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이틀 앞둔 마당에, 회사가 살지 죽을지 알 수 없는 판국에

나는 또 '짐만 싸는 여자'에 글을 올리고 있다.

불행히도 직속 상관께서 이 글을 보고야 말 터인데

자꾸 이럴거면 짐 싸서 나가라고나 하시지 않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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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격조했다면 뭔가 이유가 있기 마련.

친정식구들과의 여행계획이 날이 갈수록 여물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 일곱, 어린이 셋, 꼬맹이 하나.

아버지가게를 대신 지킬 오빠와, 이미 휴가를 써버린 둘째형부를 제외한

모두가 움직이는 대 프로젝트의 준비팀은 오직 나 하나였다.

 

여행지 1차 후보는 싱가포르.

친구가 있는 동안 꼭 한번 가야한다는 나의 염원에 온식구를 희생(?)시키는 좋은 계획이었다.

이미 한차례 다녀왔으며, 또 가려고 준비도 했었으니 가이드로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저렴하다고 생각했던 sia holidays(싱가폴항공 에어텔)가 1~2월에는 15만원씩 인상.

나의 꿈은 아버지의 예산을 훌쩍 넘고야 만다.

 

2차 후보는 괌.

지난해 봄에 다녀온 큰언니가 온가족의 휴양/쇼핑을 위해 추천.

비행기값은 50만원대, 숙소는 콘도형으로 검색해놓고 목포에 전화를 걸었다.

"섬 하나에 뭐가 볼거 있다냐, 나는 한 나라를 느끼고 싶다야."

아버지의 꿈은 딸내미들의 기대를 훌쩍 넘고야 만다.

 

그렇게 돌고 돌아온 곳은 최종후보 방콕.

<아바지+오마니+언니+어린이2 / 나+집사람+큰언니+큰형부+어린이1+꼬맹이1>

온라인 예약은 9명이 한계라서 두 팀으로 나눠 검색에 들어갔다.

이집 저집 모두의 윤허를 받고 스케줄을 변경해서야 겨우 OK를 만든 뒤,

4인용 레지던스 몇채와 1일투어 업체를 두고

하루에도 출근길에 한번, 퇴근길에 한번 저울질을 하고 있으려니

갑작스럽게 당겨진 비행기표 결제시한.

 

나도 큰형부도 아직 휴가를 못 냈는데... 하며 결제시한 연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아차, 두건중 한건에만 요청을 해놓은 것이 화근.

시한에 맞춰 아버지팀 결제를 마치고 나서 보니

우리집과 큰언니네 표는 결제시한을 넘긴 게 되어있었다.

 

망설인 자의 최후는 장렬하였다.

나머지 팀은 재예약을 했지만 대기. 결제한 팀을 취소하면 장당 10만원과 여행사 수수료.

만약, 3주내로 대기가 풀리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세우자마자 빚더미 속에 주저앉고 마는,,,

재기발랄 쏘뎅투어의 종말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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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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