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하룻밤 머물고 가셨다.
출가 후 첫 방문인지라 여러가지로 신경쓰였다.
출근할 때보다 일찍 일어나
가스렌지까지 닦고
뭘 만들어 놓아야 하나
요리책을 들고 고민했다.
지난 5개월동안
"밥은 베테랑이다"
"벌써 다섯가지 국을 마스터했다"
"수차례 나물 제조에 성공했다"
"남피온이 마구 느낀다"
과장광고를 일삼았던 쏘뒝.
그러나 기아 직전의 냉장고에 기형적인 손구조까지
또다시 가정식 백반이라는 마지막 카드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냥 요리책을 덮고
시금치 무침과 미역국으로 급선회하고 만다.
대신 점심을 밖에서 뽀지게 대접하기로 했다.
화곡동에서 언니와 엄마를 픽업,
밀리는 올림픽대로를 뚫고
ㅇ동 ㅇ모 크랩요리집으로 이동
배를 두드리며 귀가.
이날밤 결국 엄마는
배부르다며 저녁을 거부.
아아, 엄마는
두끼를 준비하기엔 무리였던
나의 음모를 아셨던 걸까.
ㅇ병원에서 디스크 수술 판정이 나온 엄마에게 제공할 것은
따끈한 방바닥 뿐이라며,
초저녁부터 보일러를 너무 빵빵하게 틀어버린 딸내미.
엄마는 어젯밤
두번이나 땀으로 목욕을 했단다.
그리고 오늘 아침 엄마는
잘 익은 고구마와 섞인 설 익은 밥과
간도 안 맞는 미역국과
싱거운 시금치와
직접 들고오신 갈치를 맛있는듯 잡숫고
집을 나서셨다.
다시 언니네 집으로 가시게 될 엄마의 팔짱을 끼고
교회에서 나오는데
눈물이 나려고 했다.
하루만 더 계시면 실수 안하고 잘 해드릴 수 있을까...
출근하는 발걸음이 진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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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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