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양희 너무 예쁘지?"

빈소에 걸린 사진을 보며 회사 여동기가 말했다.

 

 

 

스물일곱살의 유치원교사였던 그녀의 동생은

항암치료 네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소화가 잘 안되서 병원에 갔더니 간이 안좋다 하고

간을 더 검사해보니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것이라 나왔더랬다.

 

길어야 3~6개월이라 하기에 가족은 요양을 생각했지만

동생은 용기있게 항암치료를 택했다.

 

암세포는 동생의 젊음을 먹고 쑥쑥 자랐다.

반면에 동생의 장기들은 거듭된 항암제 투여를 견디지 못했다.

 

 

 

"고통없이 갔어. 몰핀을 놨거든."

하나도 안 울었다는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하나 둘 찾아온 회사 선후배들과 쓴술을 나눠마시고

"웬일이냐, 니가 얼굴이 빨게지고." 소리를 들으며

집에 돌아갔다.

 

처음 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의 불행보다 내자신의 건강부터 걱정했던 사람이

지금 그 죽음을 놓고 울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동생의 그 젊음이 너무 아깝고 안타까워서

무척이나

가슴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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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 하나가 싸이에 말을 걸어왔다.

2년쯤 같은 반이었던 '학교 짱'이었는데

뭐 이유없이 사람 패는 놈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오늘은 녀석이 네이트온 친구를 신청해와서 대화가 시작됐다.

그때 내가 선생님이 틀린 걸 지적했다는둥, 여전히 남자답다(?)는둥

칭찬 몇마디를 늘어놓다 말고 대뜸 묻는 것이

 

"너는 초등학교 때 첫사랑이 있었냐"였다.

곰곰 생각해보니

잘 기억도 안 나지만  타지로 전학간 녀석을 좋아했던 것 같았다.

 

"나 그 학교로 전학가기 전에 한 명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더니

"그래? 너도 그런 게 있었어? 신기하네." 뭐 이런식.

그러는 너는 첫사랑이 누구였냐 되물었더니

 

뭐 이래저래 이야기를 빙빙 돌리는 것이

분위기상 묘했다.

'이건 나 아니면 나랑 친한 친구란 뜻인데...'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6학년 말, 곧 중학교를 간다고 들떠있던 그 때.

쉬는 시간이 되면 복도가 들썩였다.

"누구누구 좀 불러줘."

 

나도 종종 화장실 가려고 뒷문을 열었다

옆반 남자아이들의 스피커 역할을 하곤 했다.

"누구야~ 손님 받아라"

 

친한 친구들도 한번씩 불려나가고

어떤 여자아이들은 두번 세번도 불려나갔지만

그시절 내내 한번도 나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그시절 '고백'점프 한번 당하지 못한 나를 좋아한 아이가

하나라도 있었단 이야기가 되어가는 것이었다.

 

뭐 나도 녀석도 결혼한 마당에 그 녀석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지만

어쨌건 0과 1은 존재감부터 다르지 않은가.

기대가 스물스물, 2020배 닳아올랐다.

 

그런데 녀석 자꾸 다른 이야기로 새지를 않는가.

바쁜 업무중에 메신저질을 하는 것도 힘든데

녀석, 어여 고백하면 될 것을 왜이리 뜸을 들여.

 

지쳐서 낼롬 내가 말했다.

"어쨌건 분위기상 니가 좋아한 건 나 아니면 내 친구지 싶은데

편의상 나였겠거니 하고 지나갈란다."

 

그랬더니 녀석이 대뜸

"그게 아니라 사실은 아까 이야기할라고 그랬는데 ***거든."

라는거다.

 

 

 

짜식이, 말할 거면 빨리 말할 것이지.

괜히 업무중에

딴전만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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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나잇살이라 했다.

걱정은 되는데 땀흘리는 운동은 싫었고

결국 물 속에 뛰어들기로 했다.

 

몇년만인지 생각도 않고

수영복을 사고 동네 초등학교 수영장에 등록했다.

전에 한 적 있다 주장하니 초급반에 넣어줬다.

 

드디어 첫 날.

걱정이 많았는지 눈도 일찍 떴는데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머리를 감았다.

 

 

 

수영장 도착.

몸을 물로 씻고 새 수영복을 입었다.

머리를 묶고 수영모를 쓰려는데

 

"머리 샴푸하고 몸 비눗칠 하고 들어가는 거에요."

옆자리 아줌마가 샤워하다 말고 딴지를 건다.

"방금 감고 온 머리에요." 대수롭지 않게 받았더니

 

"그래도 감고 비눗칠 하는 거라구요." 화를 내기 시작한다.

"방금 감고와서 젖은 머리라니까요?" 다시 되받았더니

"수영장 오면서 머리 감고 오는 사람이 어딨어요!!! 샴푸 하세요."

 

이 아줌마가... 미쳤나.

"가려워서 감고 왔다구요." 안해도 될 말까지 했는데

"그래도 샴푸하고 샤워하는 거에요. 여기서는!!!!!!!!"

 

갑자기,

아줌마들에게 찍히면 끝이다 싶었다.

비굴하게 머리감는 시늉, 샤워하는 시늉을 했다.

 

 

 

강사들이 보였다. 죄다 남자였다.

"초급반 어디에요?" 했더니 "어디까지 배우셨나요?"다.

평영까지 배웠다고 하니 맨 오른쪽으로 가라고 했다.

 

물에 들어가니 아줌마들이 바글바글.

"다들 어디까지 배우셨나요?" 했더니

"접영 들어갔어요. 여기 다들 중급반 정도 돼요."란다.

 

이런... 겸손하게 처음부터 배우려고 했는데,

이게 아닌데 하고 있었더니 한 아줌마가 말했다.

"내가 여기서 제일 못해요. 자주 안 오거든요."

 

키판 잡고 발차기를 하더니 자유형을 시키더니

평영을 하라고 하고선 강사가 1대1 지도를 시작했다.

내 차례가 오자 한마디 했다.

 

"얼마만에 하시는 거에요?"

얼결에 "2년인가" 했더니 그는 말했다.

"더 낮은 반으로 바꾸셔도 되는데..."

 

 

 

조금 있다 다들 접영을 시작했다.

강사가 또 지도를 하더니 내게 말했다.

"그냥 자유형이나 천천히 하세요."

 

4년전에 분명

접영까지 배우다 말았거늘,

이게 뭐냐고오오오오오~

 

위로가 되는 건 오로지

그 아주머니 뿐이었다.

아, 그 아줌마 안 오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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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마운틴 입구까지 갔다가도 케이블카를 못 타는 일도 많다고 했다.

갑작스레 구름이라도 끼면 운행을 안 한다고.

그래서 케이프타운에 사는 한인들은

가족들이 놀러왔을 때도 최소 두번 세번은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Lucky"

케이블카 한방에 오케이.

내부가 빙빙 돌아 모든 방향을 볼 수 있다.

거기까진 매우 좋았다.

 

"지금이 11시 5분전. 넉넉하게 1시에 봐요. 우린 이쪽으로 갈게." ㅈ씨는 말했다.

'넉넉하게'를 믿고 우린 매점에서 노닥노닥 30여분을 보냈다.

길을 나서니 ㅈ씨 가족이 나타났다.

부지런히 한바퀴를 돌아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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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 나타난 모서리. 아래쪽으로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테이블마운틴은 두 군데로 나눠져 있는데 한쪽 끝에서 내려갔다 올라가면 다른편이에요"

ㅈ씨의 말이 떠올랐고

우리는 주저함없이 건너편 바위산을 올랐다.

 

걷고, 걷고...

색다른 돌과 식물, 그리고 저 너머로 보이는 희망곶.

시계도 안보는지 12시도 지났는데 "굿모닝"하는 사람들과 옷깃을 스치며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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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보면 케이블카 쪽으로 돌아가겠지...

라고 생각한 것이 실수였음을 깨닫는 데에는 무려 1시간이 걸렸다.

"아무래도 케이블카는 저 뒤쪽 저 건물 같어."

우리앞에 놓인 길은 devil's peak 바로 앞으로 걸어내려가는 길.

아무래도 우린,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이쯤되면 제아무리 좋은 풍경도 안중에 없다.

약속시간은 15분 남았는데 우리가 걸어온 길은 1시간,

그곳에서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도 최소 15분이다.

 

휴대폰도 없고 저쪽 전화번호도 모른다.

무작정 걷고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

이 무슨 실롄가 싶어 우린,

 

 

뛰었다.

20분쯤 가자 나는 기운이 없다 했고

30분쯤 가자 김군은 가방이 무겁다 했다.

약속시간 + 25분.

그들을 만나자 다리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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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얼굴을 붉히고

사람들은 시커먼 본색을 드러낼 무렵,

그녀가 다가와 말을 건냈다.

 

"내 사진을 찍어요."

 

뭔가를 구걸할 것만 같았던 그녀.

갑자기 포즈를 잡는다.

그것도 범상치않은 자세.

 

당황해서 흔들린 사진 한장.

실패했다고 하니 그녀는 다시 자세를 잡고,

급하기 다시 찍은 한장.

사진을 보면 내게 돈을 달라고 할까 불안한 마음.

 

그러나 그녀는 흡족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Picture for you."

 

 

머리를 뭔가로 한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흑인과 옷차림에 관한 편견.

날은 저물고 나는 고개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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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테이블마운틴 뒷편을 '12사도'라고 부른다.

올록볼록 엠보싱~이 12개라는 말일 터인데

언뜻 세어보니 10개라면 10개, 13라면 13개...

여자하기, 아니 여행자 생각하기 나름인 모양이다.

 

반팔은 입고간 것 하나 뿐이었는데

무슨 겨울이 이렇게 더운지

저 너머 캠스베이(Camps Bay)에는 물놀이하는 사람들도 많다.

 

남극에서 올라오는 대서양 물줄기는 연중 얼음같이 차갑다지만

눈밭에서도 뛰노는 견공, 여기선 가만있을 소냐.

 

아차, 개에게 소냐고 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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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동네 중 하나인 '브레켄펠'에 짐을 풀고 달려간 곳은
테이블마운틴과 바다를 양 옆에 끼고 서있는 '시그널 힐'.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서
도시락 싸들고 온 가족과 가위바위보하는 흑인 꼬마들과
카메라를 갖다대면 바짝 긴장하는 화가와
아이스크림 파는 트럭과
2란드(약 300원) 받고 차를 봐주는 주차요원 밖에는 없다.
 
한국에서의 '차들은 오른쪽길' 운전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되도록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게 좋다.
한적한 꼬불꼬불 언덕길을 오르다
깜빡 하고 오른쪽 차선으로 접어들었다가
혹시나 마주오는 차를 발견해서 핸들을 트는 날엔
"하나님 방가방가"하며 차와 함께 날아오를 수 있다.
가드레일이라고는 드문드문 박혀있는 키작은 돌덩이뿐이니까.
 
그저 알아서 조심하라는 나라, 그곳이 남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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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7 오전 11시30분.
비행기는 30분째 케이프타운 상공을 맴돌고 있었다.
공항에 뭔지모를 문제가 있어서 15~20분 선회한다고 했던 기장이
이제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 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이쪽은 페닌슐라, 이쪽은 로빈 아일랜드(사진)...
바다와 타운 위를 커다란 원을 그리며 돌더니
"Enjoy the view"란다.
 
홍콩, 조하네스버그를 거쳐 무려 20시간.
무척이나 땅바닥이 그리워서 발바닥을 벅벅 긁고 있을 때
의미심장한 방송이 흘러나온다.
"사실은 하이재킹 때문에 공항 활주로가 봉쇄됐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어쩌면 George에 착륙할 수도 있다."
 
하이재킹이라니,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참으로 대단한 환영을 받네요."하며 돌아보니
함께 가던 ㅈ씨가 황망한 표정으로 말한다.
"George라면 차로 5시간이 넘어요.
 도착해서 바로 와이프한테 연락한다해도
 케이프타운엔 오늘 안에 못 올 수 있다구요."
 
...
 
 
공중을 선회한지 1시간.
"이 비행기는 곧 착륙합니다." 라는 기장의 목소리.
박수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이것이 사건의 끝은 아니었다.
 
주인없는 짐가방이 다섯바퀴를 돌고 있을 무렵,
또 뭔가 벌어졌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현지 한국인들의 부탁 한가지씩을 담아
일행 3명의 허용무게를 살풋 넘긴 7개 짐보따리.
그 중 하나가 훌렁 사라졌다.
 
"조하네스버그 공항에서 찾으면 연락주겠다."
하지만 ㅈ씨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그도 짐 잃어버리는 게 한두번은 아닌 '베테랑'인지라
아내와 딸이 찾는 모든 물건을
"그 상자에 넣었는데" 라고 변명하며
상봉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이재킹 관련 영문뉴스 참조>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91&article_id=0000368181&section_id=108&menu_id=108

 

현지인들에 의하면 UCT(케이프타운대학) 학생이었다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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