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제주 성산일출봉 아래(목졸리는 사람은 내사돈처자-형부의 여동생)

처음 블로그를 만들면서 분류를 <여행/취미>로 해놓고 내심 고민이었습니다. 관심은 많지만 스스로를 '여행자'라고 부를만큼 많이 돌아다녀본 것도 아니구요, 애국심이 모자란지 국내여행도 즐기지 못하는 편이니까요.(수학여행이 변변찮아 경주와 제주, 그리고 부산에 간것 외엔 별다른 여행이 없어요)

대학교 1학년때 유럽배낭여행 가려고 고3들 가르쳐서 돈을 모았지만 혼자 가는건 절대 안된다는 어머니의 반대로 포기했었죠. 그러고 한 3년 흘렀나, 4학년 2학기를 휴학하고 떠났어요. 세상에 한달도 안되는 유럽여행을 휴학하고 간거에요. 글쎄... 남들은 두달 방학으로도 떡을 치는데...
나름대로 붐비는 시기가 싫기도 했고, 졸업을 늦추고 싶기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시간활용 못했어요.


/1999년 11월 베네치아 바뽀레또 안

그때 함께 떠난 친구(사진 오른쪽)는 인터넷으로 찾았던가 그랬어요. 여행사이트들 보면 '함께 떠나요' 그런 게시판이 있잖아요. 거기서 보고 연락했는데 의외로 동네도 가깝고 죽이 맞더군요. 첫인상은 도도한 미녀였는데 갈수록 푼수가 되는 걸 보면서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죠. (물론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죠. 소개팅도 시켜주고, 생일도 챙겨주면서요.)


/1999년 10월 독일 하이델베르크 번화가 입구

첫번째여행은 거의 두달을 준비해서 갔는데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어요. 돌아오는 길에 방콕에서 현지인 집에 머물렀는데 그때가 맘이 가장 편했달까. 내 힘으로 뭔가를 하지않아도 되니까요. 

이후에 일본에 세번, 중국에 한번, 싱가폴에도 한번 다녀왔는데 알고보니 스트레스를 엄청 받으면서 준비하고, 가서는 계속 실수하면서 상처받는 타입인 거에요. 

그래서 준비할 때의 설렘이 가장 큰 기쁨이요, 비행기에서 안전벨트를 매는 순간의 떨림이 마지막 기쁨이더군요. 다녀와서야 괜히 그립고 그렇지만...


/1999년 11월 독일 뮌헨 번화가

둘러보면 여행마니아라고 부를만한 사람이 참 많아요. 트레블게릴라처럼 마니아들의 집산지도 있고 개인홈피들을 가봐도 인도,티벳같은 곳을 여러번 다녀오고 동남아에 수없이 다녀오고 중남미 순회공연을 마친 놀라운 사람들이 넘치더란 말이에요.

괜히 의기소침하기도 했죠. 난 저사람들에 비하면 즐거움도 못느끼지, 많이 나갈 여유도 없지, 무엇하나 내세울 것이 없구나 하구요.

하지만 여행이란게 자랑하려고 가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처음 간 사람이 자랑스럽게 여기저기 갔다고 이야기할 때 여러번 다녀온 사람이 속으로 코웃음을 칠 수야 있겠지만 어쨌건 여행은 누구에게나 뭔가를 던져주는 거니까요. 첫여행에겐 첫선물을 열번째여행에겐 열번째선물을...

/2004년 3월 일본 교토 금각사

직장인이 된지 4년째입니다. 해마다 여름휴가를 보고 살아오다시피 했어요. 올봄엔 운좋게 일본에 다시 다녀올 기회가 있었으니 올여름엔 어디갈까 고민은 좀 늦게 시작해야지 했어요. 헌데 늦었어요. 이미 몇군데를 두고 침흘리면서 첫번째 후보지인 앙코르와트는 이미 1차 자료수집을 마친듯 하거든요.

나원참. 원참나. 참나원.(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스...'에서 빌어왔음) 여름휴가는 언제 갈 수 있을지, 며칠이나 갈 수 있을지 전혀 모르면서 말이에요. 

근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올여름엔 좀 시원한 데로 가도 좋겠다는... 시원한데 어디있죠? 지구본 어디갔어...


/1999년 11월 로마 어드메... 우쒸~ 박명수 따라잡기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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