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에게 실속이 있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 참 실속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특히 관계의 부분에서.



사람관리를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친구라는 사람들이 없었던 적은 없지만

오랜 시간을 투자한 공간에서 

오래 두고 마음속을 털어놓을 사람을 만드는 일에는

아주 서툰 듯하다.



블로그에 주절주절 잘도 써대듯이 평소 속내를 감추는 편은 아닌데...

아무에게나 속내를 드러내서 일까.

뭐든 편안히 받아주는, 나또한 그렇게 상대의 아픈 속을 맘껏 더듬는

그런 사람이 많지않다.

있었다가도 금새 거리를 느끼는 듯도 하고.



과에서 항상 겉돌았던 나.

최근에 같은과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이들을 포기하면서 무엇을 얻었던가' 돌아보았지만

그때 그토록 소중하게 마음주며 함께했던 동아리친구들도

소원하기는 마찬가지.

그리고 그중에 과거의 연인은 있을지언정

지금까지 툭 까놓고 맘속 그을음 긁어내줄 친구는 없다는 것.

충격이다.



입사하고 나서 거의 모든 관계를 포기했을만큼

선배들, 동기들을 짝사랑해왔지만

역시 그들과의 관계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내가 이 공간을 벗어나면,

나를 기억하고 나에게 소중한 시간을 써줄 사람은

다섯손가락을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소통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들을 사랑하는 내 행동이 너무나 서툴러서

내 마음을 모르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그들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내가 못보는지도 모르겠다.

 

이 가을이 참으로 쓸쓸한 건

꽉 움켜쥐어도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기만 하는

나의 짝사랑들을 지켜보아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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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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