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말도 없다가 결정적 순간에 한마디씩 던지곤 하는 친구가 물었다.

"올 여름엔 어디 갈 거냐"

1년내내 여행준비만 하는 헛바퀴 인생에 다시는 매몰되지 않겠노라 다짐한 것이 언제였던가.

결국 준비의 세계에 빠져들고말았던 지난토요일.

 

휴가는 대략 토-토가 된다고 가정하고, 결혼 1주년이 마침 일요일이므로 그 안에 끼웠다.

목적지는 일단 친구가 있는 싱가포르이어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

(비행기표값 때문인지 뉴욕에 있는 친구에게는 이런 의무감이 덜 든다. 아앗 미안.)

비행기표는 TAX포함 50만원짜리를 찾아냈다. 마일리지 적립 불가인 것이 흠.

 

하지만 4년전에 다녀온 콩만한 나라에서 1주일을 소모하기는 아깝지.

푸켓 혹은 크라비로 가서 코피피를 볼까 하며 싱가포르에 3~4일을 떼었줬다가

몰디브에 가겠다며 싱가포르에 2일만 떼줬다가

갑자기 빈탄이라도 놀러가자고 한 그녀의 말을 떠올리며 빈탄도 끼워넣었다가

푸켓이나 몰디브를 갈거면서 빈탄이 웬말이냐며 갈팡질팡.

 

하루가 지났고 친구가 메신저에 로그인했다.

쏘뎅 "6월에 갈거 같애. 아참 이사는 언제해?"

친구 "오늘했어"

쏘뎅 "앗 설마 방이 한개는 아니지? 김군이 호텔 안잡아도 되냐고 묻던데"

친구 "one bedroom flat"

쏘뎅 "(속으로 허걱) 아 축하해"

 

재워줄테니 놀러오라던 그녀지만 나때메 방두개짜리 집을 얻을 수는 없는 일.

그날로 눈물을 머금고 호텔 검색에 들어가는데

싱가포르를 킬하면 어떻냐는둥, 스페인은 어떻냐는둥, 남아공은 어떻냐는둥,

김군은 이미 다른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의 나는 싱가포르를 절대 버릴 수가 없었고

싱가포르항공 에어텔 sia holiday를 정밀분석하기 시작했다.

마일리지 적립 불가에 주말출발 10만원 추가, 박람회 기간 일정금액 추가.

하필 박람회 기간이 겹쳤으니 따따불이네 하며 따로 숙소조회에 들어갔다.

 

아시아트래블, 아시아룸스, 익스피디아... 이틀간 뒤지고 뒤지다가

차이나타운 부티크호텔 3개와 디자인호텔로 가능성을 좁힌 수요일아침,

sia holiday 내용을 자세히 보니

모든 주말 출발편에 10만원이 추가되는 게 아니라

토밤~일아침 즉 신혼여행객이 많은 스케줄에만 조건을 달아놓은 것.

이런이런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다며 대략 좌절.

 

한참을 숙고한뒤

gallery hotel(www.galleryhotel.com.sg/) 2박이 좋겠다고 혼자서 잠정 결론.

룰루랄라 하고 있던목요일밤.

마실간 김군에게 집에 언제오나 전화를 했더니

"나 남아공 꼭 갈거야"라며 옆사람을 바꿔줬다.

통화한 사람은 전부터 남아공에 놀러오면 잘해주겠다고 했던 ㅈ모씨.

쏼라쏼라 달변에 나도 홀라당 넘어가서

한밤중에 또 항공편 검색에 들어갔는데

싱가포르 경유편과 홍콩 경유편 2종세트가 있었다.

 

싱가포르항공편은 조회결과 일부구간이 '정지'로 나와서

일단 홍콩 경유 남아공항공 컨택중.

잘하면 금밤 출발 토아침 도착, 금오전 출발 토오후 도착

케이프타운에서 무려 6일간 놀 수 있는 스케줄이 가능할듯.

 

바야흐로 올해는 파프리카도 아닌 아프리카로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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