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자꾸 운다. 예전엔 기껏해야 한주에 한번 정도였는데 요즘은 달래기도 무서울 정도로 자주 운다.

원래 그를 울릴 줄 아는 사람이라곤 우리 가족뿐이었다.

그러던 그가 자주 울게된 건 한미FTA 협상 체결이 임박했을 때부터다.

하루에도 몇번이고 그를 울리는 여자의 목소리.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여론조사기관..."

이쯤에서 밝힌다. 그는 우리 집전화다. 편의상 노군이라 불러보자.(노란색이다.)

 

 

지난 주말 노군의 울음을 달래다가 기가 막힌 일을 당했다.

"안녕하세요, 앙천구청장 선거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어떤 아줌마의 목소리.

"저는 양천구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인데요." 또랑또랑 대답해보았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그럼 어딘데?"

 

어딘데... 어딘데... 뭔가 사라진 말이 보이는가. 아아 여기서 확 돌기 시작했다.

"이거 보세요. 지금 어디서 반말하시는 거에요?" 나름 앙칼린 대꾸. 그러나...

 

"그러니까 어디냐고."

 

아아 뒷목을 타고 끌어오르는 혈압과 발끝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타는 적개심이여.

"이것보세요, 여기는 강서구구요. 지금 어디다 반말을 하시는 거에요?"

 

그러자 그녀는 물었다. "몇살인데요"

"전화거신 분보다는 젊겠지만 30대거든요? 자기보다 어리다고 무조건 반말해도 되나요?"

 

그러자 그녀는 이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 그래."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날 저녁엔 양천구청장 후보의 녹음된 목소리가 노군을 울렸다.

이런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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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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