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홍대앞을 들르려고 버스를 탔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아 멍하니 가고 있는데 뒤에서 웅성웅성.



"기사양반, 여기 소매치기 잡았소"

"보이소, 아니라예. 내꺼라예"

"어허~ 이양반, 이 분홍지갑이 당신거여? 아가씨것 같은데..."



앞뒤에서 두명이 112에 신고를 했고

버스는 뒷문을 열지않고 합정역까지 직행했습니다.

바쁜사람 몇이 앞문으로 내린 것 빼고는

경찰이 올 때까지 전원 스탠바이.



10분정도 지체하니 상황종료.

소매치기는 40대후반~50대초반의 건장한 아저씨였고

외모나 옷차림도 그럭저럭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소매치기를 잡고있던 아저씨와 지갑을 잃었다 되찾은 아주머니는

경찰서로 따라갔다지요.



이때 뒷자리 아주머니 말씀이 재미있었어요.

"어제도 버스에서 도둑 잡는 걸 봤어.

어떤 아가씨가 요전번에 20만원을 도둑맞았나봐

그래서 다음날부터 10원짜리 동전 150개를 지갑에 넣고

지갑을 안 잠그고 가방도 열어둔채로 들고 다녔는데

저런 양반이 그걸 빼가다가 와르르~ 무너진거야..."



연이틀 소매치기 잡는 걸 보신 거죠.

그만큼 세상살기 힘들어 도둑질로 빠져든 사람이 많은 건지,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p.s. 버스 앞문으로 먼저 내리던 분들에게 사람들이 물었지요.

"젊은 놈이여?"

"아니요, 어른이여 어른"

소매치기는 젊다... 이것도 편견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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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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