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가 목포에서 결혼했다.
예식은 일요일 오전 11시 40분.
덕분에 하루 휴가도 내고 친정에 내려갔다.

"11시까지만 와"
아니다, 화장하고 있을 때 가겠다, 해놓고
터미널 들러 표 끊고 예식장까지 무식하게 걸었더니 11시 20분.

친구는 벌써 대기실에서 다른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사진 한장 박고 둘러보니
중학교 동창들이 우르르 보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성적순으로 반장이 된 나는
섬에서 유학왔다는 소문이 돌았을 만큼 가무잡잡했다.

어느 자습시간,
교실 '정숙'을 위해 내가 마련한 벌칙은
'떠든 사람이 책상들고 앞으로 나오기'였다.

갑자기 뒷쪽에서 누군가의 의자가 넘어지고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강지선, 책상들고 나와"

"나 안떠들었어!!"
그녀는 반항했지만 나도 지기 싫었다.
"그래도 나왔다 들어가!!"

그녀는 바닥을 쿵쿵 울리며 나왔지만
잠시후 내가 들어가라고 하자
"왜 사람을 오라가라 그러고 난리얏!!" 화를 냈다.

몇시간 뒤 청소시간.
싸우면 먼저 화해하자고 말해야 한다고 배웠던 '도덕녀'는
그녀를 찾아 헤맸다.

"미안해~" "안해에~"
"미안해~" "안해에~"
몇번의 실랑이 끝에 그녀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그후 과정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녀와 난 단짝이 됐고
그녀는 내가 다른 친구와 친해보일 때마다 삐져서
'신경성 위장병' 발병의 원인이 되었다.

그랬던 그녀의 결혼식이었다.
몇년전 혼자되신 어머니께 인사 드릴때는
나도 함께 눈물흘리고 말았다.

내 결혼식 때 와서
울었다고 하더니
그 마음 이제야 알겠다.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이후 직장생활도 타지에서 하고 있는 나보다는
다른 친구들이 더 가까울 텐데
그래도 나를 챙겨주는 그녀가 나는 항상 고맙다.






'짐만 싸는 여자 > 뎅,뎅,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긴장 좀 하자~  (2) 2005.12.04
과장광고의 최후  (2) 2005.11.20
혹시 돼지꿈?  (6) 2005.11.09
'클릭 쇼핑' 한 번이 두 번되고, 두 번이...  (15) 2005.11.09
부산가서 부산떨다  (6) 2005.11.03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1.
전쟁이었다.
유니폼을 입은 적군들이 총을 겨눴다.
몸을 피할 곳이 없었다.
아차, 총알이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급박한 순간, 개구멍이 하나 보였다.
입구로 몸을 날리는데
나보다 먼저 식칼 하나가 미끄러져 들어갔다.
굴처럼 긴 통로로 쑥 빠져들면서 안에 누가 있을까 불안 불안.

쿵~ 누군가의 몸에 닿았다.
앗, 회사 선배들이다.
한명은 탐 크루즈와 베트콩을 동시에 닮은 ㄱ모선배(이하 선배1),
한명은 간사마(이하 선배2).

선배1,2와 함께 숨을 죽이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통로로 누군가 들어왔다.
두근두근... 그런데 그는,
멧돼지였다.

멧돼지가 선배2와 뒤엉키기 시작했다.
내 손에는 아까 나보다 먼저 떨어진 식칼이 있었다.
선배2는 마구 피를 흘리며 말했다.
"나를 통해서 찔러, 난 괜찮아!"

찔러야했다.
그런데 손이 자꾸 엇나갔다.
선배는 앞뒤로 상처를 입고
멧돼지는 마구 날뛰었다.


2.
과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
학교 근처 지하철역에 갔는데
탤런트 김태희가 무대에 서 있었다.
일본 출신 작곡가에게 배우고 있다며
그녀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시작은 불안했다.
그러나 마무리는 좋았다.
매력적인 목소리였고
작곡가의 일본어를 무리없이 알아들으며
노트에 뭔가를 적었다.

친구들이 말했다.
어제도 이곳에서 공연을 했는데
맘대로 되지않아 울었다더라.
그러자 갑자기 어제 공연이 눈앞에 펼쳐졌다.
과연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꿈들은 여기까지.
어쨌건 멧돼지는 돼지라 치고 김태희는 미녀라 치고
오늘은 로또를 사야겠다.
근데 웬 김태희였을까.



'짐만 싸는 여자 > 뎅,뎅,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장광고의 최후  (2) 2005.11.20
너의 결혼식  (5) 2005.11.14
'클릭 쇼핑' 한 번이 두 번되고, 두 번이...  (15) 2005.11.09
부산가서 부산떨다  (6) 2005.11.03
"에따 러시아" ("그게 러시아")  (2) 2005.10.31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집 뒤에 북한산이 있는데... 하며
괜히 등산화를 넘보던
어느 날이었다.

영화 한 편 때릴까 하고
지하철역 근처 팜모시기 라는 쇼핑몰에 갔는데
ㅌ모 등산화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신어만 보자, 신어만... 생각했으나
20% 할인에 못 이겨
고어텍스 등산화를 낼름 사들고 왔다.

등산양말 하나 끼워준다기에
하나만 더 달라고 뺏어오면서
오만 보람은 다 느꼈더랬다.



의기양양 돌아온 나는,
하면 안될 짓을 하고 말았다.
금지된 단어 'ㅌ모시기 스카이락 고어텍스'를 검색창에 치고 말았다.

짜잔~ 사은품이 줄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쿨맥스 등산양말은 기본, 거기에 25ml 등산배낭에 1인용 깔개.
가격 또한 내가 산 가격 이하로 분포해 있었다.



참으려 했다.
혼수 장만할 때 했던 그 짓을 또 하고 말았다며
그까이꺼 피곤한 짓 좀 그만 하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신용카드 적립금이 쌓여있는 c모 홈쇼핑을 클릭하면서
1만원 할인 쿠폰과 적립금 1만 몇천원에 감동하고 있었다.

거기다 하이라이트.
다른 곳에서 주는 배낭은 검색가격 9천9백원이나
여기서 주는 배낭은 무려 4만원대.



ㅍ모시기 쇼핑몰 등산복 매장 아가씨는 울상으로 물었다.
"왜 환불하시는 거에요?"
그날 3만원어치 팔았다는 아가씨에게 솔직할 수는 없었다.

"사정이 생겨서요"
사정은 무슨 사정,
그저 사은품에 눈이 멀었다는 거지.



며칠 후, c모 홈쇼핑은 처음 구매한 나에게
단골고객 특가매장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호락호락 홀릴 내가...

맞다.
또 샀다.
아아, 이러다 나도 '쇼퍼홀릭(소비중독자)'이 되는 것일까?



'짐만 싸는 여자 > 뎅,뎅,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의 결혼식  (5) 2005.11.14
혹시 돼지꿈?  (6) 2005.11.09
부산가서 부산떨다  (6) 2005.11.03
"에따 러시아" ("그게 러시아")  (2) 2005.10.31
결혼 대자보 전문기자?  (4) 2005.10.19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고구마 맛 어때?

 
아, 둘이 먹다 둘이 목말라.



다음은 츄러스.


마침 코가 가려울 게 뭐람.




물 속에 뭐가 있을까?

 
앗, 나의 브이가 있군요.


(그녀는 오늘도 스도쿠를 풀어요.)



렌즈 속엔 뭐가 있을까?


수련중인 쏘뎅이...


남들이 쳐다보건 말건 그녀는 수련중.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지지난주말, 예고했던 대로 최모기자가 결혼을 했다.
그녀가 빈말로 서른다섯에 서른다섯에 노래부를 때
정말 몇년은 더 남은 줄 알았었다.

실로 축가를 혼자 부르는 것은 처음이었다.
노래패를 하면서 여기저기 결혼식에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그땐 여럿이라 별로 떨 필요가 없었더랬다.

그러나 이번엔, 달랑 나 혼자.
특히나 나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무대 공포증의 달인 아니었던가.

축가를 뭐할까 3달전부터 고민고민하다
결혼식 5일 앞두고서 고른 곡이
알라딘 주제가 'A Whole New World'.
악보를 준비해와 달라는 부산 현지 반주자의 요청이 있었는데
ㄱ보문고에서 샀다는 악보는 원곡에 비해 음이 높았다.

식전에 반주자에게 음을 좀 낮춰달라 했더니
"별로 안 높은데요? 파, 솔?"
안 높다는데 할말이 있나, 맞춰볼 시간도 없이 그냥 부르기로 해놓고
목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음료수 한캔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부들부들 떨면서 맨 앞자리에서 결혼예배를 지켜보는데
약 15분만에 나의 순서가 오고 말았다.

내마음은 두근두근, 신랑신부 싱글싱글.
반주가 시작되고 첫음을 잡는 순간,
신부가 웃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도 아차 싶었지만
음악은 계속 흘러나오고
결국 기묘한 가성과 함께 망가지는 쏘뎅...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 거의 끝나는구나 하고 마지막부분을 부르는데
반주는 중간쯤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차 싶어 중간으로 돌아갔는데
갑자기 반주가 끝나버렸다.

그리하여 나는
I can't go back to where I used to be~~ 로 노래를 끝맺고
같이 간 사람들에게 "왜 그랬냐"는 소리를 들었으며
신혼여행 가는 최모씨에게서
"축가 재미있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짐만 싸는 여자 > 뎅,뎅,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혹시 돼지꿈?  (6) 2005.11.09
'클릭 쇼핑' 한 번이 두 번되고, 두 번이...  (15) 2005.11.09
"에따 러시아" ("그게 러시아")  (2) 2005.10.31
결혼 대자보 전문기자?  (4) 2005.10.19
77의 비애  (9) 2005.10.13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언니와 효리는 얼마전 형부를 만나러 러시아에 다녀왔다.
러시아에서 3개월 남짓을 보낸 형부는
기가 막힌 일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형부가 사는 집은 월세 250만원.
물가 자체가 비싸기도 하지만 꽤 고급인 주택에 살고 있다.
그러나...

한달만에 인터넷과 TV가 끊긴 채로 살고 있다.
집주인에게 세달치 월세를 선불하면
주인은 한달치 인터넷요금만을 내고 나몰라라 하는 것이다.

부동산중개업자에게 항의해 보았더니
그가 내뱉은 말이 바로 "에따 러시아".
"그게 러시아"라는 뜻이다.

월세 500만원짜리 집에 살고 있는 어느 한인은
축하받을 일이 있다고 했단다.
"작년에 끊긴 인터넷이 오늘 복구됐다네."

커텐을 달아달라고 하면
디자이너가 와서 집 전체를 재고 그리고
커텐을 가져와서 하루종일 다리는 등 총 한달이 걸린다고 했다.

전등을 가는 것도 세명이나 와서는
드릴로 뚫고 갸우뚱거리고 회의하고
뚫고 갸우뚱거리고 회의하며 하루를 매달린단다.

모든 게 불가능하지만 돈만 있으면 모든 게 가능하다는 곳,
경찰이 도둑보다 무서워도 마음을 비워야 하는 곳,
그게 러시아란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우리 회사엔
결혼'방'을 써붙이는 풍습이 있다.
동기들이 하나씩 둘씩 결혼에 골인하면서
방을 만드는 게 몇번째인지, 누가 남았는지 가물가물.

남의 연애사를 쫙 꿰고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 동기들 중에 최다 필자가 되고 말았다.
구모기자, 송모기자 결혼방에 이어 세번째.

지난봄 송모기자 결혼 때는
전라도 사투리와 판소리 형식을 빌어
'참신한 시도'라는 호평(?)을 들었는데
이번엔 시간이 없어서 당사자 동의 하에
예전에 써놓은 글을 참조했다.

주말에 결혼하는 동기는
내 블로그에 꽤 자주 등장했던 최모기자.
(우리는 서로 '내연녀'라 부르며 밀월을 즐기곤 했다.)

다른 때와 달리 유머와 성적 코드를 빼고 진지하게 쓴데다
그녀의 출중한 문장이 30%가량 녹아들어
꽤 낭만적이 된듯 하다.


 


 

그와 함께라면 북극도 춥지않다

입사 초 그녀는 말했다.

“난 35살에 결혼할거야. 얼음 조각이 놓여있는 호텔에서 결혼하려면 그때는 돼야할 걸.”

4년 뒤 그녀는 말했다.

“여행에 큰돈 쓸 수 있는 기회는 결혼 밖에 없어. 얼음조각? 얼음조각? 어...”


최멍(본명 최명애, 경향신문사 재직중. 이하 최멍)과 남동(본명 남종영, 한겨레신문사 재직중. 이하 남동)은 1999년 말 언론사 스터디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겨울이 뉘엿뉘엿 넘어가던 2000년 초, 언론사 합격이라는 그들의 공동목표는 변질되기 시작했다.

 

신문 스크랩을 복사해서 나눠주면서 눈이 마주치던 봄, 최멍은 남동에게 난해한 이메일을 보냈다. “이 시가 뭔지 맞춰볼래요?” 그러자 남동이 재깍 정답을 보내왔다. “서점에 가서 우연히 잘 모르는 시집을 펴들었는데, 하필 그 페이지가 펴졌어요.”


상식책을 보며 그해 처음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해 달달 외다가 눈이 마주치던 봄, 단둘이 만난 세 번째 자리에서 남동은 말했다. “전주, 같이 갈래요?”  한 달 뒤 전주영화제가 아주 좋았더라고, 학원 동료에게 이야기를 들은 최멍은 또 이메일을 보냈다. '지금 전주에는 유채꽃이 어른 어깨 높이만큼 자라서 물결을 이룬답니다.'


5년이 흘렀다. 그들은 아직 전주 영화제에 가지 못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핀란드 와 스웨덴과 아이슬란드를 함께 다녀왔다. 어려서부터 누나의 지리부도를 달달 외며 북국 여행을 꿈꾸던 남동과 피어리, 난센, 아문센, 스콧의 위인전을 읽고 꿈에서 바이킹을 만나던 최멍. 그들은 해마다 arctic circle(북극권. 북위 66 °33')에 걸쳐진 나라들을 차례차례 정복중이다.


올해의 목표는 캐나다 처칠. 북극권 바로 아래 있는 이 작은 마을은 해마다 10월말에서 11월 중순까지 하얀 북극곰들이 언 바다를 건너가는 곳이다. 길이 끊겨 기차밖에 다니지 않는 그곳에 가는 길은 너무도 멀고 너무도 비싸기에, 그들은 ‘비장의 카드’ 결혼을 떠올렸다. 결혼날짜는 북극곰 나들이 일정에 맞추고, 혼수로는 고어텍스 점퍼와 냉장고보다 비싼 카메라를 샀다. ‘결혼식 날 드레스가 맞을까’ 보다 ‘이번엔 아이슬란드에서 놓친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그들이었다.


최명애?남종영 결혼식
- 10월 22일(토) 오후 1시 / 부산 국제신문사 대강당


 

'짐만 싸는 여자 > 뎅,뎅,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가서 부산떨다  (6) 2005.11.03
"에따 러시아" ("그게 러시아")  (2) 2005.10.31
77의 비애  (9) 2005.10.13
사마 난립... 나는 왜 안되는 걸까  (13) 2005.10.11
집에 불낼뻔.  (6) 2005.09.27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1. 가자

목요일밤 간사마는 말했다. "쏘뎅 내일 쉬어라"
얼싸좋다 얼마만이냐 하며 1박2일로 갈 곳을 찾았다.
집사람은 설악산 단풍놀이를 강력히 원했으나
앞자리 남동기는 "너는 안된다"며 강력히 만류했다.

가깝고 높지않은 산을 찾던 우리는 결국
포천(혹은 철원) 명성산 억새밭으로 합의하고
산행과 온천욕 자료를 수집했다.


2. 불광동에서 명성산 가기

금요일 아침, 예상대로 늦잠을 자고 일어난 둘은
가는 길을 모르는데
수중에 지도마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송추를 거쳐 의정부로 가자 했고
집사람은 미아리를 거쳐 가자했다.
갈 때는 집사람 의견을 따랐으나
올 때보니 송추가 훨씬 빨랐다. 아싸.


3. 이 길이 아닌게벼.

산정호수 주차장에서 '등산로' 표시를 보고 걸었다.
앞에 아줌마들도 있고 하니 맞겠지, 하면서 하하호호.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우리만 호수변을 걷고 있었다.

한참 되돌아가니 등산로 입구와 안내도가 있었는데
집사람이 중간에 돌계단이 있다는 지금의 루트는 싫다고 한다.
바위와 안전로프가 있는 다른 루트가 재미있겠다고,
20분 소모하더라도 주차장으로 돌아가자 한다.
등산 완전초보에 움직거리기도 싫어하는 쏘뎅은
멋도 모르고 그러자 했는데...

주차장 근처에서 다시 출발.
비선폭포 근처에서 길이 갈라진다.
"이 길은 숙련된 등산자만 오를 수 있는 험한 코스입니다"
안내 표지판을 보고나니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사람은 어여 가자고 채근.

오르고 오르다보면 못 오를리 없건만은
5분 후부터 지치기 시작했다.
앉아서 쉬고 멈춰서 쉬고
다섯발짝 마다 주춤거리는 나를 보고 집사람은 말했다.
"설악산 갔으면 큰일 났겠다"


4. 바위 위를 걷다.

명성산을 올려다보면 보이는 바위가 눈앞에 나타났다.
안전로프와 온통 바위.
아아 끝이로구나,
이 길로는 내려가지도 못하는데...

문득 대학교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선배들은 관악산 올라가서 도시락만 까먹고 오자 했다.
낑낑 거리면서도 도시락만 생각했던 쏘뒝.
그러나 30분이 지나도 선배들은 계속 오르기만 했다.
"밥은 안먹나요? 언제 내려가나요?"
그때 선배들은 말했다.
"이 길로는 못 내려가. 정상에 가야 쉬운 길이 나와."


5. 억세게 강한 억새밭.

1시간 남짓 올랐을까. 드넓은 억새밭이 나타났다.
지난주말 억새 축제가 있었다더니 위쪽은 대충 져가는 모습.
명성만 못하다, 하며 투덜투덜.

힘들게 올라와 만난 억새밭을
가슴에 담기 쉽지않았던 이유는
내 손에 카메라가 없어서였을까
'숙련된 등산자'의 길을 주파했다는
되지도 않은 뿌듯함이 이미 가슴을 가득 채워서였을까



6. 3시간 코스

<주차장-비선폭포-책바위-억새밭-등룡폭포-비선폭포-주차장>
어느 등산 사이트에서 3시간 코스로 소개되어 있었는데
오르는데 1시간 20분, 노는데 40분, 내려오는 데 1시간.
딱 3시간이다. 희한하네.



7. 느티나무야 버드나무야.

검색결과 이동갈비 원조는 느티나무집.
그러나 길을 가다보니
느티나무가 있던 집, 버드나무가 있는 집...
사정없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겨우 찾아간 느티나무집.
살아있는 퉁퉁한 나무가 건물을 뚫고 하늘로 뻗어있었다.

1인분에 3만원이나 하면서 양도 작았던
수원 유명 갈비집을 잊지 못한 우리는
다짜고짜 2만5천원짜리 2인분을 시켰는데
1인분 먹고 배가 불러버렸다.
(나중에 물어보니 1인분반도 주문이 가능하단다.)



8. P모텔과 신북 환타지움 온천

포천 제일이라던 P모텔은
밖에서 보이던 사진과는 딴판인 콩만한 방을 제공했고

파도풀이 있다던 신북 환타지움 온천은
어린이 위주의 낮은 높이와 낮은 온도를 자랑했다.

그래도 출렁출렁 파도풀은 나름 재미있었다.
캐리비안 베이를 못가본 쏘뒝이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9. 허브 아일랜드

허브가게 들어갈 때 목 뒤에 발라준 페퍼민트 오일을
충동구매하고픈 욕구를
2천원짜리 로즈마리 화분 하나 사는 걸로 막았다.

단체 손님이 많아 꽃얹은 비빔밥을 못 먹고 억울해서
허브빵 하나를 사먹은 뒤
허브꽃을 몰래 마구 따먹고 나왔다. 메롱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