이며 종류도 많았다. 그러나 내눈엔 오로지 빨간 포장지와 리본에 감추어진 해*, 롯*, 크**, 오** 종합선물세트들 뿐.

단 한번이라도 부모님이 종합선물세트를 사주신 적이 있었던가. 10번도 넘게 돌이켜보지만 그런 기억은 없다. 하긴 성적이 오르면 무엇을 사주신다는 공약도, 생일선물이라는 개념조차도 없었던 것이 당시 집안가풍이라면 할말 다했지.


딱 한번인가 과자세트가 굴러들어온 적이 있었다. 누가 사들고 왔는데 아버지는 다시 돌려보내려고 했다. 네남매가 온몸으로 막았다. 

뚜껑을 열고보니 기대와는 달랐다. 평소 눈길이 아에 가지않던 종류도 있고, 장난감이나 예쁜 편지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었다. 

더욱 황망했던 것은 하루도 못가 바닥나고 말았다는 것. 어린 마음에 먹고남은 과자껍질을 쓰레기통까지 뒤져서 모았다. 막상 모아두니 쓸데가 없었다. 하다못해 가격을 더해봤다. 세트 가격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다. 더더욱 상처였다.

그래도 명절만 다가오면 나는 설렜다. 나 혼자에게만 뚝 떨어지는 과자세트를 기대하며 크리스마스에 양말을 걸고, 설과 추석 며칠전부터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쳤다.



생뚱맞게 이 이야기를 왜 했는고 하니... 사랑에 관한 단편소설의 종합선물세트 '연애소설' 때문이다.

연애소설 한번 안읽어본 사람이 있을까만은 이책은 단순히 연애소설이 아니라 다분히 宴, 哀, 疎, 說의 모음이다. 언제 읽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와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부터 궁금했지만 결심하지 못했던 배수아의 <여점원 아니디아의...>, 은희경의 <타인에게 말걸기>까지... 시대를 초월해 모든 족속을 기쁨과 슬픔과 소외와 담론으로 몰아넣는 사랑이라는 놈을 말한다. 

희미하게나마 사랑이라 이름붙일 수 있는 감정을 한구석이라도 드러내지 않은 소설이 세상에 있을까 싶지만, 그저 종합선물세트마냥 작가들의 대표단편을 모아놓음에 불과하여 돈주고 사기 아깝지만, 한때 유행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읽듯 지하철에서 짬짬히 읽다 접어두어도 그저 어느 순간에는 사랑의 기억들을 더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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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설마 제가 그랬겠습니까? 리처드 파인만을 다룬 책의 이름입니다. 미국에서는 97년 출간되었는데 파인만의 연구와 삶을 한데 모았습니다. (표지부터 놀고있는 모습입니다)



시간순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홀수장은 그의 삶이, 짝수장은 그의 과학이 그려집니다. 파인만을 다룬 책이 많지만 과학자로서의 파인만과 인간 파인만이 함께 그려진 책이 필요한 것 같다는 저자들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나 <남이야 뭐라하건! - 미스터 파인만 개정판>에서 만날 수 있었던 엉뚱하고 재치있는 삶의 궤적도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파인만 이전과 이후의 물리학 흐름도 엿볼 수 있습니다. 책은 아주 재미있었는데 기사는 재미있게 쓸 수 없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서평으로는 두번째, 개인적으로는 7번째 파인만을 만났지만 한번도 지루한 적이 없습니다. 부담되신다면 <투바>부터 읽으십시오. 과학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농담도...> <남이야...> 같은 에피소드집들도 재미있습니다. 천재의 삶을 이렇게 웃으면서 접하기도 힘듭니다. 물리학자가 되고픈 10대는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나 <물리법칙의 특성>, <일반인을 위한 QED강의>를 읽으시면 되겠네요.

 기회가 된다면 <나는 물리학을...>저자가 했다는 '파인만 투어'를 꼭 해봐야겠습니다. (패키지 상품 아닙니다. '파인만 도형'이 그려진 파인만의 밴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오는 여행입니다. 지금은 아마 파인만의 어린 친구 랠프 레이턴이 보관하고 있을 것 같네요.)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서평은 요기!
http://www.khan.co.kr/news/artview.html?artid=200407231651221&code=9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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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저의 아픈 기억을 털어놓아봅니다. 물리와 나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이토록 멀구나...느껴야만 했던 아주 슬픈 이야기입니다. 

고교 1학년때부터 물리선생님이 왠지 싫었습니다. 이름때문이었을까요? 선생님의 성함은 광복. 광복절에 생일선물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머리큰 사람이 똑똑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선생님도 학생들도) 너도나도 머리가 컸지만 그중에서도 튀는 '4등신 체구'셨지요. 여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성의없는 1학년을 보냈습니다.

2학년때 물리선생님, 이번엔 정상 체구셨는데 왠지 싫었습니다. 부산사투리를 쓰시며 너희들 잘난척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시험문제를 너무나 어렵게 내시는 바람에 반평균이 37점정도였습니다. 저도 30점대를 헤엄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학년이 되기 직전 2월말시험은 객관식 10문항(각4점), 서술형 10문항(각6점). 이유없는 반항으로 공부를 전혀 안했더니 쫙 훓어봐도 아는 문제가 딱 하나. 객관식의 10번뿐이었습니다.

그 시험에서 저는 역사적인 최저점을 기록했습니다. 4점. 딱 하나 풀고 나머지는 찍었는데 불행히도 다 틀렸습니다. 선생님은 답안지를 나눠주시면서 물끄러미 쳐다보셨습니다. 그만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습니다.

기왕 낮은 점수, 아래로라도 1등하자 생각했는데 실패했습니다. 과기대반 아이들이 독어시험에서 3, 6, 9, 12점을 차례로 기록했습니다. 물리시험도 3점짜리였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던 아픈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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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앵카레... 어디서 들어본 듯하시죠? 카레의 한 종류냐구요? 농담도 잘하셔!


푸앵카레 [1854.4.29~1912.7.17]
:프랑스의 수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 ·과학사상가.

로렌주() 낭시 출생. 프랑스의 정치가인 R.푸앵카레의 사촌형이다. 1875년 파리 이공과대학 수학과를 졸업하고 광산학교에서 공부한 후 광산기사의 길을 걸었다. 한편 수학연구도 계속하여
미분방정식론 연구로 파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1878), 수학자의 길을 택하였다. 1879년 칸대학 해석학 교수로 취임, 1881년 파리대학으로 옮겼으며, 1886년 역학 ·실험물리학 교수가 되었다. 1887년 프랑스 학사원 회원, 1906년 그 회장이 되는 등 프랑스 학계를 지도하면서, 30권 이상의 저서와 500편 이상의 논문을 남겼다.

수학에서는 수론() ·함수론 ·미분방정식론에 업적을 남겼는데, 특히 보형함수() 이론을 만들어냈으며 천체역학 및 우주진화론 분야에서는 여러 방면의 수학을 구사해서 그 방법을 근대화하였다. 삼체문제() 및 그 일반화로서의 n체() 문제 연구는 획기적인 것이며, 3권으로 된 《천체역학의 새 방법》(1892∼1899)은 수리천문학에 새 시대를 열었다. 변분방정식()과 적분불변량()의 도입, 주기계()에 관한 연구, 회전유체론()과 우주진화의 연구 등도 모두 뛰어나다.

물리학에서도 전자기파론 ·양자론 ·상대성이론에 공헌하고, 특히 문제의 지적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그 밖에 과학 비평면에서도 활약하였는데, 특히 만년에 《과학과 가설 La Science et l’hypothse》(1903)《과학의 가치 La Valeur de la science》(1904) 《과학과 방법 Science et mthode》(1908) 등의 과학 사상서를 저술하여, 수학이나 정밀과학에서 쓰이는 방법을 탐구하면서, 거기서 차지하는 가설의 역할을 검토하고, 아울러 과학적 인식의 의의와 가치를 해명하려고 하였다. ‘과학을 위한 과학’을 표방하였는데, 이것은 당시 과학의 실용주의적 경향에 대한 저항으로서 평가된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어쨌건 이랬던 푸앵카레가 동네 빵집을 고발했답니다. 왜?

그 빵집은 kg단위로 빵을 팔았지만 빵 크기가 항상 일정할 수는 없었어요. 사람 손으로 하는 일이 다 그렇죠. 그런데 이 골때리는 수학자가 1년동안 빵의 무게를 직접 측정해 좌우대칭의 정규분포곡선(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오차와 신뢰도 측정하던 부분 기억하시나요?)을 그려보았더니 평균이 0.95kg이더랍니다. 알고보니 사기를 친 것이지요.

당국의 주의를 받은 그 빵집. 1년후에 또다시 고발당합니다. 이번에는 찌그러진 정규분포곡선이 나왔지만 여전히 평균은 0.95kg이었다는 사실. 그제서야 빵집주인은 고백합니다.

"어떻게 알았지? 그 수학자에겐 제일 큰빵을 줬단 말이오..."




최근 서평쓴 책에서 읽었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예시는 재미있지만 깊이에서 그다지 만족스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서평 쓴 책이 '내사랑 싸가지'. 당시 책담당 선배가 인터넷소설은 아무도 읽겠다고 하지 않아서 제게 맡겼습니다. 유일하게 우리 신문만 그책의 서평이 나갔지요. 좋게 써주느라 애먹은 책이었습니다. (지금 봐도 웃기게 썼습니다)

두번째, 세번째... 카툰집이나 남들이 잘 안읽으려는 책들이 오다가 갑자기 분위기 돌변. 주로 수학이나 과학교양도서가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네, 과학고에 공대출신입니다)

공대 4년 다녔다고 뭘 알겠습니까만은 대부분 국문과, 영문과, 신문방송학과 이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 신문사여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재수가 아니라 확률이다' 서평은 요기!
http://www.khan.co.kr/news/artview.html?artid=200407161655541&code=9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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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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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를 재우고
타로의 지붕에
눈이 쌓인다

지로를 재우고
지로의 지붕에
눈이 쌓인다


<순수의 천사들>라는 만화책에 나온 시입니다.



실제로 있는 건지, 아님 만화가가 지어놓은 건지 모르겠지만,
한없이 내리는 일본의 눈을 표현한,
그리고 10년동안 아버지를 간호했던 딸에게 위로가 되었던,
몇자 안되지만 왠지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였습니다.


어려서 문예반 선생님이 어디서 상을 탄 시라며 소개해준 동시가 떠올랐습니다.

빠꼼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기키가
큰다


시에도 촌철살인이 있다면, 이런 거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사실 한때는 동시 대회를 열심히 나갔었는데 이 시를 알고난 후, 시는 쓰지도 잘 읽지도 않습니다.

만화 작가가 문학에 관심이 있는지, <겐지 모노가타리> 등등을 인용합니다.
교토를 여행하는 부분에서, 잠시 그곳이 그리웠습니다.

갑자기 눈이 쌓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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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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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답지않은 신이 다음 신이 될 신후보자 100명에게 인간아이 한명을 능력자로 만들어 대리전을 치르게 합니다. 최종 승리하는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재능이라도 가질 수 있는 '공백의 재능'을 갖게 되고, 그의 후견인인 신후보는 신이 되는 거에요.  

중학교 1학년인 우에키 코우스케는 어느날 우연히 '쓰레기를 나무로 바꾸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그를 눈여겨보던 코바야시 선생님이 바로 신후보였던 거죠. 능력자와 싸워 이기면 또다른 능력을 얻게 되지만 일반인을 다치게하면 능력을 잃고 말아요.

배틀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코우스케는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정의감으로 주변의 적들을 친구로 만들어 가게 됩니다. 현재 11권까지 나왔는데 3차시험이 진행중입니다. 무적의 로베르토가 코우스케의 영향을 받아 달라지자, 비열한 신후보자가 인간이 아닌 무시무시한 존재로 로베르토를 대신하게 해서 마구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헌터헌터>처럼 싸우면서 자라는 '성장만화'라고나 할까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처음이 더 재미있었던 만화입니다. 코우스케가 초반에 이런저런 능력자들과 싸우고 또 친구를 지키기위해 능력자가 아닌 인간을 다치게하는 상황들이 벌어지거든요. 그런데 코우스케가 잃게 되는 재능들은 '여자에게 인기있는 재능', '공부하는 재능' '달리기의 재능' 등등 일상에서 아주 중요한(?) 것들임에 반해 새로 얻는 재능들은 '춤추는 재능' '랩하는 재능' 등등 거의 쓸모없는 것들이거든요. 체키라쵸~ 체키라쵸~ 하면서 랩에 심취한 능력자와 싸우는 부분, 압권이었습니다. 

한번 만화를 빌리면 보통 언니, 형부까지 우르르 보는데요, 저희 형부가 <배틀짱>을 보고 제게 말했습니다.

"너는 '만화고르기의 재능'이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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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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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쯤 되었을까. 회사 자료실에서 <슬픈 인도>라는 책을 주워왔다. (주워왔다는 표현은 정확하다. 대여하던 책을 등록번호를 떼고 방출할 때 건진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 책상에 꽂아두고 자리만 두어번을 옮겼다. 그래도 손이 가질 않았다. 그만큼 인도는 내게 먼 곳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좋아한다면서 인도를 내팽개치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딴지를 건다해도 할말이 없다. 티벳이건 네팔이건 히말라야건, 남들이 제아무리 감동받고 온 곳이라 해도, 힘든 곳은 가기 싫었다. "오지는 싫다"가 내 진심이었다.

며칠전 우연히 이책을 집어들었을 때도 읽으려는 생각도 아니었다. 그저 집에나 가져다두려 했다. 그러다 이튿날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나도모르게 조금씩 인도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모래사장을 걷는 화려한 전통옷의 여인. 그 뒤로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와 여럿이 타고있는 배한척 뒤로 푸른 수평선이 머무는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아래켠에 '바람'이란 제목과 함께 이렇게 쓰여있다.

"어디론가 가고 있을 때가 행복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보다, 그곳을 향해 가고 있을 때가 더욱 가슴 설레었으며, 어디로 가는지조차 잊었을 때, 가장 행복했다. 그러나, 바람처럼 떠도는 삶은 늘 고단했다. 기쁜 만큼 또한 힘들었으니, 세상은 냉혹할만큼 공정했다"

그래, 나도 여행이란 것을 할 때, 이것저것 자료를 찾거나 비행기좌석 안전벨트 묶으며 이런저런 상상을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 몇번이고 떠나보아도 낯선 곳에서의 하루하루는 언제나, 즐거움보다 고통이다. 그럼에도 자꾸 나는 떠나려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중독이라 표현하듯, 나도 그러하다. 나의 고통은 중독의 대가인지 모른다.

그는 언젠가부터 '아는만큼 보인다'는 여행자들의 강박을 털어냈나보다. 첫 여행지로 대만에 갔을 때 가이드북도 경험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우연을 틈타 만났던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그 감동을 잊은 채 가이드북과 정보에 의존해 안전하게 그리고 욕심부리며 여행하던 수많은 나날들. 다섯번째 인도여행에서야 비로소 카메라와 가이드북을 버린채 지도한장 들고 만난 세상... 자신과 자연을 구분하지 않고 점점 가진 것들을 벗어던질 수 있게 만든 경험이 우르르 흘러내린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일종의 강박이 되어 아는 것만 보고, 보이는 것만 느끼게 한다. 책에 나온 곳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했을 때 실망하고 또 상처받고... 육체적 피로에 정신적 피로를 더하고 또 더한다.

그럼에도 아직 나는 떠나기전에 인터넷과 가이드북을 던져버리지 못한다. 채운 것도 없이 버리는 것은 버림이 자체가 하나의 목표가 되어 불행하다고 그가 경고하듯, 어쩌면 아직은 채움이 모자란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인도가 슬픈지 안슬픈지 모른다. 아직 다 읽지도 못했고 가보지도 못했으니까. 그러나 적어도 이순간 나는 인도와, 아니 몇번이고 인도를 다녀온 사람의 기억과 공명하고 있다. 너무 공명하다 못해 우산을 놓고 내렸으니 책값은 톡톡히 지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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