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현지인(?!)의 초대를 받았으니 준비따윈 필요없어 룰루랄라~

...라면 좋겠지만 화장실에 가서 일도 못 보고 화장지만 쓰고 나오는 것마냥 매일 허전하기만 했다.

비행기에서 무려 3일을 보내는 8박9일 휴가를 한달도 채 안 남겨놓고 나는 뭔가를 준비하기도 민망하고 준비하지 않기도 어정쩡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중 오늘 내게 떨어진 미션 하나.

"ㅇ여행사에 잘 말해뒀으니 국내선 예약하시고 PNR을 제게 보내주세요. 이 메시지는 5초 후에 자동으로 폭발합니다." 초대자 겸 여행가이드 1인2역을 준비중인 ㅈ씨의 전언.

 

 

ㅈ씨는 자신이 2년가까이 살고있는 케이프타운으로 김군과 나를 초청하면서 여행 마지막에 비장의 카드를 숨겨놓았다. 이름하여 '크루거 국립공원에서의 하룻밤'

 

국립공원 롯지 숙박의 하이라이트는 해질녘/해뜰녘의 '게임 드라이브'. 덮개하나 없는 랜드로버에서 여차하면 총을 집어들 준비가 된 레인저와 땅바닥을 살피는 눈밝은 안내인이 "뜨끈한 표범 발자국을 발견했으니 방금까지 쫓던 사자 대신 표범보러 가실까요" 한다는 '게임 드라이브'다. 세렝게티 같은 거대한 동물의 세계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넓이가 2만제곱킬로미터(한반도 넓이는 10만제곱킬로미터가 살짝 못된다)에 달하는 크루거 국립공원(http://www.sanparks.org/)은 남아공 최대의 사파리. 마침 어느 외국인이 써놓은 기사의 번역본을 보니 코끼리가 랜드로버를 덮쳤다지.

 

어쨌건 ㅈ씨는 김군과 나의 결혼 1주년 선물로 '동물 종합세트'를 준비하면서 "대신 요하네스버그-호스푸뤼트 구간 국내선은 추가하셔야 해요."라고 덧붙였다. 1달전국내선이 뭐 얼마 하겠나 싶어 ㅇ여행사에 전화했더니 "특가상품에는 구간 추가가 안됩니다"라는 답변. 따로 예약하느니 현지에서 구입하는 게 더 쌀 거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ㅈ씨가 우리에게 줄 선물을 예약하려면 이 국내선 항공권의 예약정보가 꼭 필요하다는 데에 있었다.

 

 

"현지에서 가장 싼 항공권이 1인 28만원인데 전자티켓만 발행되고 자리가 없을지도 모르거든요.

거기 5만원을 더해 33만원을 추가하면 리턴변경도 가능해요" 인천-케이프타운 항공권을 특가요금에 게시했던 ㅇ여행사의 답변.

 

이 어인 날벼락인가. 1인 33만원이면 웬만하 동남아 국제선 항공권 뺨치는 가격. 산타할아범이 선물 준다는데 양말이 3달치 용돈보다 비싸다고 안 걸어둘 수도 없는 노릇. 그렇지만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 그럴 순 없지.

 

검색 첫번째남아공 현지 여행사 '학생항공' (http://www.studentflights.co.za/).

조벅-넬스푸뤼트(크루거 국립공원 인근. 호스푸르트보다 남쪽)를 1인 편도 5만원대 (2인 왕복은 23만원선)에 게시했다. 가능한 스케줄은 어느 것인지, 인터넷 예약이 가능한지 메일을 띄우면서 보니 저가항공사 네이션와이드 항공을 이용하는 듯.

 

그래서검색 두번째는 '네이션와이드 에어' 홈페이지(http://www.flynationwide.co.za).

똑같은 조벅-넬스푸트 구간이 2인 왕복 34만원.

 

혹시나 싶어 헤매다검색 세번째'남아공항공 익스프레스'(http://www.saexpress.co.za/). 

예전에 남아공항공 홈페이지(www.flysaa.com)에서 국내선을 검색했을 땐 날짜에 오류가 나서 포기했었는데 이젠 양쪽이 똑같다. 호스푸트는 2인 최하 52만원, 넬스푸트는 2인 최하 34만원.

 

 

'호' 대신 '넬'이면 십수만원은 절약되는데... 허나ㅈ씨는 남한만큼 길쭉한 크루거국립공원의 특성상 넬스푸트 공항에 내리면 롯지까지 차로 다섯시간은 달려야할 거라 했다. 어쩌겠나. '지대 안습'이지만 눈물 닦고 양말은 걸어야지. 퇴근 직전 2인 52만원의 국내선을 결제하고 이메일로 전자티켓을 받았다.

 

야근 다음날의 오전휴가와 퇴근전 상큼한 휴식을 모조리 투자한 검색전.

겨우 4만원 아꼈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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