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앞둔 주말 시아버지 전화를 받았다. 밤에 형님네랑 모이자는 것.
저녁을 굶고 가는 것이 마땅했으나 홍대근처 스페인요리집을 지나칠 수 없었다.
(TV에서 바르셀로나 풍경을 보았기에 꼭 빠에야를 먹어야할 것만 같았더랬다.)
돼지부속집에서 두번째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던 길, 뱃속에 억울함 하나를 얹었다.
시댁식구들과 모일 때 발동된 '친해지기 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가
택시기사에게 말을 건 것이 화근이었다.
"기사님 어디 *씨세요" 묻고나니 등록증에 있는 얼굴과 딴판인 사람이었다.
"저랑 같은 성씨라서 물었는데 이제보니 저 사진보다 훨씬 젊으신 분이네요"
그때부터 아저씨는 발끈하기 시작했다.
흰머리를 염색하는 사람에게 젊다니 말이 되느냐기에 새치가 아니라 흰머리냐고 했을 뿐인데
나이 50먹은 어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주 예의없는 일이라는둥,
가끔 술처먹은 아가씨들이 기사 젊어보인다고 반말하는데 정말 화난다는둥...
졸지에 술처먹은 아가씨가 되어 "제가 술을 처먹었나요? 죄송합니다"
입은 다물었으나 머리는 계속 대화를 재구성했고
다음날 새벽 나는 급체로 데굴데굴 굴렀다.
식은땀과 설사와 복통과 요통...
혹시 맹장염이 아닐까 의심하며 어느 병원 응급실을 갈까 고민하다
결국 '기적의 명약' **청심원을 마시고 구토와 함께 부활했다.
친한척 한번의 대가는 너무나 크도다.
생일에도 미역국 대신 미역죽을 먹어야하는 신경성 위장병과는
다시는 친한척 하고싶지 않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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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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