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경향신문



[해외여행]맘열고 몸여는 ‘겨울 그곳’



주말에 스키타러 갔다가 고속도로와 리프트에서 ‘두 번 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올겨울, 리프트와 곤돌라 대기시간 0초에 도전해보자. 일본에서 눈(雪)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동북지방. 비행기로 2시간여 날아가면 인공설은 발도 못 붙이는 스키의 천국이 우리를 기다린다. 숲과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진 기막힌 풍경과 함께. 스키로 노곤해진 몸을 뜨거운 유황천에 담그면 피로는 눈녹듯 사라진다. 일본에서도 설국(雪國)의 풍광으로 손꼽히는 아오모리(靑森)·아키타(秋田)·야마가타(山形)·미야기(宮城)현의 스키장과 온천을 다녀왔다. /편집자 도움말


◇아오모리 아지가사와 스키장


아찔한 발밑으로 저멀리 동해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쓰가루해협 너머 홋카이도가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혼슈의 북쪽 꼭대기 아오모리현의 아지가사와 스키장이다. 2003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때 스노보드 경기를 개최했던 만큼 코스가 다이내믹하고 눈의 질이 좋다.


언뜻 후지산을 닮아 ‘쓰가루의 후지산’이라 불리는 이와키산에 자리잡은 아지가사와 스키장은 초보자 위주로 설계됐다. 4명 정원 고속리프트 2개와 2명 정원의 로맨스리프트 2개, 6인승 곤돌라 1대를 갖추고 있으며 코스는 총 14개. 밤 9시까지 야간스키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보다 1시간 일찍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친 몸을 녹이는 노천탕 순례를 빼놓는다면 ‘반쪽짜리 여행’이다. 스키장 바로 곁에도 깔끔한 온천이 있지만 차로 30분정도 이동하면 유서깊은 전통온천을 만날 수 있다. 이와키마을 다케온천에 자리잡은 야마노호텔은 왕족같은 VIP손님들이 묵는 고풍스러운 곳. 300년의 역사와 우윳빛이 나는 온천물이 특징이다. 신경통이나 아토피 피부염에 좋고 마시면 위장에도 좋다고 알려져있다. 온천욕은 500엔, 식사에 스키장 왕복서비스가 포함된 2,500엔 패키지도 있다.


◇아키타 다자와코 스키장


아오모리현 바로 아래쪽에 자리잡은 아키타현에는 도호쿠지방에서 세번째로 큰 다자와코 스키장이 있다. 슬로프를 내려올 때 한 눈에 들어오는 푸른 호수가 인상적이다. 2인용 리프트 9개와 최장 3,000m를 활주할 수 있는 15개의 코스를 갖추고 있으며 최대경사가 38도에 이른다. 시즌엔 하루 2,000명이 찾는다.


굳이 스키장이 운영하는 롯지를 이용하지 않아도 좋다. 근처 미즈사와, 다자와코코겐, 뉴토온천향 주변에 온천을 갖춘 민박이나 펜션 등 숙박시설이 많다. 두끼 식사와 스키장 리프트권을 포함한 패키지가 8,000엔부터 운영된다. 스키장에서 조금 멀지만 350년 동안이나 옛날식 시설을 고수해온 뉴토온천향의 쓰루노유온천(사진 위)을 찾아가는 것도 가치있다. 10여년전에 가장 인기있는 온천으로 꼽혀 숙박예약은 6개월전에 마감된다. 온천욕은 400엔.


일본에서 가장 깊고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는 다자와호수(다자와코·아래)에는 순금을 입힌 동상이 서 있다. 미인이 되고 싶어 호수의 물을 마셨지만 용으로 변해 호수에 뛰어든 비운의 여성 다츠코를 통해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라고 타이른다. 그녀의 소원 때문인지 동상의 자태가 상당히 곱다.


-‘진짜 눈’ 위에서 질릴 때까지-


◇왜 일본 스키장인가


반나절권으로도 리프트를 맘껏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스키장의 가장 큰 매력이다. 현재 국내 스키장은 13곳, 일본은 720여곳이다. 스키인구는 일본이 5배지만 시즌에도 슬로프의 밀도가 현저히 낮다. 80년대에 불타던 스키 열기가 불황으로 인해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눈의 질이 좋다. 국내 스키장들은 인공눈을 사용해 11월 중순에 문을 열지만 일본 동북부의 스키장들은 웬만해선 인공눈을 쓰지 않고도 4월까지 문을 연다. 아지가사와 프린스호텔 관계자는 “기다리면 눈은 꼭 오기 때문에 아예 인공눈 제조기를 구입하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다자와코 스키장은 아예 개장일을 10일이상 늦춰 지난해 12월20일에 문을 열었다.


일본 스키장들은 요즘들어 한국인 스키어들을 유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자국내 스키인구가 감소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바다 건너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한국인들이 혼자 여행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한국인 직원이 상주하는 곳은 드물고 한국어나 영어 안내문, 통역 등이 부족하며 교통편도 다소 불편하다.


〈일본 아오모리·아키타/임소정기자 sowhat@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4년 01월 13일 16: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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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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