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집안 고무나무가 깜빡거렸다.

1년동안 신발장 서랍 속에서 먼지만 살찌우다가 외출한 전구에

까진 무릎 위로 과산화수소향을 풍기며 얹힐 운명이었던 솜덩어리.

그것만으로 좋았다.

별모양 장난감도, 지팡이모양 사탕도, 선물상자도 없었지만

밤중에 화장실가다 말고 추운 마루에 앉아서

깜빡이는 고무나무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았다.




크리스마스의 아침이 밝아오면 머리맡을 더듬곤 했다.

뭔가 손에 걸리면 안심.

그렇지만 1년전에도 2년전에도 밀크캬라멜이었다.

왜 산타할아버지는 우리집 아이들에게 밀크캬라멜만 주시는 걸까?

(아참, 작은언니인지 오빠인지는 땅콩캬라멜인 적도 있던가)





그래서 한번 양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혹시 아나,

선물 놓을 장소가 다르면 다른걸 주실지.

빨간 양말이 없어서 엄마 양말을 걸까 하다가

일부러 큰거 걸어놨다고 오해받을까봐 내양말을 걸었다.




눈이 떠졌다. 아직 아침이 오려면 멀었나본데.

양말 겉을 살짝 만져봤다. 약간 실망이다.




또 눈이 떠졌다. 아직일까?

양말 속까지 더듬어봤다.

없다.

산타할아버지는 우리집부터 좀 왔다 가시면 안되는 걸까?

나는 일찍 일어나는데...




앗, 이런 해가 떠버렸다.

양말, 양말...

없다.

이럴수가.

눈물이 나려는데 머리맡에

또 밀크캬라멜이 있다.




너무해요, 산타할아버지.

왜 양말에 안 넣어줬어!!!

울어버렸다.




다음해부터 양말을 걸지 않았다.

그리고 몇해 지나지않아 캬라멜조차 끊겼다.




나중에 알았는데 밀크캬라멜은 아빠가 좋아하는 과자였다.

우리도 좋아하는 줄 아셨나보다.

나는 나중에 내아이의 양말에 삼겹살을 넣어줘야 하는건가?

음... 난해하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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