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편지]커피 타임
입력: 2007년 11월 28일 17: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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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형님이 퇴원해서 놀러갔더니 커피 한 잔 들고 가랜다. 인스턴트 봉지 커피다. 아버지 목사님도 저 봉지 커피 애호가셨다. 하관식 때 무덤에 평소 읽으시던 성경책과 함께 커피 한봉다리 넣어드렸을 정도. 누나가 땅을 치며 울면서 “커피 쓰다. 프리마도 넣어드려라” 하자, 곁에 있던 조카 왈, “프리마도 같이 들어있는 건데?” 했다.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무튼 아버지는 돌아가셔서도 커피와 함께….

어떤 할머니는 미국 사는 딸이 깨소금을 보내주어 먹고 계시는데 이후 도통 잠이 안온다고 했다. 한번 가져와 보시랬더니 갈아 만든 원두 커피였다. 할머니 죽을 뻔 보았지. 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때 있었던 웃지 못할 일이었다. 교인 목숨까지 살린 기적의 목사가 바로 나였는데, 교인들은 치렁치렁한 옷을 걸치고 요상한 말투로 설교하면서 왕뻥에 구라로 먹고 사는 목사님에게 곁눈질을 자주 했다. 교회에선 좀 쇼를 해야 한다. 쇼를 해라 쇼를! 그러나 나는 체질이 아니어서….

난로 위에서 찰찰 끓은 주전자물이 아까워 커피를 한 잔 더. 그랬더니 잠이 안오네. 깨소금으로 알고 밥에 말아먹은 것도 아닌데….

〈글·그림|임의진 시인·목사〉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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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랬을 거다. 아랫집 형님한테 놀러갔다가 커피믹스를 보고 아버지 생각이 났더랬던 거다.

먹먹한 가슴으로 마셨던 그 커피 이야기를 요로코롬 풀어내는 4차원 목사.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언제는 노래도 한다면서, 그건 쑈가 아닌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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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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