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게으를 순 없다'는 생각에
덜컥 외국어시험을 등록한 것은
세 달 전이었다.
욕심껏 세 권의 책을 사고
한 권의 책을 들고만 다니는 동안
시간은 졸졸 잘도 흘렀다.
어느덧 12월,
집들이와 감기몸살 협공 직후
그날은 찾아왔다.
전날 하루종일 드러누운 관계로
시험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사태는 없었으나
문제도 안보고 답을 찍는 것은 참으로 못할 짓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맨 뒷사람 시험지 좀 걷어오세요" 하니
솜털이 보송한 중학생 사내아이가 걸어나왔다.
문앞에 기다리던 엄마는
"시험 어려웠어?"라고 자꾸 되묻고
아이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아, 16년 차이?
내가 깨끗한 이 책들을 헌책방에 팔아버릴까 고민하는 동안,
너는 쉬지않고 공부하였겠구나.
'짐만 싸는 여자 > 뎅,뎅,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걸리면 결린다 (9) | 2005.12.09 |
---|---|
우동 한 그릇 (10) | 2005.12.07 |
과장광고의 최후 (2) | 2005.11.20 |
너의 결혼식 (5) | 2005.11.14 |
혹시 돼지꿈? (6) | 2005.11.09 |
WRITTEN BY
-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