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단풍놀이나 살랑살랑 다녀와야지 했는데

잡일을 큰일처럼 하는 통에 일복은 터지고

급기야 어제 저녁부터는 몸살

오늘은 기어서 출근

 

이 와중에 전세계약한 부동산에서

집주인네 다른 곳 집이 팔려서 자기집에 들어오고 싶어하는데

같은 값에 다른 집으로 옮기면 안되겠냐고.

내가 양해를 해주지 않으면 같은 단지에 다른 집 전세를 얻겠단다.

 

시댁에 여쭈니 같은 값의 매물이 있을 경우, 이사비 정도 받고 그렇게 해주던지 하라고.

만약 새로 계약하게 되면 주인이 해주기로 한 입주청소도 날아가고,

안 부르려 했던 사다리차도 불러야하고,

일부러 시간내서 다시 계약하러 가는 것도 일이고.

 

주인 입장에서도 이사 두번할 거 한번만 하면 되고, 전세계약 두번할 거 한번도 안해도 되는 거니까

어느 정도 추가부담은 생각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부동산에선 집주인이 복비만 내주겠다며 버틴다고 했다. 

그럼 우리는 원래 계약대로 살겠다고 한 게 오전 상황.

 

 

 

그러나 점심시간, 집주인 할머니의 전화

"그렇게 안 봤는데 젊은 사람이 왜 그러냐, 이러면 잘 살 줄 아느냐, 이 백발 할머니가 이렇게 부탁을 하는데 어쩌고 저쩌고"

부탁은 부동산에 하셨고, 나에게는 화만 내면서.

내내 듣다가 "이게 부탁하시는 건가요?" 했더니

갑자기 누그러지며 목소리가 원래 그렇다는 둥, 복비에 조금 얹어주겠다고 달랜다.

 

입주하면 얼굴보고 살 입장에 나도 돈벌겠다고 이러는 게 아닌데

졸지에 웃기는 사람 됐다.

하필 몸살나서 휘청거리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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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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