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에 무려 3주를 소모했다.
이토록 시간대비 효율성이 매우 저조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은
설명하자면 좀 길다.
일단 발단이 된 장소부터 말하자면, 유감스럽게도 화장실이다.
여자들은 간혹 화장실에서 수다를 떨곤 한다.
평소 친하지 않았어도 칫솔 하나 립스틱 하나 들고 그것이 마이크인양 입을 열다 보면
상상치못했던 대화를 나누는 상황도 벌어지는데
그날은 요가 전문가자격증을 땄다던 여선배가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부 사람들 요청으로 저렴하게 수업을 시작했는데 다들 초짜라 가르치기 힘들다,
경험자가 필요한데 다시 시작할 생각 없냐"
그러마 하자마자 치솟아오르는 의무감이라는 녀석은 이내 가공할만한 힘을 보여주었다.
3년전엔 요가원 출석률이 30%선에 머물렀던 내가 1주일에 두번인 수업에 맞춰
야근도 바꾸고 술약속도 미루곤 했던 것이다.
더불어 왠지 복장마저 갖추고 싶은 생각이 들어버린 것은 뭐랄까.
예의 그 무지막지한 의무감과
집사람의 커다란 추리닝을 빌려입으니 상당히 추하다는 쪽팔림과
'강사가 직접 초대한 자'라는 특권의식의 협공이었다고 대략 둘러대보자.
그리하여 하루에도 수십번씩 네이버 쇼핑을 들락거리며 탐색전을 시작했는데
처음 레이다에 걸린 것은 특가로 나온 '올드 네이비' 반나팔 요가바지였다.
한장에 고작 2,900원. 착불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아른거리기는 하였으나
택배비를 더해도 5천원대라는 놀라운 가격.
혹시나하여 '올드 네이비'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미국에서 지오다노 급은 되는 브랜드라고 하질 않는가.
평소 시장표는 오래 못간다며 중저가형 브랜드를 신뢰해왔으니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일.
구매자들의 의견을 보니 나는 대략 M을 사면 되겠는데
사이즈 조견표를 보니 M과 L이 허리치수가 같았다.
L을 사면 바지통도 널널하니 좋겠구나 하며 c모 쇼핑몰에서 첫번째 주문.
이틀인가 지나 물건이 왔는데 소재가 매우 마음에 드는 반면
허리밴드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입어야 하는 난점이 있었다.
줄줄 내려갈 정도는 아니지만 대략 난감한 사이즈.
쇼핑몰에 문의하니 사이즈 조견표가 잘못 되었다며 M을 입으라는 답변.
첫번째 좌절.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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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