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 하나가 싸이에 말을 걸어왔다.

2년쯤 같은 반이었던 '학교 짱'이었는데

뭐 이유없이 사람 패는 놈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오늘은 녀석이 네이트온 친구를 신청해와서 대화가 시작됐다.

그때 내가 선생님이 틀린 걸 지적했다는둥, 여전히 남자답다(?)는둥

칭찬 몇마디를 늘어놓다 말고 대뜸 묻는 것이

 

"너는 초등학교 때 첫사랑이 있었냐"였다.

곰곰 생각해보니

잘 기억도 안 나지만  타지로 전학간 녀석을 좋아했던 것 같았다.

 

"나 그 학교로 전학가기 전에 한 명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더니

"그래? 너도 그런 게 있었어? 신기하네." 뭐 이런식.

그러는 너는 첫사랑이 누구였냐 되물었더니

 

뭐 이래저래 이야기를 빙빙 돌리는 것이

분위기상 묘했다.

'이건 나 아니면 나랑 친한 친구란 뜻인데...'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6학년 말, 곧 중학교를 간다고 들떠있던 그 때.

쉬는 시간이 되면 복도가 들썩였다.

"누구누구 좀 불러줘."

 

나도 종종 화장실 가려고 뒷문을 열었다

옆반 남자아이들의 스피커 역할을 하곤 했다.

"누구야~ 손님 받아라"

 

친한 친구들도 한번씩 불려나가고

어떤 여자아이들은 두번 세번도 불려나갔지만

그시절 내내 한번도 나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그시절 '고백'점프 한번 당하지 못한 나를 좋아한 아이가

하나라도 있었단 이야기가 되어가는 것이었다.

 

뭐 나도 녀석도 결혼한 마당에 그 녀석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지만

어쨌건 0과 1은 존재감부터 다르지 않은가.

기대가 스물스물, 2020배 닳아올랐다.

 

그런데 녀석 자꾸 다른 이야기로 새지를 않는가.

바쁜 업무중에 메신저질을 하는 것도 힘든데

녀석, 어여 고백하면 될 것을 왜이리 뜸을 들여.

 

지쳐서 낼롬 내가 말했다.

"어쨌건 분위기상 니가 좋아한 건 나 아니면 내 친구지 싶은데

편의상 나였겠거니 하고 지나갈란다."

 

그랬더니 녀석이 대뜸

"그게 아니라 사실은 아까 이야기할라고 그랬는데 ***거든."

라는거다.

 

 

 

짜식이, 말할 거면 빨리 말할 것이지.

괜히 업무중에

딴전만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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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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